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밤에 눈 다치면 실명? 빅5 응급실 전부 "야간 안과 응급수술 불가"
'의사 부족'으로 야간 진료를 제한하는 응급실이 곳곳에서 늘고 있는 가운데,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에선 유독 '안과 응급진료'가 야간진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머니투데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정부는 "전체 409개의 응급실 중 99%인 406곳은 24시간 운영 중"이라며 현재 응급진료 체계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밤에 문을 연 응급실에 가더라도 정작 안과 응급 진료는 못 받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3일 0시에 '응급실 종합상황판'을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빅5 병원 응급실에서 모두 '안과 응급 진료(수술 포함)'가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주말, 공휴일, 평일 18시 이후 안과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정규 시간(오전 7시~오후 5시) 외 안과 진료를 일절 받지 않고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안과 응급 중 △외상으로 인한 안구 내 이물 삽입 △안구 파열 △외상으로 인한 각막·공막 찢어짐 △각막 천공을 제외하고는 정규 시간 외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안과 수술이 급한 경우로는 급성 녹내장, 망막박리, 외상으로 인한 안구 내 이물 삽입 등이 있다. 특히 매년 추석 연휴 때면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면서 응급환자가 속출하는데, 전공의 없이 처음 맞이하는 이번 연휴 기간은 기존에 없던 안과 응급 진료 대란에 처할 수 있다는 게 안과 전문의들의 공통된 경고다.
김균형 각막 전문의(센트럴서울안과 공동대표원장)는 "추석 연휴 때 예초기로 풀을 깎다가 예초기의 칼날이 돌에 닿은 후 부러진 칼날이 눈에 튀어 망막까지 다치는 사례가 급증한다"며 "안과 전공의가 대거 사라진 이번 추석 연휴에 이런 사고를 당하고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실명까지 갈 수 있는 사례가 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또 추석 연휴 땐 밤나무에서 밤을 따다가 밤톨 가시가 눈에 박히면서 눈 각막까지 다치는 사례도 급증한다. 김균형 전문의는 "밤톨 가시가 눈에 박히면 안과의사가 현미경으로 보면서 일일이, 최대한 빨리 빼내야 한다"며 "유기물인 가시가 박힌 채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세균·곰팡이가 눈 속에 번식해 실명에 이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안과 전공의가 대거 떠난 올 추석 때 유독 실명 환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4시간 안과 응급 수술할 곳을 찾는 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안과 전공의가 야간 당직을 섰고, 응급실에 안과 응급 환자가 내원하면 응급실에서 당직 중인 안과 전공의에게 응급 콜을 하고, 콜 받은 안과 전공의는 병원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안과 전문의(교수)에게 연락해 1~2시간이면 수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전공의가 사라진 지난 2월 이후, 안과 전문의들이 돌아가며 야간 당직을 서 왔는데 낮에 진료 본 후 야간 당직을 서고, 그다음 날 쉬지 못한 채 정규 진료까지 최소 33시간(오전 8시~다음 날 오후 5시) 근무를 이어가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로인해 번아웃으로 사직하는 안과 교수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안과 전문의 A씨는 "보통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전체 환자의 50~70%에게 1차 처치를 한 후 배후진료(해당 과의 후속 진료)로 넘어가지만, 전문성이 강한 안과의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무리 응급실에 상주해 있어도 눈에 함부로 손대기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번아웃이 온 안과 전문의들이 더는 야간에 일할 수 없어 야간 안과 응급 진료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안과 세부 전문의 중 '각막 전문의'가 당직 서고 있을 때 망막이 다친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와도 사실상 퇴짜를 놓을 수밖에 없다. 각막 전문의와 망막 전문의의 진료 영역이 달라서다. 또 설령 망막 전문의가 대기하고 있어도, 마취과·간호과 당직 인력이 비어있으면 수술할 수 없다. 타과의 인력도 있어야 수술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안과 전문의의 사직도 이어지면서 특히 정규 시간 외(평일 밤·새벽, 휴일)에 눈을 심하게 다쳤을 때 사실상 응급실 뺑뺑이를 겪다 시력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안과 전문의들의 우려다.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안과 교수 B씨는 올해 만 60세로 해당 과 최고참이지만, 주 1회 당직을 선다. 이 병원 안과 전공의 8명이 지난 2월 모두 떠났고, 남은 전문의 7명 중 2명이 최근 번아웃으로 사직했다. B씨는 "안과 전문의들은 이 체제가 계속 간다면 올해 연말을 넘기지 못하고 안과 응급 진료 체계가 무너질 것"이라며 "이미 40대 전후 젊은 교수들은 연내 사직하고 개원하기로 결심을 굳히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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