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획] "EU AI법 브뤼셀 효과 제한적… 실정 맞는 기본법 필요"
개발 지속가능한 권리보장형 언급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 관련 논의가 재개된 가운데, 글로벌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우리 실정에 맞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유럽연합(EU) AI법 전문가들조차도 이를 국내에 그대로 반영하면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것이라 입을 모은다.
최근 한국인공지능법학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EU AI법의 '브뤼셀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브뤼셀 효과는 EU가 만든 규제가 세계적인 표준으로 확산되는 현상으로,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이 그 대표적 사례다.
EU AI법도 브뤼셀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지난달 발효된 이 법은 순차적 시행을 거쳐 2년 뒤 EU 역내에 전면 적용 예정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약 45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부터 문제다.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그동안의 여러 법률을 훨씬 뛰어넘는 복잡성과 난이도를 가졌다. 대응하려면 기업은 물론이고 로펌도 혼자서는 어려울 수 있어 컨설팅펌 등까지 여러 곳이 붙어야 할 수준"이라며 "기본권을 보호한다는 기치를 내세웠지만 결국 산업 규제적 성격을 지녔는데, 이대로라면 시장 실패를 넘어 규제 자체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기업들은 EU AI법이 향후 국내 AI기본법 제정에 끼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김영훈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 부사장은 "EU에 이어 한국에서도 유사한 법이 마련되면 GDPR 때처럼 세계로 확산될 수 있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이자 AI기업으로서 긴장하고 있다"며 "기술은 개발의 결실이자 기업 자산임에도 EU AI법에선 상세 내용을 담은 문서 공개를 요하는 등 버거운 점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AI분야에서 유럽과 우리의 상황과 조건이 다른 것은 물론,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각국도 자국의 이익을 위한 행보를 가속하고 있다. 안정민 한림대 교수는 "EU AI법은 권리 기반이 아니라 위험 기반으로, 이는 개인 등 권리 보장이 아니라 AI 위험 규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해당 내용이 우리 현 법제에 맞을지 의문"이라며 "우리에게 AI 기술이 없다면 결국 종속될 뿐이다. 필요한 규제는 하면서도 AI 개발이 계속되도록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AI산업 진흥과 소버린AI 마련을 뒷받침할 만한 AI기본법 필요성에 공감대를 같이 하고 있다. EU AI법을 꼭 따를 필요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형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지능화법제도센터장은 "EU AI법은 멋진 입법 사례지만, 법의 역할에는 우리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하는 측면도 있다. 누구나 읽었을 때 준수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물론 EU AI법의 규제 중 좋은 점은 취사 선택할 필요가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위험을 비교적 세분화시킨 점, 책임에 대해 사전·사후로 나눈 점, 법 위반 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는 점, 총괄 관리기구와 독립적인 감사 등 거버넌스에 힘준 점 등은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생성형AI 등장으로 변혁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은 그에 따른 국가경제와 국민생활 영향이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다. AI기본법에 그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을지, 기술 특성상 아직 명확치 않은 부분까지 법으로 정해야 할지 등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은 9개고 향후 병합 시점에는 12개가량이 될 전망이다. 산업계와 시민사회까지 아울러 서로 조금씩 절충하면서 큰 방향에서 합의를 이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박동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은 "차량 기술 발달에는 속도 제한과 에어백 등도 공헌했다는 말이 있다. AI가 발전하기 위한 적정 규제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며 "방통위의 AI서비스 이용자 보호법 또한 적정 규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마약 상습 투약` 유아인 1심 징역 1년 실형 법정구속
- 한소희, `불법 도박장 운영` 친모 구속에 "참담한 심정…어머니의 독단적인 일"
- "이재명, 레닌 연상" 與 의원에 野 "또라이"…여야 막말` 공방
- "이렇게 예쁘다니"…미인대회 결승 오른 화제의 `트렌스젠더` 여성, 누구길래
- 가장 위험한 성형수술은 바로 `이것`…합병증 발생률 92%
- 韓 "여야의정 제안 뒤집고 가상자산 뜬금 과세… 민주당 관성적 반대냐"
- [트럼프 2기 시동] 트럼프, 김정은과 협상할까… "트럼프 일방적 양보 안 할 것"
- 내년 세계성장률 3.2→3.0%… `트럼피즘` 美 0.4%p 상승
- `범현대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방향성 주도한다
- "AI전환과 글로벌경쟁 가속… 힘 합쳐 도약 이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