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고 남긴 예산이 4조5000억" 여야, 국토부에 한 목소리로 성토

오문영 기자 2024. 9. 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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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8.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여야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2023 회계연도 결산 심사에서 국토교통부에 '불용'(쓰지 않음) 예산'이 과도하게 발생한 데 대해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는 3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토교통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및 새만금개발청 소관 2023회계연도 결산안을 상정하고 심사에 돌입했다. 국토위는 이날 전체회의와 4일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심사를 거친 뒤, 5일에 재차 전체회의를 열고 결산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3일 전체회의에서는 국토부 등의 과다한 불용 예산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부의 (지난해) 예산에서 4조4982억1200만원이 불용됐다. 불용률이 무려 14%를 넘기는 것 같다"며 "또 세입을 보니 지난해에 1조6194억3500만원이 미수납됐는데 미수납률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당의 민홍철 의원도 "불용액 대부분이 교통 부문"이라며 "전국의 여러 군데에서 도로·국도·국지도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공정률을 따져서 불용액을 전용하는 방법도 고려했어야 한다. 세수가 안 들어오기 때문에 (불용 처리를) 할 수는 있는데 좀 정교하게 했어야 한다"고 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불용액이 높은 게 세수 펑크 때문인 게 맞느냐"며 따져 물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경제가 상당히 어렵다. 수출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며 "전통적으로 내수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게 대형 국책사업인데 부산신항-김해고속로도 등 예산 불용으로 사업들이 많이 지연되고 있다. 국토부 장관이 관심을 갖고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불용액 가운데) 3조원가량은 세수 부족으로 인해 원천적으로 돈을 못 받아서 불용이 된 것"이라며 "나머지 1조4000억원 정도는 통상적으로 집행이 늦어졌다거나, 보상 절차가 진행이 안 됨에 따른 금액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야당에선 국가재정법상 부적절한 전용(예산을 다른 데로 돌려서 사용)이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명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에 스마트시티 사업 예산의 120억원 이상이 용산 어린이 정원 사업에 전용됐다"며 "국가재정법의 예산 전용규정에 따르면 사업 유사성과 시급성이 충족돼야 하는데 스마트시티 사업과 용산공원 사업간 유사성이 있거나 용산공원 사업에 시급성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박 장관은 "두 사업 모두 도시정책 프로그램 내에 있어 예산운영준칙 기준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며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용산공원 사업은) 지난 정부 때부터 개발했던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그러자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장관 말대로 이전 정부에서 시작한 사업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치적사업으로 만들기 위해 서두른 감이 있어 보인다"고 짚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토교통부 등 2023년 회계연도 결산을 안건으로 열린 제418회 국회 정기회 제1차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09.03.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전기차 화재,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광장' 표지판 논란 등 현안과 관련한 질의도 이뤄졌다.

박 장관은 8.8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묻는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공급 위주 대책이라서 한 달 안에 갑자기 늘어난다든지 하지는 않는다"며 "8월 들어 신고되는 거래량이 7월보다 의미 있게 감소하고 있어서 시장 체감으로는 조금 숨을 죽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어떨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염태영 민주당 의원은 "특례보금자리론·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 금융을 과도하게 풀고,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연기하는 등 정부가 시장에 안 좋은 시그널을 계속 줬다"며 "결국 국민들이 '이번 기회에 주택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가계 대출이 늘고, 가용재원이 이자·원리금 상환으로 가면서 내수 부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전기차 화재 대책을 묻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조만간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지난달 인천 전기차 화재의 경우 아직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최초 발화점이 배터리인 점에 미뤄서 배터리 쪽 문제라는 게 지금 공통된 예상"이라고 했다. 이어 "(종합 대책에) 리콜 대책은 포함이 안 돼 있다. 리콜은 대책과 상관없이 국토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대구역 박정희 광장 표지판 논란과 관련해선 "적법성 등에 대한 법률 자문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구시는 최근 동대구역 앞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이름 붙이고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설치했다. 이에 민주당 대구시당은 설치가 불법이라며 홍준표 대구시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국토위도 명칭 변경에 대한 현안 보고를 받았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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