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딥페이크 근절위해 기업에 삭제·수사 협조 의무화해야"(종합)
영국, 독일 등 플랫폼 책임 강화…위반시 최대 740여억원 벌금 부과
"초등학교 코딩 수업에선 기술만 전달…교육 본질 고민할 때"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3일 "딥페이크 등 불법촬영물을 근절하기 위해 과징금 부과나 서비스 운영 정지 등 플랫폼 기업을 제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이들에게 삭제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수사 기관과 협조를 의무화해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초등학교에서도 코딩 수업을 하고 있지만 기술을 전달하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며, 교육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진흥원) 주최의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보호할 대상이 사업자인지, 사회적 약자와 아동·청소년인지를 선택할 시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딥페이크 등 디지털성범죄 예방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입법과제'를 주제로 기조 발제에 나선 그는 "현재 딥페이크물을 비롯한 불법촬영물이 유포되는 창구가 수사하기 어려운 해외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이 때문에 피해자가 불법촬영물을 발견하고 정부기관에 삭제를 요청해도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여성가족부 산하 진흥원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피해자로부터 삭제를 요청받아 불법촬영물이 발견된 플랫폼에 이를 지우도록 요청하고 있지만, 강제할 권한이 없어 한계가 뚜렷하다.
이러한 한국의 실정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처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영국은 온라인안전법에서 플랫폼 기업의 불법촬영물 감시·삭제 의무를 부여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할 수 있다.
동시에 아동보호 법안을 마련해 아동 성 착취 콘텐츠 방지에 대한 플랫폼 책임을 강화했다.
호주는 '온라인 안전법 2021'에서 아예 딥페이크물을 만들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독일도 네트워크집행법을 통해 유해 콘텐츠 관리 책임 강화, 불법 콘텐츠 24시간 내 삭제 의무화, 투명성 보고서 제출, 위반 시 최대 5천만 유로(약 742억여원)의 벌금 부과 등 기업의 불법촬영물 근절 장치를 마련했다.
이 교수는 "이처럼 많은 국가가 '약자와 아동·청소년 보호'를 일차적인 목표로 내세우고 있으며, 사업자를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하는 나라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그런데 그 두 가지의 우선순위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한국은 삭제를 위해 정부가 나서지만, 외국은 기업이 지운다"며 "만약 여가부가 (불법촬영물이 올라온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만 있다면 관련 범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한 딥페이크 근절책으로 ▲ 가해자 처벌 강화 ▲ 삭제 신청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원스톱 지원 창구' 마련 ▲ 학교의 범죄예방 교육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그는 "불안한 세상에서 사는 사람은 아이 낳지 않고 결혼하지 않는다. 이 문제가 저출산과도 맞물린 이유"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다.
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 교수는 한국 실정에 맞는 현실적인 근절 방안으로 '함정 수사 허용'을 꼽았다.
그는 "현재 범죄 시도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를 포함해 함정 수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며 "하지만 수사 지침을 엄격히 세우고, 아동 범죄를 중심으로 함정 수사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국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외신 기자가 "왜 유독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불법촬영물 범죄가 잦고, 피·가해자 가운데 10대가 많은가"라고 묻자 이 교수는 "빠른 기술 발전과 교육 방향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발전된 정보통신(IT) 기술로 인해 아무리 큰 용량의 영상도 쉽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며 "관련 범죄가 빠르게 확산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교에서도 코딩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며 "문제는 학생들이 만드는 코딩으로 인한 최악의 결과물이 뭔지 교육하지 않고 기술만 전달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내년 1학기에 도입되는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우려를 나타낸 그는 "교육부가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라고 당부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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