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는 이제 OTT 영화제? 박찬욱 강동원의 '전,란' 개막작 선정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지난 2017년 열린 제70회 칸국제영화제는 꽤 시끄러웠다. 당시 봉준호 감독은 영화 '옥자'를 들고 칸을 노크했다. '기생충'(2019) 공개 이전이었기 때문에 이때까지만 해도 봉 감독의 명성은 지금과는 달랐다. 문제는 '옥자'가 '메이드 인 넷플릭스'(Made id Netflix)라는 것이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즉 OTT(Over The Top) 콘텐츠다. '극장 상영'이 전제되지 않는다. 극장에 걸리는 않는 콘텐츠를 과연 '영화'라 볼 수 있을까? 이를 두고 뜨거운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옥자'는 국내 개봉 때도 멀티플렉스의 외면을 받는 등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한국 영화계는 비슷한 시험대에 올랐다. 오는 10월 개막하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전, 란'을 개막작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전, 란'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하고, '심야의 FM'으로 잘 알려진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등이 출연한다. 하지만 투자 및 편성 주체는 넷플릭스다. '옥자' 때와 판박이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개막작이다. 그 해 영화제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개막작으로 '전, 란'을 내세웠다는 것은 꽤 의미심장하다.
'전, 란'을 개막작으로 선정하는 것을 두고 영화제 측도 작지 않은 고민과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을 법하다. '옥자'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반발 정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라는 타이틀만 떼면 '전, 란'은 기존 영화와 다르지 않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뿐만 아니라 각본도 맡았다. 이미 충무로 필모그래피가 있는 감독이 연출했고, 참여하는 배우들도 한국 영화계를 지탱하는 이들이다.
게다가 OTT 콘텐츠를 '영화'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코다'는 애플TV플러스가 스트리밍한 OTT 콘텐츠다.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애플TV플러스 '맥베스의 비극', 넷플릭스 '파워 오브 도그'·'돈 룩 업' 등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2019년 아카데미 작품상에 오른 넷플릭스 '로마'가 시작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OTT에 문호를 개방할 준비 과정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2021년 OTT 콘텐츠를 소개하는 섹션인 '온 스크린'을 통해 3편을 소개한 것을 출발점 삼아, 2022년에는 9편으로 늘렸다. 디즈니+ '커넥트', 티빙 '욘더' 등의 행사도 열렸다. 두 영화가 각각 일본과 한국의 거장인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 이준익 감독의 연출한 것을 고려할 때 이질감은 크지 않았다는 평도 있다. 당시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OTT가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도 있지만 '또 다른 영화의 영역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온 스크린' 부문에서 디즈니+ '비질란테', 웨이브 '거래', 티빙 '러닝메이트'·'운수 오진 날'·'LTNS' 등 5개의 한국 작품이 상영됐다.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된 3편 중 '독전2'와 '발레리나'는 넷플릭스 영화다. 영화제 기간 영화인들과 관객들이 만나는 자리인 '오픈 토크'에 참여한 9개 작품 중에서도 무려 7편이 OTT 콘텐츠였다.
이쯤에서 '영화'의 의미를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영화(映畵)는 '일정한 의미를 갖고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하여 영사기로 영사막에 재현하는 종합 예술'이다. '영사기로 영사막에 재현한다'는 표현이 있다. 映(영)은 '(빛을)비치다'는 뜻을 가진 한자어다. 즉 정해진 대상에 영상을 쏘는 행위가 수반된다. 이런 의미에서 극장 상영이 영화의 전제 조건처럼 따라왔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포함한 대다수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극장 상영을 마친 영화가 OTT 콘텐츠로 공급되고, 대중이 스마트폰으로 이를 본다고 해서 '영화가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다. 극장이 위기를 맞은 시대에 영화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공략해야 하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넷플릭스는 몇 해 전부터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영화의전당 맞은편에 있는 KNN 시어터 1층 카페를 전체 대관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넷플릭스 콘텐츠가 소개되고, 취재 중인 기자들을 위한 '프레스룸'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적잖은 기자들이 이곳에 들러 기사를 쓰고 넷플릭스 관계자들과 소통한다.
영화는 대중문화다. 제작부터 유통까지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그 자본이 OTT로 쏠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영화제 측이 '전, 란'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을 두고 과연 마냥 나무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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