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사실상 '금리 피벗' 선언…美빅테크 쏠림 투자 벗어날 때
금리인하 따른 금융부담 완화
빅테크外 기업 실적 개선 기대
달러 약세땐 美주식 대개 저조코스피 등 신흥시장 눈돌릴 때
채권·금 등 분산투자도 중요
투자가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8월 23일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정책 조정의 시간이 도래했음을 선언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해서 희망해 오던 연준의 금리 인하가 드디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9월부터 금리 인하가 진행될 것이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위원들은 규칙적인, 질서 있는 금리 인하를 선호한다고 말하고 있다. 규칙적이고 질서 있는 금리 인하는 아마도 분기 1회 정도로 예측 가능한 속도의 것을 의미할 것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작 신호에 금융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첫째, 증시 로테이션, 둘째, 달러 약세다. 먼저, 주식시장의 로테이션은 주도 섹터의 변화를 말한다. 주지하듯이 2023년 초 이후 1년 반 정도 글로벌 증시는 미국의 일부 대형 테크 기업들이 주도했었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확실해지면서부터는 빅테크가 아닌 기업들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지게 됐다.
앞으로도 빅테크들이 돈을 잘 벌겠지만, 빅테크 외 기업들 실적도 금리 인하 이후 경기회복의 수혜를 보면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이다. 또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조성되면서 달러가 확실히 약해지는 변화가 나타났는데,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1370원 전후 수준에 있던 달러 환율이 8월 하순 들어 1330원 내외로 낮아졌다.
금리 인하에도 글로벌 경기 우려가 클 때는 달러가 잘 약해지지 않지만, 금리를 인하하면서 글로벌 경기도 머지않아 좋아질 수 있다는 낙관론이 따라올 경우에는 달러가 약해지는 경향이 강해진다. 다만, 아직은 미국이 절대적인 금리 수준도 높고 글로벌 경기 회복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므로, 달러가 빠른 속도로 약세로 갈 것 같지는 않다. 달러 약세가 안착하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는 새로운 변화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이런 두 가지 변화가 시사하는 바는 바로 분산 투자다. 사실, 그동안에는 빅테크 위주로만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교적 쉬운 마켓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22년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조금 힘들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발생한 2020년 이후 2023년 상반기까지는 미국 빅테크들이 주가 상승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테슬라가 있었고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도 있었다. 이런 종목들 또는 이들을 중심으로 투자하면 되는 ETF로 자금이 쏠렸다. 하지만 빅테크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한참 커지던 시점에, 한편에서는 인공지능(AI) 수익화 논란이 제기됐고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분야에서 실적 개선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스닥이 조정받는데 다우지수는 계속 오르는 변화가 나타났다. 너무 빅테크 위주로만 투자해서는 안 되는 마켓이 된 것이다.
또 달러 약세는 미국 주식 중심 투자에서 벗어나야 함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미국 주식은 달러 강세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는 반면, 달러 약세 때는 평균 이하의 수익률을 보여 왔다. 1970년대 달러 약세기에는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신흥시장이, 2000년대 달러 약세기에는 BRICs 국가들이 주가가 좋았다. 즉, 미국을 조금 줄이고 미국 외 글로벌 분산 투자를 강화해야 하는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한국도 미국 외 시장이므로, 달러 약세는 코스피에도 좀 더 기회가 생길 것임을 의미한다. 한국 증시가 항상 미국 주식시장을 못 따라가는 것처럼 인식되지만, 달러 약세일 때는 꼭 그렇지 않았다. 비슷한 수익률을 내거나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인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기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6년 말까지 코스피가 전고점 3300을 복원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좀 더 다듬어지고 속도를 낸다면 그 기회가 조금이라도 더 일찍 조성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편 우리의 분산 투자는 주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식과 채권 자산에 고루 분산될 필요가 있다. 물론 채권은 높은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하지는 않는다. 주식과 채권을 적당히 배분해 두고 있으면 주식이 흔들릴 때 전체적인 투자자산의 가치를 덜 변하게 하는 효과가 있고, 그 와중에 혹시라도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이벤트가 생긴다면 주식에 돈을 더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질 수 있다.
아울러 주식 채권 외에 중요 투자자산으로는 금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금은 어떤 특정 국가의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신냉전 시대에 그 가치가 더 부각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중국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달러 자산을 팔아서 금을 사는 움직임이 이런 내용을 뒷받침한다. 아울러 달러가 약해질 때 금값이 반대로 강세를 보이는 경향도 있다.
자산배분의 기본은 분산 투자다. 특정 자산에 쏠리는 투자가 때로는 더 높은 성과를 주지만 지속성은 보장하지 않는다. 지금은 쏠림보다는 분산된 포트폴리오로 향후 세상의 변화에 대비해 나가야 필요성이 근래 어느 때보다 커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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