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아” 백발역전 데이식스, 9년만 눈물의 1위 올킬[뮤직와치]
[뉴스엔 황혜진 기자]
밴드 데이식스(DAY6/성진, 영케이, 원필, 도운)가 9년 만에 음원 차트 1위를 올킬했다.
데이식스는 9월 2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미니 9집 'Band Aid'(밴드 에이드)를 발매했다. 이번 음반은 데이식스가 3월 18일 선보인 미니 8집 'Fourever'(포에버) 이후 6개월 만에 세상에 내놓은 음반이다.
'Band Aid'는 록 그룹을 의미하는 Band와 도움을 뜻하는 Aid를 결합한 표현이다. 상처를 보호하는 반창고를 가리키는 영단어이기도 하다. 이 같은 앨범명에는 자신들을 위해 함성을 질러 주고 박수를 쳐 주는 음악 팬들의 각각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밴드 데이식스의 정체성이자 궁극적 목표가 녹아 있다.
신보에는 타이틀곡 '녹아내려요'를 시작으로 '괴물', '그녀가 웃었다', '망겜', '도와줘요 Rock&Roll'(록앤드롤), 'COUNTER'(카운터), 'I'm Fine'(아임 파인), '아직 거기 살아'까지 총 8곡이 수록됐다. 데뷔 초부터 주도적으로 작사, 작곡을 이어 온 리더 성진과 멤버 영케이, 원필이 작곡가 홍지상과 재차 의기투합해 앨범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 얼음 같던 차트도 녹아내려요… 차트 Zombie 데이식스
데이식스의 컴백은 오랜만에 음원 차트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타이틀곡 '녹아내려요'는 발매 후 단 1시간 동안의 음원 이용량을 토대로 3일 오후 7시 기준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멜론 TOP 100(톱 백) 차트에 5위로 진입했다. 이는 데이식스가 지난해 11월 군 복무로 인한 단체 활동 여백기를 마친 후 처음 발표한 전작 'Fourever'(포에버) 타이틀곡 'Welcome to the Show'(웰컴 투 더 쇼) 진입 순위(30위)에 비해 무려 25계단 상승한 수치이자 자체 최고 진입 순위다.
청자들의 관심은 비단 타이틀곡에 국한되지 않고 전곡 차트인으로 이어졌다. 수록곡 '괴물'은 22위, '그녀가 웃었다'는 26위, '망겜'은 36위, '도와줘요 Rock&Roll'(록앤드롤)은 46위, 'COUNTER'(카운터)는 56위, '아직 거기 살아'는 62위, 'I'm Fine'(아임 파인)은 각각 63위로 진입한 데 이어 발매 이틀 차에 타이틀곡과 마찬가지로 TOP 100 상위권에 입성했다.
'녹아내려요'는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차트 고지도 점령했다. 숱한 음악 팬들의 관심과 호평에 힘입어 진입 2시간 만인 오후 9시 기준 멜론 TOP 100 1위에 등극한 것. 3일 오전 11시 기준으로는 멜론뿐 아니라 지니, 벅스, 바이브, 플로까지 국내 5대 음원 차트 정상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가 전 국내 차트 1위를 점령한 건 2018년 발매된 트와이스 'YES or YES'(예스 올 예스) 이후 6년 만이다.
이로써 데이식스는 2015년 9월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음원 차트 올킬이라는 유의미한 결실을 맺었다. 2019년 7월 발표한 미니 5집 'The Book of Us : Gravity'(더 북 오브 어스 : 그래비티) 타이틀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로 발매 당일 벅스와 네이버뮤직 총 2개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한 바 있지만 멜론에서는 실시간 차트 38위 진입에 그쳤다. 최고 순위는 2020년 미니 6집 'The Book of Us : The Demon'(더 북 오브 어스 : 더 디먼) 타이틀곡 'Zombie'(좀비)로 기록한 4위이지만 이 역시 2021년 8월 멜론 차트 개편이 이뤄지기 전 운영되던 실시간 차트 순위라 명확한 비교는 어렵다.
정체돼 있던 음원 차트를 뚫고 지나간 끝에 거둔 1위라는 점은 한층 막강해진 데이식스의 음원 파워와 대중성을 실감하게 한다. 기존 정상을 지키고 있던 에스파 'Supernova'(슈퍼노바)는 4개월 전 발매곡이다. TOP 10 붙박이였던 (여자)아이들 '클락션'은 7월, 뉴진스 'How Sweet'(하우 스위트)는 5월, 이클립스 '소나기'는 4월 발매됐다.
결과적으로 멜론 TOP 10 내에는 데이식스 노래가 총 4곡이 포진했다. 1위 '녹아내려요'를 필두로 3월 발매된 'Fourever' 타이틀곡 'Welcome to the Show'(웰컴 투 더 쇼), 2019년 발매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Fourever' 수록곡 'HAPPY'가 자리한 것. TOP 50로 범위를 확장하면 2017년 발매곡 '예뻤어'와 신보 수록곡 7곡까지 무려 12곡에 달한다.
음악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성진과 영케이는 2일 오후 공식 계정을 통해 각각 "감사합니다"고 화답했다. 원필은 팬 소통 플랫폼 버블을 통해 "믿기지 않는다. 마이데이(데이식스 공식 팬덤명) 축하해. 정말 많이. 우리 같이 해냈다"며 팬들에게 1위의 공을 돌렸다. 이어 "1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여태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들이 생각나면서 눈물이 났어. 우리의 진심을 알아줘서 너무 고마워서 정말 따뜻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네"라고 소감을 밝혔다.
