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감형? 맡겨주세요"…도 넘은 로펌 홍보에 성난 시민들

김세연 2024. 9. 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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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문제 불거진 후 선정성 광고 급증
"윤리 무너지고 돈에 지배 당했나"…시민들 분통
법조계 내부서도 "우려스럽다" 자정 목소리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딥페이크, 감형받는 법 알려드립니다.”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김모(16)양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한 법무법인 광고를 본 뒤 “피해자들은 어디선가 자신의 사진이 딥페이크에 쓰일까 불안하고 힘들어 하는데, 이 상황을 이용해 광고하는 태도에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뒤 일부 법무법인들의 영업 행위에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들 법무법인은 자신들이 이번 성범죄와 비슷한 사건의 무죄를 이끌어 냈다는 점 등을 앞세우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동생을 둔 직장인 김모(25)씨도 “윤리적 잣대가 무너지고 돈이 우리 삶을 지배하는 느낌”이라고 분노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
도 넘는 법률카페 광고에 시민도 분노

3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일부 법무법인이 운영하는 법률카페에 관련 게시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A 법무법인이 운영하는 카페에는 지난달 28일 ‘텔레그램 딥페이크 운영자 집행유예’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지난 2일에는 ‘텔레그램 탈퇴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이유’라는 글이 업로드됐다. 게시물의 내용을 보면 몰랐다는 이유로 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 집행유예 판결에 도움이 된다거나, 텔레그램 탈퇴만으로는 수사를 피하기 어려우니 해당 법무법인의 자문을 구하라는 식으로 가해자들을 유인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달 27일 또 다른 법률카페에서는 ‘텔레그램 성희롱 최대한 감형 받기 위한 방법은’이라는 B 법무법인의 홍보성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런 법률카페의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진우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이사는 “떴다방식으로 마약 문제가 불거지면 마약, 성범죄 문제가 불거지면 성범죄 관련된 선정성 광고가 올라온다”며 이미 이전에도 마약, n번방 등 관련 광고들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정보 제공의 목적을 넘는 경우가 있다. 보기에 따라 범죄피해자에게 온라인에서 2차 가해까지 할 수 있는 심각성이 있다. 유사 사례에 대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업 변호사들 역시 이 같은 반사회적인 광고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채우리 법무법인 새록 변호사는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의 수준을 넘어 마치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꼼수가 있는 듯 과대포장하거나 공포마케팅을 통한 수익 창출에만 혈안을 올리는 것을 보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박민규 법무법인 안팍 변호사도 “범죄를 교묘히 피하는 법까지 법무법인 카페에서 논의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2024년 변호사 광고규정위반 관련 징계 중 품위유지의무 위반 건수(자료=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법 제재 가능하지만, 실질적 효과 의문

위와 같은 사례는 변호사법에 따라 광고 규정 위반으로 징계도 가능하다. 올해 상반기 대한변호사협회 징계위원회(변협 징계위)는 ‘경찰단계에서 잡기 힘든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풀어나가는 변호사’ 등의 제목을 한 스팸성 게시물을 여러 곳의 온라인 카페에 업로드 한 C 법무법인에 대해 과태료 2000만 원 징계를 결정했다. 해당 게시물의 제목과 사용된 표현으로 볼 때 정상적인 법무법인 광고로 보기 어렵고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는 광고라고 봤다.

지난 5년간 대한변호사협회의 광고 규정 위반 징계 통계를 보면 매년 10건 미만에 그치던 징계 건수가 올해 33건으로 급증했다. 8월 말 기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선정성 광고를 하거나 감형 꼼수를 공유하는 등의 사례는 광고 규정 위반 중 ‘품위 유지 위반’으로 들어가는데, 올해 징계 총 33건 중 17건이 이에 해당한다. 이중 65%(11건)은 과태료, 24%(4건)는 더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견책 징계에 그쳤다. 김진우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이사는 “광고 규정을 위반하고 수익을 거두면 엄정한 징계와 동일한 행태의 광고와 영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변호사법 등 관련 규정 개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세연 (kit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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