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키맨 신동국 회장, 한미사이언스 1대 주주로
신동국, 한미그룹 영향력 막강해져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3일 한미사이언스의 1대 주주에 오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 그룹 부회장 모녀간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매에 따른 대금 지급과 주식 이전이 이날 마무리된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7월 3일 송영숙 한미그룹(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등)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가 가진 한미사이언스 지분 가운데 444만4187주(6.5% 지분)를 1644억여원에 매수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대주주 3자 연합’을 구성했다.
계약에 따라 거래가 완료되면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약 14.97%, 한양정밀은 약 3.95%가 돼, 사실상 신 회장이 지분 약 18.9%를 보유한 압도적인 개인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건설 기계와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한양정밀은 신 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회사다.
한미그룹 창업자 일가 모녀 송영숙 회장과 임 부회장은 보유 지분 6.5%를 1644억원에 신 회장에게 넘기면서 상속세 재원을 확보했다.
이번 거래로 신 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그룹 창업자 모녀, 형제 등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형제의 지분이 상속세 납부나 투자 자금 마련 등을 이유로 상당 부분 주식담보 대출에 묶여있는 점을 고려하면 담보가 잡히지 않은 신 회장 지분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회장은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 지분도 7.72% 갖고 있어 한미사이언스(41.42%)와 국민연금(9.27%)에 이은 3대 주주다. 한양정밀도 작년 말 기준 한미약품 지분 1.40%를 보유 중이다.
시장에서는 한미 일가 경영권 분쟁의 사실상 최종 승자는 신동국 회장이라는 평가도 잇따른다.
한양정밀을 세운 그는 한미그룹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고향·고교 후배로 임 회장 권유로 2010년 지분을 매입한 뒤 개인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창업주 가족과 30여 년 인연을 이어왔으나 그동안 한미그룹 경영에 관여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창업주 일가 갈등이 격화하면서, 신동국 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를 ‘키맨(key man)’으로 떠올랐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OCI그룹과 통합을 반대하고 형제 측 지지를 선언하면서 의결권을 행사했고, 형제 측이 당시 약 2%포인트 지분 차로 승리해 그룹 경영권을 장악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뒤이어 신 회장은 지난 6월 임종윤·종훈 형제와 함께 한미약품 이사로도 선임됐다.
이후 신 회장이 지난 7월 3일 송 회장, 임 부회장과 함께 ‘3자 연합’을 구성하면서 형제에게 우세했던 경영권 분쟁 구도가 다시 뒤집혔다. 지난 2일 임종윤 사내이사가 자신이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되고자 소집한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임 이사의 대표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해, ‘한미약품 독자 경영’을 선언한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 체제에 힘을 싣기도 했다.
신 회장이 한미사이언스의 1대 주주로 오르면서 한미그룹의 경영권을 쥘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신 회장은 해외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향후 한미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신 회장과 모녀 등 대주주 3자 연합은 현재 9명으로 구성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12명으로 확대하기 위해 정관 변경과 신규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한미사이언스는 “회사가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에서 요건도 갖추지 아니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라고 주장하며 소집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3자 연합은 7월 11일 계약 내용을 변경해 매수인으로 자신뿐 아니라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진 한양정밀까지 추가해, 한양정밀이 추가된 4자가 이사회 구성을 비롯한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 간 계약도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체결했다. 4자 가운데 지분을 매각하려고 하면 다른 주주가 우선매수권과 동반 매각 참여권을 갖는 게 계약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부 내용이 다 공개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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