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세트인 줄 알았지?” 가격은 천차만별, 그러다 ‘호구’된다.. “이래서 발품 팔고, 비교해야”
대형마트 판매가, 백화점보다 20~30% 저렴
소비자 80% “추석 선물 비용 안 줄여” 불구
구매처별 가격 편차↑.. 용량·개수 조정까지
대한상의 “유통업체, 세트 구색 등 강화” 당부
치솟는 물가와 경기침체 우려 속에도, 추석을 맞아 소비자 10명 가운데 8명 이상 명절선물을 챙길 예정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같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정작 선물세트 가격이나 구성은 기대에 부응하진 못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설 선물세트와 동일한 구성인데도 사는 곳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같은 가격이지만 용량이 줄어든 경우도 있어 보다 꼼꼼한 비교와 구입이 뒤따라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추석 선물세트 중 내용물이 같은데도 가격 차이가 나는 제품이 적지 않았습니다.
일부 제품은 지난 2월 설 연휴 때와 동일한 구성인데도 가격이 올랐는가 하면, 소비자가 알아차리기 힘들게 용량이 줄어든 상품도 확인됐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추석을 앞두고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와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추석 선물세트 가격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습니다.
조사 대상은 통조림(햄·참치 등)·생활용품·건강기능식품·김·주류 등으로, 가격이 비싼 한우와 굴비 등 축산·수산 선물세트는 제외됐습니다.
조사 결과 동일 상품 24종 가운데 거의 대부분인 22종(91.7%)은 대형마트가 백화점보다 20~30%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체별로도 가격은 제각각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동원튜나리챔30호’는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할인을 적용하면 3만 4,930원, 홈플러스 4만 6,500원으로 1만 원 넘게 차이를 보였습니다. 홈플러스는 ‘3+1’ 행사를 적용해서 개수 차이를 보였습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동일하게 파는 상품 가운데 22종은 대형마트가 백화점보다 20∼30%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대형마트 3사에서 판매하는 동일 상품 중 11종은 같은 상품임에도 마트 별로 할인 적용에 따라 가격이 달랐습니다.
소비자원은 명절 선물세트 구매 때 할인 정보와 구성품 등을 꼼꼼히 비교해 구매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주류는 더 가격 격차가 컸습니다.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위스키의 경우 조니워커 블루(750㎖) 가격이 롯데백화점 35만 원, 현대백화점 40만 6,000원으로 5만 6,000원 차이가 났습니다.
지난 설과 상품 구성이 동일한 추석 선물세트는 283종으로 이 가운데 가격이 오른 상품은 32종으로 11.3%를 차지했습니다.
이 기간 가격 상승률(최대 기준)은 품목별로 건강기능식품이 57.5%로 가장 높았고 김(56.3%), 생활용품(32.9%), 주류(위스키. 23.1%), 통조림(12.9%) 등 순이었습니다.
지난 설과 상품 구성은 동일하지만 구성품 용량이 줄어든 추석 선물세트는 4종으로 파악됐습니다. 상품 구성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오르고 용량이 줄어든 추석 선물세트는 3종이었습니다.
6만 원대에서 7만 원대가 된 LG선물 세트의 경우 샴푸 용량이 줄고 아모레 선물 세트 가격은 1,000원이 올라간 반면 바디워시와 비누 용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또 동원 프리미엄 52호의 참치액은 지난 설 600g이던게 이번 추석 500g으로 줄고 LG명작클래식 선물세트 59호의 치약(90g)은 4개에서 3개로 개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J 김 전장 제품은 4봉에서 3 봉지로 줄었습니다.
가격대별 선물세트의 증감대도 확연했습니다.
중저가 세트가 늘고 고가 세트가 줄어든 건데 1만~4만 원대 선물세트가 지난 설 452종에서 이번 추석 486종으로 7.5% 증가한 반면 10만 원 이상 상품은 329종에서 200종으로 39.2% 줄었습니다.
고물가 영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가 선물세트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빠듯한 가계 사정에 지갑은 얄팍해졌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라 소비자 상당수가 추석 선물 비용을 줄이지 않을 계획이란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0살 이상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일 발표한 ‘추석선물 구매의향’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56.2%가 “전년도와 비슷한 구매금액을 지출할 것”이라고 답했고, 29.1%가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해 전체 10명 중 8명 상당이 “선물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줄인다는 응답은 14.7%였습니다.
이른바 김영란법 개정이 추석선물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29.2%) 평가가 부정적(16.7%) 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앞서 정부는 설·추석에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가격 상한을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높인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습니다.
관련해 대한상의는 “고물가, 경기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추석 명절만큼은 기분 좋은 선물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선호하는 추석 선물은 ‘과일(43.8%)’이 꼽혔고 이어 건강기능식품(32.4%), 정육(30.5%), 가공식품(22.2%), 수산(12.5%), 생활용품(12.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로 선호 품목은 세대별로 엇갈려 20대와 30대는 과일에 이어 ‘정육’을 가장 선호했고, 40∼60대는 건강기능식품이 두 번째로 나타났습니다.
추석 선물세트 구매 채널은 ‘대형마트’(58.1%)가 가장 많고 ‘온라인쇼핑’(40.8%), ‘백화점’(30.5%), ‘모바일 선물하기’(12.5%) 순이었습니다. ‘전통시장’(3.5%)은 응답 비중이 상대적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대한상의 측은 “고물가 속에 올 여름 고온현상으로 농산물 작황도 좋지 않아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라며 “소비 심리가 위축된 시기에 유통업체들도 선물세트 구색을 강화하고 할인이나 무료배송 혜택을 확대하는 등 소비자들의 명절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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