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자폭드론 도입 경쟁…南 폴란드산, 北 러 기술 접목[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기자 2024. 9. 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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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戰서 입증…폴란드 자폭 드론 ‘워메이트’ 도입할 듯
현지 운용 부대·제작사 방문해 우리 군 활용성·획득 방안 검토
폴란드의 군용 드론은 바르샤바에 있는 WB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가 만들고 있다. 1997년 무전기 등 통신장비를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한 WB 일렉트로닉스는 현재 폴란드 내 군용 드론 생산을 전담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자폭형 드론인 ‘워메이트’(Warmate)-1(소형)·5(중형), BSP-U(중형) 등 모두 5종이 있다. WB 일렉트로닉스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러시아 기술을 접목한 자폭 드론 성능시험을 선보인 데 이어 우리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성능이 검증된 폴란드산 자폭 드론을 절충교역 방식으로 대거 도입한다. 현대전에서 중요성이 더해가는 자폭드론 남북경쟁이 벌어진 셈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방사포나 탄도미사일, 무인기 등을 활용해 우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이르면 올해 안에 폴란드산 자폭형 무인기 수백 대를 수입하기로 하고 구매 계약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군 당국은 폴란드 정부가 우리 정부에 K2 전차, K9자자포, FA-50 다목적 전투기 등 대량구매에 따른 절충교역 대상으로 자국산 무인기 구매를 요청하자 정부는 지난 7월 드론작전사령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폴란드에 파견한 바 있다. 폴란드는 최근 2년간 K9, K2 등 약 28조 원에 달하는 한국산 무기체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3일 "폴란드산 드론은 실전에서 다수 운용되며 성능이 검증됐고 충분한 생산능력으로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우리 군에서 활용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도입 추진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드론 전력은 실전을 통해 값싼 비용으로 고가의 장비를 타격 가능한 게임체인저임이 증명됐고, 이제 현대전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국방부 및 관련기관은 드론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구매를 포함하여 다양한 방안을 검토 및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계약 방식 선정 등을 거쳐 올해 안에 계약을 끝내고 무인기를 도입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의 대표적인 자폭형 무인기 ‘워메이트’는 대당 수천만 원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이 무인기로 러시아 핵심 전력들을 대거 정밀 타격하는 데 성공하면서 그 위력이 입증됐으며, 우크라이나전 지원을 위해 대량생산 시설을 갖추면서 즉각 도입이 가능하다.

우리 군이 보유 중인 무인기 수량은 대략 8000대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자폭형 무인기는 참수작전부대로 알려진 육군 특수임무여단에 배치된 이스라엘산 ‘로템-L’과 공군의 ‘하피’ 등 극소수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러시아제 무인기 등을 닮은 자폭형 무인기를 띄워 우리 군 주력 전차 K2 모형 표적을 타격하는 장면을 공개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자폭형 무인기(드론)를 만지며 관계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노동신문 캡처

앞서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 육군, 해군,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9개 기관 14명으로 구성된 출장단은 지난 7월 14일부터 19일까지 4박 6일간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등지에서 폴란드산 드론의 우리 군 활용성과 획득 방안 검토를 위한 시연 참관 및 운용 부대·제작사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폴란드는 저가·저사양의 군용 드론 개발과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대량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내구성보단 소모성 개념을 적용해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자국군에서 사용한 후 피드백을 통해 단기간 내 성능 개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찰용 드론인 ‘플라이아이’(Flyeye)의 경우 2017년에 1.0 버전이, 2021년과 올해 각각 2.0, 3.6 버전이 개발됐다.

폴란드의 군용 드론은 바르샤바에 있는 WB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가 만들고 있다. 1997년 무전기 등 통신장비를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한 WB 일렉트로닉스는 현재 폴란드 내 군용 드론 생산을 전담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WB일렉트로닉스의 주요 드론으론 정찰용인 플라이아이(소형), FT-5(중형)를 비롯해 자폭형인 ‘워메이트’(Warmate)-1(소형)·5(중형), BSP-U(중형) 등 모두 5종이 있다.

플라이아이는 폴란드의 특수전부대와 포병부대, 국경수비대가 운용하고 있다. 별다른 도구 없이도 옮길 수 있으며, 2명이 1개 조를 이뤄 운용할 수 있다. 기체의 날개와 임무장비, 배터리 등을 공구 없이 혼자 조립할 수 있으며, 투척하는 방식으로 이륙시킬 수 있어 신속히 작전을 수행할 때 용이한 장점이 있다. 플라이아이는 올해 200대가 생산될 예정이다.

플라이아이는 기체 회수를 위해 착륙 직전에 고가의 임무장비 조립체는 사출 후 낙하산을 이용해 확보하고 기체는 글라이딩 방식으로 착륙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폴란드에선 수풀이 우거진 평지 위주의 지형 특성상, 이 같은은 방식의 안전한 회수가 가능하지만, 산악 지대가 많은 국내에 도입될 경우 별도의 운용개념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찰용 중형 드론인 FT-5는 전폭 6.4m, 전장 3.1m이다. 이륙 준비는 30분 안에 가능하며, 최대 이륙중량 85㎏이다. 최고고도 5000m, 체공시간 10시간, 최고 속도는 시속 180㎞다.

지금까지 WB Electronics의 드론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됐다. 자폭형 워메이트의 경우 90~95%가 우크라이나에 팔렸다. 워메이트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표적 정밀타격 등 실전 능력과 신뢰성이 입증된 만큼, 향후 폴란드 방산 수출의 주력 제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군도 워메이트 탄두의 위력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 폴란드 방문 기간 중 바르샤바의 한 포병사격장에서 이를 운용 중인 부대의 자폭 시연을 참관했다.

워메이트는 WB Electronics가 엔진 설계부터 생산공정 전체를 관리하고 있는 등 폴란드 자체 기술로 제작된 기종이다. 폴란드군에선 워메이트를 주로 보병 및 포병 부대가 운용하고 있다. 워메이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재고번호(NATO Stock Number)를 획득한 인증제품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에 납품이 가능하기도 하다.

현대로템이 생산하는 국산 자폭드론 ‘로템-L’. 현대로템 제공

워메이트-1 또한 도수운반형 조립식 기체로 2인 1개 조가 운용한다. 별도 공구 필요 없이 1인 조립이 가능하며, 압축공기를 이용해 발사된다. 워메이트-1의 전폭과 전장은 각각 1.6m, 1.1m이며, 최고 속도는 시속 150㎞다. 최대 이륙 중량은 5.7㎏으로, 고폭탄·대전차고폭탄·열압력탄 등 다양한 종류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탄두 위력시험 결과, 대전차고폭탄은 십 수㎝의 강판도 관통했다고 한다. 작전 반경이 30㎞에 이르는 워메이트-1은 영상 기반 종말유도를 통해 목표물을 타격하게 된다.

워메이트-5는 BSP-U와 같이 실시간 임무통제가 가능한 중형 자폭 드론으로, 폴란드 내수용은 BSP-U를, 수출용은 워메이트-5를 명칭으로 사용한다. BSP-U는 워메이트-5의 기능에 무인기간 통신 기능 등이 추가된 버전이다. 이들 기종의 제원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데, 유사 기종인 워메이트-2에 비춰 전폭과 전장은 각각 2.5m, 최고 시속은 200㎞이며, 최대 100㎞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을 걸로 추정된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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