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기름 뜨는 국자·교통카드 기능 끄는 카드, 중고생이 개발했다
기름기가 많은 국물음식에서 기름을 걷어낼 수 있는 국자와 접는 방향에 따라 교통카드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는 카드가 올해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수상작으로 각각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중앙과학관은 제4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대통령상 수상자로 경북 신광중학교 3학년 김태형 학생을, 국무총리상 수상자로 세종 한솔고등학교 2학년 김예원 학생을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1979년부터 시작된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는 학생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발명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고 있다. 대통령상(상금 800만원), 국무총리상(상금 400만원) 및 5개 부처 장관상 250점 등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 제45회 대회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총 1만1589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이중 지역대회를 통해 선발된 300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이들에 대한 심사는 학계, 연구계, 산업계 전문가 48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담당했다. 창의성을 비롯한 탐구성, 실용성, 노력도, 경제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를 거쳐 수상자가 선정됐다.
최고상인 대통령상 수상작은 경상북도 신광중학교 3학년 김태형 학생이 출품한 '뱃살잡아 백살까지! 기름잡는 국자'가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한국 전통 술잔 중 잔을 가득 채우면 오히려 술잔이 비게 되는 사이펀 원리가 적용된 계영배의 원리와 구조를 응용해 실용적인 구조를 개발했다고 평가했다. 발명품 개발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한 과학적 탐구의 과정도 잘 수행해 발명아이디어뿐 아니라 과학탐구 부분에서도 우수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김 군은 "평소 기름이 많은 삼계탕이나 사골 국을 좋아하는 아빠의 많은 뱃살이 더 나올까 걱정됐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지방섭취로 인하여 고지혈증까지 있는 아빠의 건강을 위해 국물요리를 할 때마다 힘들게 기름을 덜어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이번 출품작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가정용 국자만 만들어 봤는데 식당에서 사용하는 대형 가마솥에서 국물을 뜨는 실험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발명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국무총리상 수상작으로는 세종 한솔고등학교 2학년 김예원 학생의 '패러데이&렌츠의 법칙을 활용한 접이식 on/off 카드 - 삑! 카드를 한 장만 대주세요'가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이 출품작은 버스 승하차 시 교통카드를 이용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불편함의 개선을 주제로 하는 작품으로, 지갑 내부의 카드 여러 장이 동시에 인식돼 '카드를 한 장만 대주세요'라는 안내가 나와 지갑에서 교통카드를 꺼내 따로 찍어야 하는 불편함을 파악했다"며 "이러한 불편함을 개선해 과학의 원리와 발명의 효과가 모두 반영된 우수한 작품이라 판단해 국무총리상 수상작으로 추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양은 "집과 멀리 있는 학교를 다니며 주말마다 무거운 캐리어와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타는데, 이 때마다 교통카드를 한장씩 꺼내 인식시키는 데 불편함을 느꼈다"며 출품작을 개발하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이어 "1년 가까이 준비하면서 창의력을 도모하고 세상에 없는 과정을 끊임없이 개발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에어컨 소리 등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 불법 촬영 위험 등을 감지하는 센서와,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알고리즘 등을 제작하고 싶다. 정보통신(IT) 분야 등 이공계 분야에 장래에 확고한 뜻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대회에선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수상작 외에 최우수상 10점, 특상 50점, 우수상 100점, 장려상 137점이 선정됐다.
권석민 국립중앙과학관 관장은 “이번 대회에는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불편을 해결하고자 하는 참신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연구한 작품들이 많았다”며 “학생들이 발명품경진대회 참가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갈 훌륭한 인재들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10월 8일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언스홀에서 개최된다. 대통령상 및 국무총리상 수상 작품을 비롯하여 본선에 출품된 300 여점의 작품들은 9월 13일까지 국립중앙과학관 미래기술관에서 전시된다.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수상자에게는 해외 과학문화탐방 기회가 제공된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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