[AI 기획] 감정 배우니 어색함 사라져… 커지는 `가치 네트워크`

유진아 2024. 9. 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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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년 감성형 AI시장 규모 '18조'
오픈AI·구글·아마존 등 기술 탑재
마케팅·쇼핑커머스 소통기능 향상
딥페이크·보이스 범죄 심화 우려도
게티뱅크 제공

빅테크의 치열한 경쟁 속에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다양한 인터넷 지식을 학습하며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던 AI가 인간의 '감정'까지 배우기 시작했다. 감정 해석·모방·생성이 가능해지면서 인간과 더욱더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점점 인간을 닮아가는 AI를 두고 논란과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당 기술을 악용한 사이버 범죄 또한 나날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을 AI에 담다…떠오르는 '감성형 AI'=글로벌 금융 시장조사업체 피치북(Pitchbook)이 2일 내놓은 2분기 엔터프라이즈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보고서에 따르면 '감성형(emotion) AI' 기술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감성형 AI 기술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AI 비서나 챗봇이 사용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간 음성을 텍스트로 바꿔서 인식하고 답변은 텍스트로 먼저 만든 다음 음성으로 합성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이와 달리 감성형 AI는 텍스트 기반 상호작용에서 인간의 감정을 추출하는 감정 분석 기술을 발전시킨 것으로, 시각, 청각 등 다양한 센서와 기계학습, 심리학을 결합해 사용자의 감정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최근 자연어처리(NLP) 기술의 발전으로 AI가 인간의 감정표현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데릭 에르난데스 피치북 신흥기술 수석 애널리스트는 "AI 비서의 확산과 완전히 자동화된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에 힘입어 감성형 AI는 인간과 더 유사한 해석과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최근 감성형 AI 기술의 발전은 기업들의 업무와 관련해 더욱 생산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감성형 AI 시장이 2022년 18억달러(약 2조원) 수준에서 연평균 22.7%씩 성장해 2032년 138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얼라이드마켓리서치 측은 "기업들이 최근 AI 기반 솔루션,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등과 같은 첨단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런 요인으로 인해 빅테크들의 감성형 AI 솔루션에 대한 수요를 더욱 증가시킨다"라고 평가했다.

기술적으로 인간과 대화하는 것처럼 어색함이 줄었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다는 장점 때문에 사용자들이 몰릴 것이란 설명이다. 챗봇이 아니어도 이를 활용해 기업의 마케팅이나 사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하다는 점도 관련 시장이 유망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는데…범죄 피해도 같이↑=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너도나도 감성형 AI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먼저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포문을 열었다. 오픈AI는 '스프링 업데이트' 행사를 열고 최신 대규모언어모델(LLM) 'GPT-4o'를 공개했다.

GPT-4o는 텍스트를 통해 대화했던 기존 챗GPT와 달리 이용자와 실시간 음성 대화를 통해 질문을 받고 답변을 내놓는다. 텍스트·음성뿐 아니라 이미지 인식 기능까지 갖춘 멀티모달(Multimodal) 모델로, 사람이 말하는 내용이나 보여주는 이미지를 즉각 이해하고 이에 걸맞은 답을 할 수 있다. 사용자의 말투와 표정을 분석해 현재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수학 문제에 대한 답을 맞힐 수도 있다.

오픈AI가 신기술을 내놓자 다른 빅테크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글은 '메이드 바이 구글 2024'를 통해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AI 음성 비서 '제미나이 라이브'를 공개했다. 아마존은 올해로 출시 10년이 된 AI 음성 비서 '알렉사'를 오는 10월 중순께 전면 개편해 선보인다. 기존에는 사용자의 간단한 질문에 음성으로 답하는 것에 그쳤으나, 앞으로는 LLM을 기반으로 생성형 AI를 통합해 복잡한 질문에도 답할 수 있게 된다. 애플도 첫 AI폰 '아이폰16' 시리즈에 오픈AI의 'GPT-4o'를 적용한 AI 음성비서 '시리'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성형 AI를 활용한 스타트업도 늘어나고 있다. 유니포어(Uniphore), 모프캐스트(MorphCast), 시에나 AI(Siena AI), 옵시스(Opsis) 등이 감성형 AI 기술로 투자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최근 오픈AI가 공개한 감성형 AI 기술을 보면 내년 초반쯤에는 사람과 대화하듯이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것이 아무 거리낌이 없어질 것"이라며 "현재 기술의 발전으로 봤을 때 AI에 감성과 감정을 탑재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담이나 커머스 같은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대부분 AI 에이전트와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면 다양성 또한 높아지기 때문에 인간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이런 기술의 발전이 긍정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AI가 감정을 학습한다면 영상과 이미지를 합성하는 기술인 딥페이크 범죄나 딥보이스 보이스피싱 범죄가 더욱 고도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 교수는 "우리가 어떤 사람을 기억할 때 그 사람의 독특한 특징을 기억하는데 AI가 감정을 학습한다면 그런 것들마저 그대로 재현 가능해질 것"이라며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는 아직 기술 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매우 큰데, 그런 어색함이 사라지면 범죄가 더욱 교묘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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