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文 엄호... 김정숙 논란 때와 왜 달라졌나

김정현 2024. 9. 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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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수사에 맞서 문재인 전 대통령 엄호에 적극 나섰다.

이 대표는 검찰이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 주거지에 대한 강제수사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책기구 구성을 지시했다.

'과잉 수사', '야당 탄압'이라고 문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건 이 대표에게 도움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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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강력하게 대응해달라" 주문에 
'친문' 윤건영 '친명' 한준호 주도
포용·통합 리더십 구축 의도에 더해
당원과 검찰 향한 메시지 담긴 듯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4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의 피습 부위를 가리키며 위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수사에 맞서 문재인 전 대통령 엄호에 적극 나섰다.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해당 문제를 거론한 데 이어 별도의 대책기구 설립을 직접 지시했다. 8일에는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 지난 총선 공천과정에서 틀어진 친이재명(친명)계와 친문재인(친문)계가 검찰의 압박을 계기로 뭉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조만간 문 전 대통령 검찰 수사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다. TF 구성은 친문계를 대표하는 윤건영 의원과 이 대표의 측근 한준호 최고위원이 맡는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한 최고위원은 대선 당시 이 대표 수행실장을 지냈다.

이 대표는 검찰이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 주거지에 대한 강제수사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책기구 구성을 지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에서도 "야당 인사에 대해 억지수사를 하고 흠집을 내는 것은 정말 창피한 일이다", "이렇게 해서 무슨 정치를 하겠는가"라며 강력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 차원에서 별도 기구를 만들어 강력하게 대응해달라"고 재차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과정에서 친문계 공천 학살에 따른 갈등이 고조되고 이후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 논란이 불거질 당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쳤다.

문재인(왼쪽)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9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단식을 끝내고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

文 엄호에 담긴 '플러스알파'

하지만 이번에는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검찰 수사를 정권의 국면전환용으로 규정하고 맹공을 폈다. 이 대표실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 이슈를 추석 밥상에 올리고야 말겠다는 저급한 의도"라며 "이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명품백 수수 논란, 의료대란을 비껴가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85.4%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한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총선 압승에 이어 안정적으로 당내 입지를 구축한 만큼, 차기 대권을 위해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갖추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8일 평산마을에서 통합의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퇴원 직후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일부 강성 당원들을 향한 메시지도 담겼다. 앞서 전당대회에서 문 전 대통령의 영상축사에 야유가 나왔고, 최근에는 민주당 유튜브 관리자 계정으로 문 전 대통령 폄하 댓글이 올라오는 상황이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퇴원 직후 "총구는 언제나 밖을 향해야 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하지만 최근 문 전 대통령 관련 수사 소식에 일부 당원들이 여전히 적개심을 드러내자 재차 문 전 대통령을 엄호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과잉 수사', '야당 탄압'이라고 문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건 이 대표에게 도움 되는 일이다. 이 대표 본인도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주도한 더여민 포럼은 이날 국회에서 '검찰 정치탄압 저지' 토론회를 열고 평일 내내 재판 출석으로 발이 묶인 이 대표의 상황을 "법정 연금"에 비유하며 검찰을 비판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택 연금'에 빗댄 말이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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