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로 뒤통수 '퍽'…악성 민원인에 공무원들 '공포' [관가 포커스]
악성 민원 기승…공무원 보호 조치 미흡
망치로 공무원 뒷통수 때린 민원인 징역 3년형 선고
'상해' 입은 민원 응대 공무원 5년간 7044명
민원응대 공무원 중 퇴사자는 5년 4만8134명
"업무로 인해 죽고 싶단 생각" 응답도 24.7%
"아직 살아있냐" 폭언에도…"조직이 보호 안해줘"
파주시 주민 A씨는 인근의 제조업체의 화학물질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2017년부터 1000번 넘게 “이주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A는 민원 상담차 주거지로 찾아온 파주시 공무원 B씨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B씨의 뒤통수를 망치로 때려 폭행했다. A씨는 지난 7월 의정부지법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로 징역 3년형에 처해졌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C씨는 최근 눈물이 나는 수모를 겪었다. 민원인이 서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접수 처리가 지연됐는데 해당 민원인이 되레 "담당자가 불친절했다"며 민원을 넣고 전화로 괴롭힌 것이다. 이 민원인은 다음 번 방문에선 "니 년 아직 살아있냐""언제 짤리냐"는 폭언을 내뱉었다. 하지만 C씨는 소속 조직으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최근 5년(2019년~2023년) 동안 24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민원을 응대하는 공무원 중 ‘상해’를 입은 공무원이 7044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년간 민원인 항의로 상급자나 관리자로부터 불이익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17.8%에 달했다. 민원응대 공무원들이 악성민원 탓에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조직으로부터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진 일하는 시민연구소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지자체 민원응대 실태와 제도적 개선과제’ 토론회에서 전국 243개 광역·기초 지자체를 대상으로 2024년 7월 22일부터 8월 14일까지 실태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243개 지자체에 접수된 민원은 총 6억2757만5630건이었다. 연간 평균 23만6603건 꼴이다. 민원응대 공무원 중 상해를 입은 사람은 5년간 7044명에 달했다. 연 평균 1408명 꼴이다. 수도권(1253명)에 비해 비수도권(5791명)이 세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민원응대 공무원들이 업무 중 고소나 고발 등 법률분쟁에 휘말린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 지자체의 경우 5년간 149건의 고소고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 평균 29.8건 꼴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 5년간 지자체 민원응대 공무원 중 퇴사 인원(2019년 이후 입사자, 5년 이내 기준)은 총 4만8134명(연 평균 9627명)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지자체 민원 응대 공무원의 병가 사용 인원은 76만1777명(평균 15만2355명)에 달했다.병가 사용 일수는 8106일(평균 1621일)이었다. 병가를 사용한 공무원의 연간 병가 사용 일수는 평균 5.6일에 달했다.
○"아직도 살아있냐" 폭언에도..."조직은 보호 안해줘"
이날 토론회에서 정성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노총 공무원본부와 공공연맹이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1개월간 지자체 민원 응대 공무원 8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악성민원 및 감정노동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민원인으로부터 당한 부당한 경험은 △반복민원과 전화가 78.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언어적 폭력(73.9%) △무리한 요구(73.1%) 순으로 높았다. 악성민원 대처 방법으로는 ‘그냥 참고 견딘다’는 응답이 43.5%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주변 동료에게 하소연(39.1%) △상사나 동료에 도움 요청(12.2%) 순서로 나타났다.
악성민원 발생 시 행동 지침과 매뉴얼이 있지만 별다른 도움이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지침과 매뉴얼이 있지만 도움이 안 된다'는 응답이 47.5%로 가장 많았고, '있지만 잘 모른다'는 응답이 33.6%, '행동지침과 매뉴얼이 없다'는 응답도 14.4% 순으로 높았다. '매뉴얼이 있고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4.5%에 불과했다. 사실상 대응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히려 지난 1년간 민원인의 항의로 인해 상급자나 관리자로부터 불이익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17.8%에 달했다. 불이익으로는 '상급자로부터 질책'이 7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민원인에 직접 전화 혹은 방문 사과가 70.2% △업무평가 불이익 45.0% △업무 외 시간에 추가 교육 22.5% △징계나 해고 등 위협 20.5% △시말서 15.9% 순서로 나타났다.
악성 민원 탓에 지난 1년간 업무로 인해 죽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24.7%에 달했다.
김종진 연구소장은 "지자체 민원처리법과 감정노동 제도 운영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선 법률과 정책 시행을 위한 인력, 예산, 교육, 프로그램 등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며 "특히 외근 형태 민원 응대의 경우 사후 휴가 부여, 작업중지권 실질화, 2인 1조 투입 등의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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