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은 독일 최고의 문화 수출품”
5일 롯데콘서트홀서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전곡
한세예스24문화재단 첫 음악 프로젝트
독일 출신 바리톤 벤야민 아플(42)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어려서부터 합창단에서 노래했으나 “혼자서 가방 하나 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예술가의 삶”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경영학을 공부한 뒤 은행에 취직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내면의 깊은 대화, 감정을 끌어낼 시간이 없다는 깨달음”이 왔고, 다시 음악가의 길을 걷기로 했다. 이후엔 후회한 적이 없다.
아플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나그네’ 전곡(24곡)을 노래한다. 3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아플은 “메이크업도, 의상도, 오케스트라도 없이 오직 피아노 반주에 맞춰 관객과 소통하는 가곡은 독일 최고의 문화 수출품”이라고 말했다.
‘겨울나그네’는 슈베르트가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연가곡이다. 실연으로 인한 슬픔과 절망에 방황하는 남자 이야기다. 한국에선 다섯 번째 곡 ‘보리수’가 특히 유명하다. 아플은 “‘겨울나그네’는 지금은 독일에서도 사용되지 않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오래된 작품”이라면서도 “시와 음악이 완벽하게 결합해 여전한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주인공인 청년은 자신의 영혼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내면의 여행을 떠납니다. 그는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대부분 두려움, 불편함 때문에 내면 여행을 떠나지 못하거든요. 24개 곡을 통해 죽음, 두려움 등 여러 사건과 감정을 살핍니다. 내면 여행은 개인의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다르기에, ‘겨울나그네’ 연주는 사람마다 다르고, 관객도 모두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아플은 전설적인 성악가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마지막 제자다. 아플은 2009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에서 피셔디스카우를 처음 만났고, 2012년 5월 피셔디스카우가 사망하기 전까지 개인 레슨을 받았다. 아플은 “피셔디스카우를 만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자 선물이었다”며 “피셔디스카우로부터는 단순한 발성 기교뿐 아니라 무대공포증을 다루는 법 같이 음악과 관련된 모든 것을 배웠다. 피셔디스카우는 단순히 음악을 전달하는 걸 넘어 매일 밤 연주회에서 음악을 창조하려 했다”고 회고했다.
이번 연주회는 설립 10년간 미술, 학술 분야를 지원해온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처음으로 펼치는 클래식 음악 프로젝트다. 아플과 오랜 시간 함께해 온 피아니스트 사이먼 레퍼가 반주한다. 백수미 이사장은 “한국에서 성악 공연은 오페라 혹은 스타 음악가의 리사이틀에 집중돼 있었다”며 “슈베르트, 슈만 등 유명 작곡가의 가곡 작품을 선택해 위대한 시인들의 문학 작품에 아름다운 선율이 깃들여진 공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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