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물가 숨 고르기… 햇과일 출시·유가 하락 효과 ‘뚜렷’

세종=김민정 기자 2024. 9. 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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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가격 하락하면서 농축수산물 물가 ‘안정’
국제유가 하락에 석유류 물가도 ‘잠잠’
9월엔 과일값 더 저렴해진다… 공급 확대 효과
연말까지 2% 초반 물가 상승 흐름 이어갈 듯
물가 레벨 높아… 장바구니 물가 부담 ‘여전’ 지적도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5개월 전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가계 부담에 대한 우려를 한층 덜게 됐다. 햇과일 출시와 국제유가 하락이 물가 상승세를 둔화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기상이변이나 국제유가 불안과 같은 추가적인 충격이 없을 경우 연말까지 물가 상승률이 2% 초반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장기간 이어진 고물가로 물가 수준 자체가 높아져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태다.

추석 연휴가 2주 앞으로 다가온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 과일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뉴스1

◇ 햇과일 출시·국제유가 하락 덕 본 물가지표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5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0% 상승했다. 이는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지난달 햇과일이 출시되고,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농·축·수산물,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크게 둔화한 것이 물가상승률을 억제했다. 세부적으로 농·축·수산물 물가는 폭염 등으로 채소류 가격이 상승했지만, 과일류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년동월비 상승 폭이 지난 7월 5.5%에서 지난 8월 2.4%로 축소했다.

전월 대비 변화율을 따로 떼서 보면 농산물은 4.9%, 채소는 16.3% 올랐지만, 과일은 0.7%, 축산물은 1.5%, 수산물은 0.2% 하락했다. 품목별로 배(120.3%), 사과(17.0%) 등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석유류 물가는 국제유가 하락과 작년 가격상승 기저효과 등으로 전년동월 대비 상승 폭이 크게 축소됐다. 지난 7월에는 8.4% 올랐지만, 지난 8월에는 0.1% 수준으로 소폭 오른 모습이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지난 7월 이후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지난 7월 배럴당 83.8달러에서 지난 8월 77.6달러로 하락했다. 세부적으로는 경유가 1.9%, 휘발유가 0.7% 하락했다. 반면 자동차용 액화천연가스(LPG)는 16.8% 올라 2022년 7월(21.4%)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황경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유가 변동성이 매우 크지만, 최근 들어 중동 불안의 영향이 시장에 많이 반영되는 흐름은 아니다”라며 “작년 9월 높았던 기저의 영향이 다음 달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의 과일 가게. /연합뉴스

◇ “金사과 파동 없어요” 추석 앞두고 공급량 확대

당분간은 과거 물가 안정 발목을 잡은 과일값을 중심으로 농·축·수산물 물가가 잡힐 전망이다. 과일값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이번 추석에는 작년의 ‘금(金)사과 파동’ 같은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은 ‘농업관측 9월호’ 보고서를 통해 이달 사과(홍로) 도매가격은 10㎏에 4만4000∼4만80000원으로 1년 전보다 36.4∼41.7% 저렴해진다고 예상했다. 농경연은 사과뿐만 아니라 배, 포도, 단감 등의 과일 가격이 전반적으로 1년 전보다 하락해 안정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황경임 과장은 “사과는 8월에 홍로가 나왔고, 배의 경우 본격적으로 햇과일 공급량이 늘진 않았다”며 “신고 배는 9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나와 추석 전후로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상이변이나 유가 불안 등 추가 충격이 없다면 2% 초반 물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사과, 배, 한우 등 성수품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공급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배추·사과 등 20대 추석 성수품을 역대 최대인 17만톤(t) 공급할 것”이라며 “70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을 차질 없이 추진해 20대 성수품 평균 가격을 고물가 시기 이전인 2021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여전히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기간 고물가 시기를 거치면서 물가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물가 기간을 거치면서 물가 레벨 자체가 조금씩 올라갔고, 시금치 등 채소류 일부 품목이 폭염 영향으로 가격이 올라가 소비자 체감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전반적으로는 물가 상승 폭이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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