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에게서 진짜 리틀 장나라의 기운이 느껴지는 이유('굿파트너')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9. 3. 16: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굿파트너’에서도 가능성 증명한 아역 그 이상의 배우 유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5분 늦게 오셔서 시간이 애매해졌어요. 좀 쉬고 싶었는데... 정신 차리고 운전에만 집중하시죠. 그리고 변호사가 시간 개념이 없으신 건 좀 신기하네요. 변변한 시계도 하나 없고. 됐고요. 안전 운전 부탁드릴게요." 처음 김재희(유나)를 만난 한유리(남지현)는 이 아이가 툭툭 던지는 똑부러지는 말에서 차은경(장나라)을 떠올린다. 엄마와 딸이 똑닮았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한유리는 재희를 "리틀 차은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에서 극중 캐릭터로서 재희가 리틀 차은경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이 역할을 연기하는 아역배우 유나에게서 리틀 장나라가 보인다. 어린 나이지만 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줘서다. 그 깊이는 아이라는 본연의 모습 속에서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것이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더욱 사로잡는 힘이 있다.

유나가 <굿파트너>라는 작품에서 배우로서 얼마나 큰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가는 먼저 그 역할의 만만찮음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굿파트너>는 이혼전문변호사인 차은경이 남편 김지상(지승현)의 불륜으로 결국 이혼소송을 하고 이를 통해 모든 걸 다 빼앗겠다는 일종의 복수극 서사가 들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찌보면 다소 뻔할 수 있는 이 복수극 서사에서 살짝 방향이 틀어져 이혼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깊이 있는 문제로 들어갈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재희라는 아이를 둘러싼 양육문제부터였다.

이혼 소송은 부부 당사자 간에 생긴 갈등으로 빚어진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는 어떤 식으로든 상처받는다. 그래서 치열한 감정대결이 오고가는 이혼 조정 과정에서도 차은경과 김지상은 재희의 엄마와 아빠라는 위치를 어떻게든 지켜주려 노력한다. 즉 차은경 입장에서는 남편을 잃을 수 있지만 딸인 재희 입장에서는 이혼을 한다 해도 아빠를 잃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이혼소송의 핵심은 누가 재희를 키우는가를 두고 벌이게 된 양육문제가 된다. 그리고 그 키는 다름 아닌 재희가 쥐게 된 것. 그런데 놀라운 건 재희가 차은경보다 더 먼저 아빠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걸 알면서도 아빠에게 기회를 줬지만 아빠는 끝까지 거짓말을 했다. 결국 재희는 그렇게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아빠에게 폭발한다. 같이 살자며 두고두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갚아나가겠다는 아빠에게 이 아이는 놀라운 말을 한다. "아빠랑 안 살아. 잘못한 사람은 벌 받아야지. 아빠한테 가장 큰 벌은 나 못보는 거잖아."

그 말을 애써 꺼내놓으며 눈물을 쏟아내는 재희의 모습은 아이로서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과 또 그래서 미워하는 마음이 겹쳐 있다. 유나의 연기가 놀라운 건 이 복합적인 감정을 이토록 설득력 있게 꺼내놨다는 점이다. 물론 이후에 엄마 차은경과 둘이 살아가면서 재희는 아빠의 빈자리를 절실하게 느낀다. 엄마가 늘 바빠서 항상 함께 시간을 보낸 건 아빠였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은 다 있는 아빠의 부재를 엄마와의 캠핑여행을 통해 절감한 재희가 "그냥 아빠가 너무 보고싶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그 어른스럽던 모습 대신 아이로서의 면모 또한 드러난다.

유나라는 배우의 가능성은 이미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에서 어린 선자의 모습으로 등장했을 때부터 눈에 띄었다. 갈대 숲속에서 잠자리를 잡아주는 아버지를 향해 미소를 짓는 선자의 매력적인 모습에서 그랬다. 그런 유나의 잠재력이 폭발력을 보여준 건 <유괴의 날>을 통해서였다. 천재 소녀 최로희 역할을 연기하는 유나는 어른 뺨치도록 조숙한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 내면은 여전히 아이일 수밖에 없는 그런 양면을 깊이 있게 연기했다. <굿파트너>는 그 유나가 또다시 배우로서 훌쩍 성장한 모습이다.

사실 2022년 <파친코>, 2023년 <유괴의 날> 그리고 올해 <굿파트너>까지 유나가 보여주는 성장이 매년 이어졌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첫 등장부터 연기는 물론이고 노래까지 섭렵하며 연예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장나라의 모습이 슬쩍 오버랩된다. 유나의 매년 훌쩍 성장하는 그 가능성이 계속 앞으로의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어서다. <굿파트너>에서 리틀 차은경으로 불리는 재희 역할로 작품이 깊이를 갖게 만들어낸 장본인이 된 유나에게서 진짜 리틀 장나라의 기운이 느껴지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