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겸직허가 없이 친일·이승만 독재 옹호 논란 교과서 쓴 교육부 청년보좌역 ‘주의’ 처분

탁지영·김원진 기자 2024. 9. 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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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인사 옹호 등으로 논란이 된 한국학력평가원 역사교과서 표지. 국회 제공

친일 인사·이승만 독재 옹호로 논란이 된 한국학력평가원 역사교과서 필진으로 참여했던 김건호 교육부 청년보좌역이 겸직허가를 받지 않아 교육부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교과서 집필진 신분을 유지하면서 겸직허가를 신청하지 않은 김 보좌역에게 지난달 말 주의 처분을 내렸다. 주의는 징계가 아닌 일종의 행정처분이다.

김 보좌역은 지난달까지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필진에 이름을 올린 상태로 교육부 청년보좌역 업무를 진행해왔다. 교육부는 지난달 21일 교과서 검정을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통지를 받으면서 겸직 사실을 파악했다.

김 보좌역은 “지난해 2~7월 필진으로 활동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해 11월7일 교육부에 임용됐고 그 이후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교과서 검정에 들어가면서 최종 단계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지역 학교에서 받은 한국학력평가원의 ‘선생님 연구용’ 한국사 교과서에 김 보좌역이 필진으로 담겨 있기도 했다.

공무원은 겸직신청을 하고 겸직허가를 받아야 한다. 교육부는 김 보좌역이 복무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김 보좌역은 (교육부에 채용된 이후 교과서) 수정·보완 절차가 없어서 인지하지 못했다고 소명했으나 교육부는 수정·보완 절차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 겸직 미신청에 따른 주의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부 소속으로 교과서 필진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평가원과 교육부 설명에 차이가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내부 규정으로 교과서 집필자는 교육부와 검정 심사 기관 소속이 아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교육부는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의 ‘신청자 자격’에 교육부 공무원을 제한하는 조항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법 위반 사항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설명에 따르면 겸직허가만 받으면 교과서 검정을 총괄하는 ‘심판’ 역할인 교육부 공무원이 교과서 집필자인 ‘선수’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김 보좌역은 이날 통화에서 “교육과정평가원이 블라인드로 교과서 검정을 마치고 교육부에 최종 합격본을 넘기면서 저자, 출판사를 확인해보니 제가 있었던 것”이라며 “지난달 이전에도 공식 집필진 명단에서 빠져야 한다는 생각과 고민을 주변과 지속적으로 나눠왔다”고 말했다. 김 보좌역은 “지난해 11월 교육부에 들어와서는 어떠한 집필·수정·편집 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원고료를 받은 것도 없으니 겸직 허가 대상이 아니라고 봤고, 여러 소명 자료를 냈다”고 했다.

김 보좌역이 집필진에 이름을 올렸던 한국학력평가원 역사교과서는 친일인사·이승만 독재 옹호, 일제 과거사 청산 서술 최소화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교과서는 이번에 처음 검정을 통과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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