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터, 여성기자엔 성폭력 현장…반성 않는 언론, 내일 없다"
[2024 언론계 성희롱] 민주노총 여성위 등 공동 회견 "尹 비상상태 선포하라"
"정의로운 노동 결과로 성폭력 노출되는 여성 기자 보호" 촉구도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AI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에 정부 대응이 “한가”하다는 비판 가운데, 이를 보도한 여성 기자들 대상 성폭력에 대한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 언론계 내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엄정한 대처와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사이버공간의 여성혐오와 폭력, 국가재난 사태에 여성노동자들은 안전한가>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 자리엔 식품, 교육, 언론 등 각계 현장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김수진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장은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을 취재한 기자들의 얼굴로 성적 허위영상을 만들어 유포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기자 합성방'이 개설돼 논란이 일었다”고 전하며 “기자들을 향한 왜곡된 인식은 '기자 합성방'에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관련해 지난 6월 남성 정치부 남성 기자들의 단체 카톡방, 최근 드러난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국가정보원 직원의 여성 기자 대상 '문자 성희롱' 사건을 언급했다.
특히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국정원 직원의 성희롱 대화를 두고 김 위원장은 “조선일보는 문제의 논설위원에 대해 징계는커녕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되레 가해자를 보호하는 듯한 행동까지 취하고 있다”며 “국정원의 눈치를 보고 있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남성 기자들에게 평범한 일터가 여성 기자들에게는 성폭력의 현장이라는 것을 앞서 언급한 사건들을 통해 알 수 있다”며 “사회 위에 군림하면서 자신들의 행태는 반성하지 않는 언론에 내일은 없다. 이미 대중의 외면은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딥페이크 등 성범죄와 관련된 온라인 플랫폼 규제 책임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책임은 계속해서 부적합한 인물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또한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여성 교사들은 매일 얼굴을 보며 일하는 학교 구성원으로부터 외모품평, 성적 비하와 조롱, 스토킹, 불법촬영 성착취, 이제는 딥페이크 성착취의 위협 속에 하루하루를 염려하며 살아간다. 성폭력과 젠더폭력의 가해자는 학생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몸과 사회와 관계를 포괄하는 포괄적 성교육을 즉각 도입해야 한다. 이를 보장하는 법체계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발생한 사건들에 대한 대응과 후속 조치가 미흡한 문제도 지적됐다. 임종린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성평등위원장은 “소라넷에서 불법촬영, '리벤지 포르노'(전 연인 등 상대로 한 불법 촬영)를 생산·소비할 때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면, 여성에 대한 성적 모욕을 그저 재미로 소비한 일베에 손 놓고 있지 않았다면, 본격적 성착취로 수익구조를 만들어 낸 n번방(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때 더 강력한 처벌을 했더라면 지금보다 조금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하 전국금속노동조합 여성위원장은 “n번방 사건 당시 일반인 가담자 378명 가운데 69.1%인 261명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고, 전체 일반인 가담자의 1심 선고형은 평균 벌금 653만 원, 13.2개월의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에 불과”했다고 지적하며 “성폭력이 우리 일상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에 대한 국가적, 집단적 환기가 부족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박시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성평등위원장은 “디지털 성범죄를 감시하고 예방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팀(법무부), 여성가족부 폐지 공격 및 예산 삭감으로 여가부 무력화, 국정 교과서 내 젠더 지우기, 여가부 초중고 성인권교육 예산 삭감, 가정폭력·성폭력 재발 방지 사업 예산 전액 삭감이었다”며 “n번방 가해자가 30만, 딥페이크 가해자가 20만이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여성에 대한 혐오와 성폭력이 일상이 된 국가재난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고 지적한 뒤 “국무조정실 주재로 열린 범정부 대책회의에선 종합대책을 10월까지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한가한 윤석열 정부에 요구한다”며 아래 요구 사항을 밝혔다.
민주노총 요구 사항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디지털 성범죄 비상상태 선포 △전국 학교·군대 대상 불법합성물 성범죄 전수조사 △정의로운 노동 결과로 성폭력에 노출되는 여성기자 보호 △불법합성물 성폭력·성착취 범죄자 추적해 강력 처벌할 수 있는 형법시스템 △AI 알고리즘 기술 발전에 따른 윤리기준 만들고 플랫폼 기업 책임 묻는 범제도 정비 △일터에서의 '지인능욕' 산업재해에 따른 작업중지권 보장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 처벌하도록 형법 개정 △일원화된 피해자 지원 방안 시급하게 마련 △여가부 비롯한 성평등 촉진기구 운영과 성평등 인권교육 예산 확대 등이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30일 관계 부처와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을 위한 범정부 대책 회의를 열고 전문가 등 민간 의견을 수렴해 오는 10월까지 범정부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1일 딥페이크 대응과 사이버 방어활동 강화 등을 담은 '국가 사이버안보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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