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곤충 '또 다른 진화가 있다'…리움미술관, 아니카 이 개인전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박테리아, 꽃, 기계 곤충··· 리움미술관이 ‘감각의 실험실’로 변신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아니카 이(53)의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은 생물학, 기술철학, 환경정의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인다. 패션 일을 하다 30대 중반 미술계로 들어와 화학과 생물학을 갤러리로 끌어들인 독특한 작가다.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를 타이틀로 지난 10여 년간 제작된 33점을 공개한다. 구작과 신작을 함께 전시해 작가의 전반적인 작업 세계와 최근 경향을 폭넓게 소개한다.
물질적, 시간적, 정서적 차원을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한국계 미국인인 작가에게 특별한 자리다. 한인 교포로서 작가의 개인적 여정을 반영하고, 나아가 이주와 상호 연결성이라는 작업의 주제를 부각 시킨다.
아니카 이는?
기술과 생물, 감각을 연결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전개해왔다. 특히 박테리아, 냄새, 튀긴 꽃처럼 유기적이고 일시적인 재료를 사용해 인간의 감정과 감각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이산과 여성주의 등 사회적 이슈를 담아낸 작업으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개미나 흙 속의 미생물 등 살아있는 생물을 조력자 삼아 제작한 작업으로 삶과 죽음, 영속성과 부패 등의 실존적 주제를 다루어 왔다.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展
초기부터 각종 비인간 생물과 기계, 그리고 협업자들과 함께 작업하며 저자성(著者性)과 인간중심주의에 도전해 온 작가의 작업이 결국 ‘나와 타자의 경계 없음’ 에 대한 탐구였다는 것을 드러낸다.
작업의 전환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신작인 영상 작품 <산호 가지는 달빛을 길어 올린다>(2024)는 죽음 이후를 탐구하는 작가의 대규모 프로젝트 <공(公)>에 속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작가의 사후에도 작업이 계속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또 다른 신작이자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미생물학 연구실과 협력한 작품인 <또 다른 너>(2024)는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 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끝없는 환영을 만들어내는 인피니티 미러 형태의 작품 속에는 해양 유래 형광 단백질을 발현하도록 유전자 조작된 미생물이 자라면서 연하게 색을 발한다. 평범한 미생물이 합성생물학을 통해 해파리나 산호와 같은 해양생물의 유전질을 계승하는 과정은 고대의 바다와 현재의 우리 사이의 연결지점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보여준다.
최근까지 이어지는 연작과 기존 대표작도 소개된다. 튀긴 꽃으로 만들어진 신작 <생물오손 조각>(2024) 연작은 작가의 2000년대 작업에서부터 등장한 튀긴 꽃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튀겨진 꽃의 기름진 외형과 시큼한 부패의 냄새는 일반적으로 꽃이 상징하는 아름다움과 충돌한다.
이 외에 거대한 PVC 구조물로 장내 미생물에 의한 신진대사를 탐구한 <공생적인 빵>(2014), 제국주의적 문화의 전유, 환경 오염, 선주민 문명 소실 등을 다룬 공상과학적 내용의 3D 영상 <향미의 게놈지도>(2016) 등의 초기 작업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리움미술관 이진아 큐레이터는 “지난 10년간 아니카 이의 주요 작업을 망라하고 작업의 큰 전환을 보여주는 신작을 처음 공개하는 전시로, 현재까지의 작품 세계를 톺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중국 UCCA 현대미술센터와 공동기획으로 내년 3월 베이징 UCCA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리움미술관 전시는 12월29일까지. 관람료는 1만2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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