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 하루 10만명 넘게 올거라 했는데, 고작 1만명…철거될 운명,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필동정담]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4. 9. 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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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충무로역 근처 진양상가 3층에서 시작된 공중보행로를 따라 세운상가까지 걸어봤다.

서울시가 종로구 세운지구 상가 일대 1km 보행로를 철거하기로 하고 이달 말 주민 공청회를 연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였다.

한 가게 점주는 "보행로를 만들어놔도 손님이 없는데 철거를 하던 말던 관심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보행로 기능 역할이 미흡하다며 경관적 가치 등을 검토해 철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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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충무로역 근처 진양상가 3층에서 시작된 공중보행로를 따라 세운상가까지 걸어봤다. 서울시가 종로구 세운지구 상가 일대 1km 보행로를 철거하기로 하고 이달 말 주민 공청회를 연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였다. 이날 보행지는 우선철거 대상인 삼풍상가~호텔PJ 구간(250m)이 포함된 곳이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연합뉴스]
한낮인데도 보행로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 한산했다. 시에 따르면 이곳 하루 평균 보행량은 1만1731건으로 사전 예측치(10만5440건)의 11%에 불과하다. 한 가게 점주는 “보행로를 만들어놔도 손님이 없는데 철거를 하던 말던 관심 없다”고 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1109억원을 들였지만 보행량 증대를 통한 세운상가 재생에 기여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운상가는 1967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상가로 남북을 따라 7개 상가가 잇따라 건립됐다. 1980년대 말 용산전자상가가 생기기 전까지 국내 전자기기·부품 판매 성지였다. 2006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쇠락한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대단위 녹지 공간을 조성키로 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백지화됐다. 이후 2014년 박원순 전 시장이 개발 대신 ‘재생’을 목표로 존치를 추진하면서 공중보행로 사업이 개시됐다. 2022년 7월 전 구간 완공으로 상가 간 이동성은 개선됐지만 매장 콘텐츠 부족으로 ‘핫플(뜨는 명소)’이 되지는 못했다. 오세훈 시장은 2021년 11월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세운상가를 보면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전임 시장이 1100억원을 들여 공중 보행로를 만들어, 속된 표현으로 대못질을 해놓고 나갔다”고 비판했다. 그러다 보니 철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 7월 서울시는 박 전 시장 때 조성한 ‘돈의문 박물관 마을’도 철거하기로 했다. 도시 재생 일환으로 옛 골목을 재현한 것인데 관광객 유입은 시원찮았다. 과거 건물을 보존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마을 조성과 함께 신축된 것이라 역사적 가치도 낮았다. 코로나19까지 겹쳐 마을 내 음식점, 공방, 갤러리 등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유령 마을’이 됐다. 공사비와 운영비로 쓴 세금 480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가게 됐다.

서울역 고가차도를 ‘도심 속 공중정원’ 컨셉트로 해서 만든 ‘서울로7017’도 사업비 597억원이 들었지만 철거를 놓고 논란 중이다. 처음엔 신기해했던 시민들도 반응이 시큰둥하다. 근처 차 운행은 늘 막히고 한여름 뙤약볕에 쉴 곳을 찾기 힘들다. 이용자 수는 2017년 개장 당시의 6~7%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런데도 유지·관리비만 매년 수십억원이 든다. 서울시는 보행로 기능 역할이 미흡하다며 경관적 가치 등을 검토해 철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보존과 개발을 놓고 시장의 비전에 따라 정책 결과물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 타당성과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시장 본인 주장만 고집해서는 시민 편의는 고사하고 건설과 철거로 인한 국민 혈세 낭비만 커진다. 전직 시장의 업적을 뒤집으려 멀쩡한 개발 계획을 좌초시켜서도 안되지만 임기 때 성과 내기에 급급해 졸속 추진 역시 금물이다. 청계천 복원처럼 시간이 흘러도 누구나 인정하게 되는 그런 사업을 해야 한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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