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공휴일…‘쉬면 32조 손실’ 주장은 어떻게 힘을 잃었나

김남일 기자 2024. 9. 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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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진작·고용 효과 강조 목소리 자리잡아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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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일 국무회의에서 국군의 날(10월1일)을 임시공휴일로 의결했다. 앞서 당정은 지난달 25일 “군 사기 진작, 소비 진작, 기업 부담 등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시공휴일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중동분쟁 등 국내외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한 시기다. 올해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국가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우리 국군의 역할과 장병들의 노고를 상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정부는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지정 이유로 ‘국가안보’를 들었지만, 윤석열 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의 임시공휴일 지정은 대부분 내수소비 진작을 통한 경제 유발 효과를 염두에 둔 조치다. 과거 재계와 보수정당, 보수언론·경제지 등은 기업 생산성 하락 등을 이유로 ‘노는 날’ 확대에 반대해 왔지만, 경제 성장과 함께 소비력이 커지고 노동자 휴식권에 대한 인식도 강화하면서 ‘노는 날’ 반대 논리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징검다리 연휴인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취임 후 첫 임시공휴일 지정이었다. 9월28일 추석 연휴 첫날부터 10월3일 개천절까지 최장 6일 휴일이 생겼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그해 초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소비지출 2조4천억원 등 4조8천억원의 생산 유발액을 추산했다.

신군부 출신 대통령의 ‘국군의 날’ 공휴일 폐지

국군의 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은 노태우 정부 때였다. 당시 재계는 “쉬는 날이 많아 생산성이 낮아지고 국제 경쟁력이 약해진다”고 주장했다. 1990년 11월 정부는 국군의 날(10월1일)과 한글날(10월9일)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했다. 공휴일이 일요일인 경우 다음 월요일을 쉬도록 하는 익일휴무제(현 대체휴일제)도 폐지했다.

당시 결정으로 법정공휴일은 연간 19일에서 17일로 줄었다. 노동계는 유급 휴일·휴일 특근 축소는 사실상의 임금삭감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정부는 “세계 80개국 평균 공휴일이 13.4일이다. 우리 공휴일은 19일로 상대적으로 많다. 가장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10월에 휴일이 편중돼 과소비 풍조를 조장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정공휴일을 줄였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 주장과 달리 일요일 등을 포함한 연간 전체 휴일은 한국이 71일, 세계 80개국 평균 휴일은 94.6일이었다. 한글날은 22년 뒤인 2012년 12월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다시 법정공휴일로 지정됐다. 한글 단체 등의 노력이 컸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대체휴일제 도입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대체휴일제 역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과 재계, 정부 부처 반대 속에 진통을 겪었다. 대체휴일제는 2013년 2월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 국정과제였지만, 재계 반대 논리에 끌려들어 간 새누리당 일부 의원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재계는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며 반발했고, 정부도 여론 수렴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해 입법에 제동이 걸렸다.

그해 4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현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여야 합의로 통과했지만, 여당 쪽에서 “법률로 휴일을 정하면 휴일근무에 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반대했다. 생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재계 논리를 그대로 대변한 것이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5단체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을 직접 찾아가 법안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평일 하루를 ‘노는 날’로 지정하면 연간 28조1천억원의 생산 감소, 4조3천억원의 인건비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대체휴일제로 늘어나는 공휴일 수가 10년 평균 1.9일에 불과한 상황에서 ‘연간 32조원 경제 손실’을 주장한 것이다. 보수언론·경제지 등도 논란을 거들었다. 결국 2013년 9월 설·추석·어린이날에만 적용하는 선에서 대체공휴일이 제한적으로 도입됐다.

32조원 경제 손실 논리는 불과 2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8월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다. 국민 사기와 내수 진작을 이유로 불과 2주 전에 느닷없이 결정이 이뤄졌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불법 해킹 의혹, 메르스 사태 정부 책임론 등으로 비판을 받을 때였다. 당시 보수언론 등은 정부가 발표한 ‘경제 효과 1조3천억원, 고용 유발 4만6천명’을 강조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 대체공휴일 확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0월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추석 연휴와 개천절, 한글날을 끼고 있어 그해 9월30일부터 10월9일까지 최장 열흘 황금연휴가 가능해졌다. 정부는 휴식권 보장을 강조했다. 산업·수출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갑작스러운 어린이집 휴무 등으로 국민 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다며 한 달 전 공휴일 지정을 조기 확정했다.

이듬해인 2018년 4월 문재인 정부는 그해 어버이날(5월8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5월5∼8일까지 나흘간 연휴가 이어질 수 있어 직장인 등을 중심으로 임시공휴일 지정 요구가 있었다. 반면 중소·자영업자 등은 ‘휴일이 너무 많다’, 일부에서는 ‘또 하나의 명절이 될 수 있다’ 등 반대 의견이 올라왔다. 결국 임시공휴일 지정은 없던 일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8월17일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광복절이 토요일이어서 8월15∼17일 사흘 연휴가 가능해졌다. 당시 현대경제연구원은 임시공휴일에 국민 절반이 쉴 경우를 가정해 소비지출 2조1천억원 등 4조2천억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를 추산했다. 연구원 쪽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민과 의료진 사기 진작, 내수 활성화” “국민 휴식을 통한 생산성 제고, 내수 경기회복,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긍정적 효과”를 언급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제한적으로 도입된 대체공휴일은 문재인 정부 들어 3·1절과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로 확대 적용(2021년)된 데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과 성탄절까지 추가(2023년)됐다.

법정공휴일은 총 15일

일요일을 제외한 우리나라 법정공휴일은 총 15일이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을 보면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이상 국경일) △1월1일 △설날 전날, 설날, 설날 다음 날 △부처님 오신 날 △어린이날 △현충일 △추석 전날, 추석, 추석 다음 날 △기독탄신일을 공휴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선거일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이 있다.

공휴일은 그동안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운영돼 왔다. 규정 명칭처럼 공휴일의 직접 적용 대상은 관공서에 근무하는 공무원 등이었다. 이에 따라 국민생활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공휴일 관련 법률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공휴일을 규정한 법률이 2021년 7월 제정(2022년 1월1일 시행)됐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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