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없는 그린철강, 한국이 ‘꼴찌’… “재생에너지·수소 가격 개선 시급”
철강 생산국 경제성은 브라질, 호주, 중국 순
기후 위기가 심화하면서 저탄소 기술이 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철강 산업도 마찬가지다.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전로 방식 대신 수소를 이용해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이 친환경 그린철강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철강 강국인 한국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경제성이 경쟁국과 비교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철강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경고등이 커졌다.
국내 기후 활동 단체인 기후솔루션은 3일 미국 환경 컨설팅 회사인 글로벌 이피션시 인텔리전스와 기후 단체 트랜지션 아시아 홍콩·노르웨이와 함께 ‘녹색 철강 경제학: 세계 그린 수소환원제철과 전통 제철의 경제성 비교’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제철 공정은 용광로(고로)에 철광석, 즉 산화철을 넣고 산소를 떼 내 철만 남기는 것이었다. 석탄으로 만드는 코크스가 바로 산소를 떼 내는 환원제 역할을 한다. 이 방식은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철강을 1t 생산할 때 2.2t의 탄소가 배출된다.
현재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6.7%가 철강 산업에서 배출되고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철강 산업의 친환경 기술 도입이 시급하다. 대표적인 그린철강 기술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코크스 대신 수소를 이용해 철을 생산한다. 부산물로는 물을 배출해 탄소 배출이 ‘제로(0)’에 가깝다. 철강을 1t 생산할 때 0.06t의 탄소가 배출된다.
기후솔루션은 주요 철강 생산국인 한국과 중국,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브라질, 호주 7개국에서 수소환원제철과 기존 용광로 방식의 제강 비용을 비교하는 식으로 경제성을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한 그린 수소 가격이 ㎏당 1달러일 때도 수소환원제철 공정의 철강생산비용이 용광로 공정 비용보다 높은 유일한 국가로 나타났다. 한국을 제외한 7개 국가는 그린 수소 가격이 ㎏당 1달러로 내려가면, 수소환원제철로 연간 1t의 철강을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이 용광로 방식보다 더 저렴했다.
그린 수소 가격이 ㎏당 1달러가 됐을 때, 수소환원제철의 경제성이 가장 높은 국가는 브라질이었다. 뒤이어 호주·중국·미국·일본·EU·한국 순이었다. 그린 수소 kg당 1달러일 때 경제성이 가장 높은 국가인 브라질과 한국의 차이는 무려 145달러였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과 비교해서도 104달러 차이 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경제성이 가장 낮은 주된 이유는 수소환원제철에 필요한 전력과 수소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점이다. 그린철강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과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한 그린 수소를 사용한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비 2배 이상 높았다. 그린 수소 가격도 비싸 차세대 철강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수소환원제철 경제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기술을 도입했을 때 줄어든 탄소량을 가치화하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배출권에서 거래되는 탄소의 가격이 오르고, 그린 수소 가격이 낮아져야 한국이 수소환원제철 기술에서 충분한 경제성을 갖출 수 있다는 평가다.
포스코가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하이렉스(HyREX)’는 생산 비용 중 수소와 전력의 원가 비중이 다른 기술보다 크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와 수소 가격이 조정되면 경쟁력이 더 높아질 여지도 그만큼 크다.
김다슬 기후솔루션 철강팀 연구원은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기후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시대에 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필요한 기술”이라 “현재 한국의 그린 수소와 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싸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해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 기술을 확보하고, 배출권거래제를 효과적으로 시행해 기업이 저탄소 기술에 대한 투자할 수 있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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