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사라진 햇볕’, 최근 30년간 최저…정부 재해 복구비만 2200억원

강현석 기자 2024. 9. 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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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2월 강우 30년 최고, 일조량은 가장 적어
전남연구원 “재해 대비한 기초보험 도입 필요”
지난 5월 전남 무안군 무안읍 한 양파밭에서 농민이 누렇게 변한 채 말라버린 양파밭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겨울 전남지역에 최근 30년 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렸고 일조량은 가장 적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일조량 감소로 인한 재해 복구를 위해 정부는 전국 2만여 농가에 220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전체 농가 피해에 비해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해 별도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전남연구원의 ‘이상 강우 현상에 따른 도내 주요 농산물 영향 및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이상 기후로 인한 농작물 재해가 빈번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들이 피해의 상당 부분을 떠안고 있다.

전남연구원은 대표적으로 지난 2월 전남지역의 ‘일조량 부족’을 꼽았다. 연구원이 기상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전남의 강수일수는 15.1일로 최근 30년 평균인 7.25일보다 두 배 길었다. 강수량은 135.8㎜로 30년 평균 강수량(44.71㎜)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비가 자주 내리면서 일조율은 35%에 불과했다. 일조율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의 시간(가조시간) 중 지표면에 햇볕이 비친 시간의 비율이다. 100%에 가까울수록 일조량이 많다. 30년간 전남 지역 2월 평균 일조율은 55.1%로 올해보다 20.1%나 많았다.

일조량이 급감하면서 농작물에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노지 작물인 양파와 마늘은 생육기에 잦은 비가 내리면서 습해 피해가 발생했다. 전남에서 재배한 양파의 23%, 마늘의 20%가 피해를 봤다.

겨울철 하우스 등에서 키우는 시설 재배 작물인 딸기와 방울토마토, 멜론, 파프리카도 일조량 감소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나주 멜론은 2월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71%나 감소했고 담양의 딸기 출하량도 36.8% 줄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겨울철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농작물 생육 부진을 농업재해로 인정했다. 이에따라 전남을 포함해 전국 2만여 농가에 2261억원을 재해 복구비로 지원한다.

하지만 전남연구원은 복구비의 상당 부분을 농민들이 부담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농업시설 35%, 입식비는 50%만 보조한다. 결국 농민들이 상당액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일조량 감소로 인한 피해를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보상받으려면 피해율이 70% 이상이어야 하고 전체 작물 재배를 포기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농가는 많지 않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전남연구원 김현희·윤영석 부연구위원은 “앞으로도 기후 변화와 농업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면서 “모든 농가가 자연재해에 의한 수확량 감소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기초보험’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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