▲ 눈부신 재능과 지치지 않는 노력이 만났을 때… 늙지 않는 '백발 역전' COUNTER
데뷔 초 홍대 길거리에서 행인들에게 손수 사탕을 돌리며 소규모 공연을 홍보하던, "저희 정말 열심히 만든 앨범이니 꼭 한 번 들어봐 주세요"라며 기자에게 새로 나온 앨범을 건넸던 데이식스는 데뷔 10년 차에 인스파이어 아레나 3회 공연 4만여 석을 삽시간에 매진시키는 공연 강자이자 굳이 찾아 듣지 않아도 거리와 카페, 야구장에서 빈번하게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의 주인공으로 성장했다.
결정적인 분수령은 근래 장기간 지속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와 '예뻤어' 동시 역주행이었다. 이를 통해 데이식스는 영케이 말마따나 강을 건넜다. 결코 소규모는 아니었지만 마이데이라는 팬덤에 한정돼 있던 인기가 K팝 팬을 넘어 대중으로 확장됐다는 의미다. 멤버 개개인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데이식스의 음악과 공연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이들이 현저하게 늘어나며 열렬한 팬과 대중의 경계가 상대적으로 흐려졌다. 계절과 시대를 타지 않는 좋은 노래를 무기로 장기전을 꿈꾸는 데이식스에게는 호재다.
역주행을 통해 일발역전(一發逆轉, 활이나 총을 한 차례 쏘는 일, 단번에 형세를 뒤집는 행위)한 밴드로 단정 짓기에 데이식스는 지나치게 근면 성실했다. "우리는 재능이란 단어를 덜 비범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사회에서는 재능에 천재성을 부여하지만 화려한 껍질을 벗긴 재능이란 어느 날 갑자기,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현듯 그것을 계속하게 되는 힘에 다름 아니다"라는 천선란 작가의 '아무튼 디지몬' 문장처럼 이 세상에는 천부적 능력을 품고도 부단히 노력하지 않아 스러진 선례가 적지 않다. 반면 데이식스는 상당한 지구력까지 겸비한 재능의 소유자였다.
내일이 어떤 모양일지 몰랐던 무수한 하루하루에도 그저 늙지 않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정진한 데이식스는 9년간 정규 음반만 3장, 미니 앨범 9장(신보 포함)을 발매하며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 데뷔 3년 차였던 2017년에는 매달 두 곡의 새로운 자작곡을 발표하고 콘서트를 여는 극한의 프로젝트 'Every DAY6'(에브리 데이식스)를 통해 길이 남을 희대의 명곡들을 탄생시켰다.
단체 앨범에 머무르지 않고 유닛 DAY6 (Even of Day)(데이식스 (이븐 오브 데이)) 앨범, 각자 솔로 앨범과 싱글도 발표하며 음악적 외연을 넓혔다. 9년간 그들이 쏘아 올린 숱한 총알(한국음악저작권등록협회 기준 영케이 186곡, 원필 112곡, 성진 77곡, 도운 22곡)은 치열했던 지난날을 방증한다.
데이식스의 선명한 계단식 성장세는 앨범 초동 판매량(발매 첫 주 판매량)과 단독 공연 규모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데이식스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린 곳은 서울 마포구 소재 무브홀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멤버들은 예스24 라이브홀(구 악스홀),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연세대 백양콘서트홀, 올림픽홀,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 잠실실내체육관 등지로 차근차근 규모를 확장했다. 데뷔 앨범(미니 1집) 'The Day'(더 데이) 초동은 3,200여 장에 불과했지만 올해 출시된 'Fourever' 초동은 13만 6,816장이다.
JYP엔터테인먼트라는 대형 기획사의 첫 아이돌 밴드로 데뷔하는 것에 대한 업계, 밴드 팬들의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았다. 현시점 "주위엔 다 ‘내가 쓰러진다'에 베팅을 걸었지만 남아있어 한방 어디 비웃어 봐 I'mma make you say Oh my god"라는 신곡 'COUNTER' 노랫말은 보란 듯이 '모두의 밴드'로 만개한 데이식스의 자기소개처럼 들린다.
데뷔 10년 차에도 '내 안의 뜨거운 여름의 햇빛'을 잃지 않은 데이식스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신보 'Band Aid'는 미니 앨범 형식임에도 정규 앨범에 버금가는 트랙수(8곡)를 자랑한다. "이게 어떻게 미니 앨범이야. 왕 큰 앨범이지"라는 배우 김도훈의 감상평에 리스너들이 공감한 이유다.
지난 3월 'Fourever' 발매를 기념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작곡) 재고가 없다", "이게(7곡이) 저희가 가진 전부"라고 털어놓았던 멤버들은 불과 6개월여 만에 새롭지만 또 데이식스스러운 명곡 모음집으로 돌아오며 경악을 불러일으켰다.
개중에서도 사운드적으로는 데이식스가 연습생 시절부터 존경한 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에서 영감 받고, 가사에는 영케이가 캐나다 유학 당시 겪었던 고독을 녹인 90년대 브리티시 록 사운드 기반의 '괴물', 멤버들에게도 녹록지 않은 도전이었던 알앤비 힙합 장르 리듬 활용 트랙 'COUNTER' 등은 데이식스의 오랜 팬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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