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동화 절대 안돼” 美항만노조 파업 예고에 연말 물류대란 오나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4. 9. 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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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부항만노조, 10월부터 주요 항구서 파업 예고
2년전 서부 항만 파업 ‘물류·공급망 대란’ 재발 우려
미국 동부 연안 최대 규모 항구인 뉴욕·뉴저지항에서 화물선에 실린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모습. [출처=ILA]
미국 동부 항만노조가 ‘자동화 설비 도입’에 반대하며 오는 10월 대규모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임금인상이나 노동여건 개선이 아닌 자동화 추세에 반대하는 것이어서 자칫 세계적인 물류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동부 일대 항만 근로자 4만7000명 이상이 가입한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가 오는 10월 1일부터 미국 동북부 메인주부터 동남부 텍사스주 멕시코만 일대까지 아우르는 14개 항구에서 대대적인 파업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심각하게 교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LA는 미 서부해안노조(ILWU)와 함께 미국 양대 항만노조로 꼽힌다. ILA의 파업이 현실화되면 1977년 이후 47년 만에 처음이다.

ILA는 노조원을 고용한 사업장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기본 계약인 ‘마스터 계약’을 지난 2018년 9월 고용주 단체인 미국해운연합(USMX)와 체결했다. 기존 계약은 오는 9월 30일 만료된다.

올해 2월부터 ILA와 USMX 양자간 협상은 시작됐지만, 노조가 지역별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설정한 마스터 계약 기한인 5월 17일을 별다른 성과 없이 넘겼다. 지난 6월에는 세계 2위 해운사 머스크가 앨라배마주에서 근로자 없이도 화물차에 실린 컨테이너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자동 제어 관문’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협상을 중단했다.

해롤드 대거트 ILA 회장은 USMX와 협상장에서 “내가 살아있는 한 항만 자동화 설비가 ILA 노조원들을 일자리에서 쫓아내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ILA가 USMX와 체결한 기존 마스터 계약에 따르면 인간 근로자가 개입하는 항만 자동화 설비 도입은 허용하지만, 인간과 어떠한 상호작용도 없는 완전 자동화 항만 설비의 도입은 금지하고 있다.

예컨대 머스크 자회사 APM 터미널이 운영하는 화물차 관문은 화물에 디지털 스캔을 거친 뒤 ILA 노조원이 그 결과를 확인하는 식으로 10년 넘게 운영되어 왔다.

자동화 설비와 별개로 ILA 지도부는 오는 4~5일에 파업위원회를 설치해 USMX에 제시한 임금 인상 조건을 검토한 뒤 최종 계약 요구 사항을 협상 대표단에 전달할 예정이다. 올해 3월 ILA는 ILWU가 지난해 체결한 6년간 32% 임금 인상보다 더 높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현재 ILA 근로자들은 시간당 39달러를 받고 있고, 각종 초과근무나 야간 근로 수당을 더하면 연간 10만~20만달러를 벌 수 있다. ILWU 근로자들은 시간당 54.85달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의 개학, 핼러윈·성탄절 연휴 등 연말 대목이 집중된 올 4분기에 항만 노조 파업으로 인한 배송 지연과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운컨설팅 회사 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하루에 7만4000개의 화물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미 동부 항만노조가 하루 파업을 하게 되면 미처리 물량을 정리하는 데 6일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파업이 10월부터 2주간 이어지면 미 동부 항만 운영은 내년으로 해를 넘기기 전까진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미국 화물 컨테이너 수입 물량의 약 절반을 소화하는 미국 소매업체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다. 조나단 골드 전미소매연합(NRF) 공급망·관세 정책 부회장은 “소매업체들은 항만노조 계약 협상 중단으로 동부 해안과 멕시코만 연안 항구에서 파업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일부 해운사들은 미 동부 선적 물량을 서부 항만으로 돌리기 시작했지만, 미 전체 화물 컨테이너 선적 물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동부 해안·남부 멕시코만 물량을 서부에서만 소화하긴 역부족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2022년 팬데믹 당시에도 미국 서부 로스엔젤레스(LA) 롱비치항의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자동화 설비 도입 문제로 파업에 나서면서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화물의 40%의 처리가 지연됐다. 또 글로벌 물동량 감소와 공급망 병목현상이 벌어지며 한국 제조업도 영향을 받았다.

물류 대란을 막기 위한 최후의 카드로는 1947년 제정된 ‘태프트-하틀리법’에서 규정한 국민 건강·안전에 대한 비상상황 시 법원에 파업 중단 가처분 명령을 내리도록 바이든 행정부가 요청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 인사는 “양측이 성의껏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파업 중단을 위해 태프트-하틀리법을 적용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적용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정부 개입에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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