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차별금지법은 공산 혁명’ 근거 묻자…안창호 “그런 분 많고 책에 있어”

고경태 기자 2024. 9. 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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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인권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선서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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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동안 저술과 강연을 통해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맑시스트 혁명에 이용된다거나 에이즈가 퍼진다는 등 극단적인 주장을 편 것에 대해서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주장의 근거를 묻는 질의에는 “책에 있다”, “제가 가진 통계가 있다”고만 밝히는 등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날 안 후보자와 여당 쪽 발언이 사실을 왜곡하고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안 후보자는 이날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전체주의나 인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사상에 대한 정당한 비판도 제한될 수 있다. 맑시스트와 파시스트가 우리 사회에 활개 치면서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책에 썼던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런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신장식 의원이 재차 “특정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동성애를 수단 삼아 공산주의 혁명의 교두보를 놓는다는 것이냐”고 질의하자 “반드시 그렇지 않은 분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차별금지법이 마르크시스트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책에도 있다”고 했다.

이어 신 의원이 인권위의 차별금지법 제정 노력을 언급하자, 안 후보자는 “많은 국민은 반대하고 있다”고 했고, “유엔이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권고는 권고일 뿐”이라고 답했다. 결국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냐”는 질문에 “지금의 형태로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안 후보자의 성 소수자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왜곡된 주장은 지속해서 이어졌다.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항문암·에이(A)형 간염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는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제가 가진 여러 자료에 통계가 있다”고 답했다.

“한국사회에서 소수자 입장이 존중되고 있냐”는 고민정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차별금지법에 의해 다수의 표현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며 “소수자 입장을 존중해야 하지만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고 했다. 앞서 후보자 지명 뒤 서면 답변 등에서 밝힌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부분 안 후보자를 두둔했다. 강민국 의원은 “파리 올림픽 복싱 경기에 엑스와이(XY) 염색체(남성)를 가진 선수가 여성복싱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탈리아 선수는 땀과 눈물로 준비해온 경기를 46초 만에 포기해 목숨을 지켜야 했다”며 알제리 이만 칼리프 선수 사례를 들었다. ‘차별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불공정과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로 한 발언이다.

김정재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했다가 법 제정을 포기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2021년 11월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한 자리에서 “차별금지법이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례를 들며 차별금지법 반대가 온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날 인사청문회를 본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한겨레에 “안 후보자는 마치 국민의 다수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보수 개신교계의 통계만 본 것 같다. 인권위원장 후보면 인권위 공식통계, 적어도 국가기관 통계나 방송 3사의 공신력 있는 통계로 답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꾸 에이즈 확산을 주장하는데 세상에 어떤 질병이 법 제정으로 확산되나. 그걸 왜 자꾸 과학적이라고 하느냐”며 “후보자는 지금 차별금지법에 대한 가짜뉴스뿐 아니라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HIV/AIDS)에 대한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으로 감염인을 낙인찍고 감염인들에 대한 혐오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했다.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장혜영 전 의원은 “오늘 쏟아진 여과없는 말들이야말로 청소년 성수소자들에 대한 인권침해처럼 보인다”고 평하며 “강민국 의원의 이만 칼리프 선수 애기는 근거 부족한 혐오 조장이다. 강 의원이 주장하는 칼리프 선수는 엑스와이(XY)염색체 보유 여부의 근거가 불분명하다. 해당 선수는 지정 성별 여성으로 살아온 여성”이라고 했다.

장 전 의원은 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언급한 김정재 의원의 질문에 역설적으로 핵심이 들어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또한 입법 노력 없이 인사청문회에서만 차별금지법을 앞세우는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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