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캔디’ 묻자마자… ‘마약 메뉴’ 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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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품목, 수량 말씀 주시면 가능합니다."
기자가 한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에게 마약 관련 은어로 질문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텔레그램상에선 딥페이크뿐 아니라 마약 거래, 불법 도박 등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범죄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600명이 참여하고 있는 한 텔레그램 채널에는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성착취물 유포)' 등 불법 촬영물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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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량 낮추기 ‘꿀팁’ 까지 공유
성착취물로 불법 도박 연결도
‘딥페이크 방조’ 경찰 내사 착수
“마약·도박 등으로 범위 넓혀야”
“강남 캔디 당일 되나요?”
“지역, 품목, 수량 말씀 주시면 가능합니다.”
기자가 한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에게 마약 관련 은어로 질문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캔디(엑스터시)’ ‘아이스(필로폰)’ ‘케이(케타민)’ 등 식당 메뉴판 같은 ‘마약 가격표’도 함께 전송됐다. 이 채널에 접속하기까진 알음알음 구매자를 찾거나 복잡한 접속 과정을 거칠 필요조차 없었다. 흔히 사용되는 검색 엔진에 마약 관련 은어를 검색하자 곧바로 마약을 판다는 채널과 접촉할 수 있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가격대는 한 알에 수십만 원대를 호가했다.
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텔레그램상에선 딥페이크뿐 아니라 마약 거래, 불법 도박 등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범죄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방조한 혐의로 텔레그램 법인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지만, 딥페이크 외에도 경찰의 수사 범위가 더 넓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마약 판매상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결제하도록 안내하고, 돈을 받은 뒤엔 마약이 배달된 곳의 ‘좌표’를 건네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전달하고 있었다.
일부 판매자는 단순히 마약을 파는 것을 넘어 마약 투약 혐의를 피하거나 형량을 낮추는 ‘꿀팁’까지 공유한다. 고객을 안심시키는 한편, 판매책들까지 잡혀들어갈 우려를 차단하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읽힌다. 한 판매자는 “경찰에게 출석 요구 전화를 받으면 갖은 핑계를 대면서 무조건 출석 날짜를 최대한 뒤로 미루라”며 모발을 3번 이상 탈색하고 물을 매일 8ℓ 이상 마셔서 약 기운을 빼라고 안내했다. ‘마약 검사 시 검출되는 기간’이라며 마약류별로 소변·모발·타액 검사 시 검출되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기도 했다. 수사기관의 포렌식에 대비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절대 제공하지 말고, 중고 휴대전화를 대신 제출하거나 국내 포렌식 장비로 뚫리지 않는 펌웨어로 미리 업데이트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온라인 카지노’ 등 불법 도박 사이트도 텔레그램을 이용해 세를 넓히고 있다. 이들 ‘도박방’은 홀덤 등 사행성이 짙은 온라인 도박 사이트로 넘어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성인 인증 등 미성년자의 접속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조차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실제로 경찰청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실시한 청소년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의 전체 검거 인원(2925명) 셋 중 하나는 19세 미만(1035명)이었다.
불법 촬영물과 도박이 결합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3600명이 참여하고 있는 한 텔레그램 채널에는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성착취물 유포)’ 등 불법 촬영물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이 채널은 ‘VIP방’에 수정하지 않은 영상이 광고 없이 올라온 뒤 시간차를 두고 ‘일반방’에 ‘맛보기용 영상’이 올라오는 구조로 운영된다. VIP방에 입장하려면 도박 사이트에 5만 원 상당의 코인을 충전하라고 안내해, 참여자들을 불법 도박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구조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텔레그램 등 해외 업체는 수사 정보 협조나 증거물 확보 등이 어려워 경찰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검거된 용의자가 추가적인 수사 단서를 제공하면 양형 사유에 반영하는 등 다양한 수사기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연·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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