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기에 ‘우산국’ 아닌 ‘울릉도’? 친일·이승만 독재 옹호 교과서 “만듦새 떨어져”
한국학력평가원 역사교과서가 해당 페이지의 내용과 관련 없는 ‘QR코드’를 삽입하거나 시대에 따른 명칭을 정확하게 기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친일 인사·이승만 독재 옹호 등의 인식 뿐 아니라 전반적인 완성도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첫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의 역사교과서에는 곳곳에 QR코드가 삽입돼 있다.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1의 53쪽 본문은 ‘일본에 전파된 삼국의 문화’를 소개한다. 본문 우측에는 ‘고대의 무덤’이 QR코드로 제시돼 있다. QR코드를 접속해보면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이 만든 시대별 무덤 양식을 다루는 영상이 나온다. 영상은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를 거쳐 고구려, 백제, 가야, 신라, 통일신라, 발해,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무덤 양식들을 소개한다. 해당 단원에서 소개하는 일본에 전파된 삼국의 문화와는 거리가 먼 영상이다.
시대에 따라 바뀐 명칭을 정확하게 쓰지 않았다는 지적도 역사학계에서 나왔다.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1 교과서의 15쪽은 4세기를 다루는데 지도에 ‘울릉도’가 표기돼 있다. 17쪽의 7세기 지도에도 울릉도가 기입됐다. 그러다 19쪽 신라 지증왕이 이사부를 파견해 우산국을 정복했다는 서술과 함께 6세기 지도에 ‘우산’으로 기입했다. 나당 전쟁을 다룬 20쪽에서도 우산 표기가 이어진다. 그러다 21쪽 남북국시대에 들어서 울릉도 표기가 다시 등장한다.
역사학계에선 “고려시대까지 ‘우산국’으로 표기하고 조선시대 이후는 ‘울릉도’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우산국은 삼국시대 때 울릉도에 있었던 나라로 고려에 귀속되며 멸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학력평가원 필진은 울릉도는 세기에 따라 혼동해 쓴 반면 삼국시대부터 고려까지 제주도는 줄곧 ‘탐라’로 정확하게 표기했다. 탐라는 삼국시대부터 조선 초기까지 제주도에 있었던 나라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까지 거친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의 구성이 부자연스럽고 내용이 부실한 데는 집필진 부족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학력평가원은 2022년 기준 매출 3억9813만원에 직원 6명이 재직하는 영세 업체다. 일반적으로 매출액 규모가 최소 수십억원 이상 돼야 교과서 제작이 가능하다. 이번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씨마스(2022년·80억원)나 천재교육(2023년·3206억원) 등도 한국학력평가원과 매출액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필진은 6명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로 5명이 됐다. 다른 교과서 회사들은 모두 10명이 넘는 필진이 참여했다. 필진 중 한 명은 교육부 청년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난달 21일 집필진에서 뒤늦게 빠졌다. 교과서 필진 중 한 명은 이날 “필진이 부족해 내용에 부족한 게 많다”며 “검정 과정에서 (검정위원의) 수정 지시 사항을 많이 받아 편집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역사학계와 역사교사들 사이에서는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의 내용만이 아니라 만듦새가 떨어져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의 역사교사 A씨는 “부족한 필진으로 급하게 교과서를 만들다보니 오류에 가까운 내용들이 발견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는 친일 인사·이승만 독재 옹호, 일본군 ‘위안부’ 축소 서술 등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집필진 또한 일제와 제국주의를 두둔하는 등 뉴라이트 계열 인사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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