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범죄자` 신상공개 요구 빗발…"대신 한다" 사적 제재도

김형환 2024. 9. 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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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공개 요구’ 국회 청원 8만 넘어
SNS에 ‘전원 신상공개’ 요구 연일 봇물
피의자 74% ‘미성년자’…신상공개 불가
“대신 혼내줘야” 이어지는 사적 제재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딥페이크 불법영상물이 확산하며 이를 제작·배포한 이들에 대한 신상공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텔레그램 등에서는 피의자들의 신상을 직접 공개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적제재의 정보가 구체적인 사실 확인 없이 유포되고 있는 탓에 이에 따른 피해자도 늘어나고 있다.

텔레그램을 통해 딥페이크 불법영상을 제작, 배포한 이들에 대한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X(옛 트위터) 게시글. (사진=X 갈무리)
국회 청원부터 SNS까지…계속되는 신상공개 요구

3일 국회전자청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올라온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 가해자들의 강력처벌 및 신상공개 요청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8만 1137명에 달한다. 청원인은 “이 사건 폭로 이후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 피해자 사례도 나오고 있고 중·고등학생도 포함돼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하고 가해자를 검거하면 신상공개를 검토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의 실트(실시간 트렌드·인기글)에는 ‘딥페이크 가해자 전원 신상공개’가 연일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전날 해당 해쉬태그를 달고 올라온 글은 40만건에 육박했다. 해외의 X 이용자들 역시 ‘Expose the Deepfake Perpetrators(딥페이크 가해자 신상공개)’가 달린 글을 통해 이들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피의자 신상은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개될 수 있다. 이번 딥페이크 불법영상물 사건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해당 돼 신상정보 공개를 검토할 수 있다. 다만 피의자 신상 공개를 위해서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이라는 3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수사기관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 ‘N번방 사태’ 성착취물 제작자들에게 신상공개가 이뤄진 것처럼 이번 사건에도 피의자 신상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당시 ‘박사’ 조주빈을 비롯한 ‘부따’ 강훈, ‘갓갓’ 문형욱 등의 신상이 공개된 바 있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호암)는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제작물이 많거나 배포를 적극적으로 한 피의자에 대해선 신상공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텔레그램 ‘딥페이크 가해자 신상공개’방에 가해자로 의심되는 이들에 대한 신상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텔레그램 갈무리)
“대신 혼내주자”…이어지는 ‘위험천만’ 사적 제재

다만 공개되더라도 실효성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지난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허위영상물 피의자는 총 178명으로 이중 131명(73.6%)가 10대다. 10대의 경우 미성년자에 해당해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라 신상공개가 불가능하다.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정말 끔찍한 범죄로 재발 방지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모든 딥페이크 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는 현행법으로는 무리인 상황”이라며 “위헌적 요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분노한 이들은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신상을 공개하는 사적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텔레그램의 ‘딥페이크 가해자 정보방’이다. 해당 정보방에는 단순 이름과 SNS 아이디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부모님·형제·남매 연락처까지 공개돼 있다. 해당 개인정보는 검증된 정보가 아니라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입어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해당 방은 폐쇄됐지만 엑스 등에서 무분별하게 사적제재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준의 수사 기관의 발 빠른 대처와 범정부 차원의 재발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신기술을 통한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높은 상황에서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선 관계 기관들이 모두 모여 빠르게 대책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넓게 봐서 소년법 체계부터 신상공개 제도에 대한 개선까지 기술의 발전만큼 법이 따라가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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