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하바라 속에서 빛난 블루 아카이브
[이전 기사] 블아 학생들 만나러 무작정 떠난 일본 여행
여행 1, 2일 차는 먼 곳에 있는 학생들을 만나는 날이었다. 학생들을 보는 것은 행복했지만 역시 더운 날씨로 체력 소진이 심했다. 적절하게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 3, 4일 차에는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학생들을 보러 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기대감에 푹 빠져있었던 3일 차 아침에 문제가 발생했다. 제일 오랫동안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시기에 태풍의 영향으로 새벽부터 폭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는 학생들을 향한 선생님들의 애정을 막을 수 없었다. 운동화와 바지가 전부 젖을 정도로 궂은 날씨였지만 학생들을 만나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버텼다.
기자를 포함한 선생님들의 굳은 의지에 하늘이 감동한 것일까. 쏟아졌던 폭우가 그치고 돌아가는 날까지 비가 내리지 않았다.
■ 3일 차 '태풍을 부르는 3.5주년 팝업스토어'
3일 차는 하루 종일 아키하바라를 탐방했다. 3.5주년 팝업스토어가 아키하바라에서 열리기도 하고, 일본에 오면 가장 둘러보고 싶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하루를 전부 투자하고 싶었다.
팝업스토어 개장 시간이 다가오자 바로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많은 인원이 모여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들은 번호를 부르며 아직 안 온 인원들을 체크했다.
입구에서부터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바로 자판기였다. 자판기는 3.5주년 팝업스토어를 테마로 꾸며져 있어 보는 맛이 있었다. 자판기 내부엔 이번 3.5주년 팝업스토어의 주인공인 'C&C' 캐릭터들로 포장된 캔 음료가 존재했다.
이벤트 주최 측도 인기 캐릭터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3줄로 구성된 자판기에서 토키 혼자서 1줄을 독점했다. 여담이지만, 귀국하기 전에 자판기를 다시 확인해 보니 토키의 음료만 일부 매진됐다.
기자는 대기번호 199번이라 오후 1시부터 입장이 가능했다. 행사장 외부 사진을 찍은 뒤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선택한 곳은 '파이널 판타지 에오르제아 카페'였다. 오랫동안 플레이 중인 게임이기도 하고, 마침 아키하바라에 지점이 있어서 가보기로 결정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따로 예약하지 않고 갔는데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특이하게도 1인당 음료 가격이 포함된 입장료를 지불해야 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훑어보니 꽂히는 음식이 없어서 파르페와 뚱냥이 고기만두를 주문했다.
주변을 둘러보며 음식을 기다리던 중 상황이 발생했다. 점원 한 명이 다가오더니 이용 시간이 잘못 안내됐다고 설명했다. 이때 놀랐던 건 한국인 점원이 따로 있었다는 것이었다.
팝업스토어 입장 시간이 다가오자 빠르게 행사장으로 향했다.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 줄을 형성해 기다리고 있었다. 줄 끝으로 이동해서 얌전히 입장하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
대기하면서 몇 가지 질문을 했던 탓일까? 옆 줄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블루 아카이브를 실행하더니 "오시 캐릭터가 누구입니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기자는 당당하게 노아라고 답했고, 그 사람은 하레가 자신의 오시라고 설명했다.
부족한 일본어 실력으로 열심히 대화를 이어가던 중 입장이 시작됐다. 추첨 사이트에서 전달받은 QR코드를 보여주고 확인을 받는 방식이었다. 해당 방식은 30일과 31일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된 사항이므로 이후엔 누구나 입장 가능하다.
건물 입구를 들어가면 C&C 멤버들이 치어리더 복장을 입고 각자 포즈를 취한 채로 선생님을 반겨준다.
건물 내부엔 지금까지 출시된 피규어와 넨도로이드, 초코푸니 인형 등 각종 굿즈가 전시돼 있다. 모든 선생님이 전시품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구경하고 사진을 찍느라 모두가 바빴다.
앞으로 나올 굿즈 목록도 정리돼 있다. 카요코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카요코(드레스) 피규어 소식을 전해주니 출시될 때까지 숨을 참겠다며 엄청 기대했다.
전시품 구경을 마치고 반대편으로 가면 3.5주년 한정 굿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토키(바니걸)이 사용하던 암기어부터 카드 케이스, 아크릴 스탠드, 태피스트리, 배지, 텀블러 등 다양한 물품이 나열돼 있다.
팝업스토어를 알차게 즐긴 뒤, 아키하바라 탐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슈타인즈 게이트의 주 무대이자 아키하바라의 명소 중 하나인 '라디오 회관'이었다. 다만 신축된 상태라 애니에서 보던 모습과는 달랐다.
라디오회관은 서브컬처 성지답게 모든 층이 애니메이션과 게임 관련된 상품들만 취급했다. 총 10층 중 9층까지 전부 굿즈 판매점으로 가득 찼다. 건물이 넓어서 각 층을 둘러보는 것도 일이었다.
그중 3층의 K-BOOKS 매장에 가면 공식 굿즈와 코미케 굿즈를 파는 코너가 있다. 웃돈을 많이 받긴 하지만, 지금으로선 얻을 방법이 없는 한정 굿즈들도 여럿 판매하고 있으므로 관심이 있다면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실제로 국내 이디야커피와 컬래버레이션으로 판매했던 한정 아크릴 스탠드나 2.5주년 온리전 때 배포한 종이백도 판매 중이었다. 심지어 이번 로손 컬래버레이션으로 나온 아코 아크릴 스탠드도 있었다.
하지만 기자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노아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코미케 굿즈에 시선이 갔다. 하나하나 꼼꼼히 구경하면서 9층까지 전부 둘러보니 어느새 폐점 시간이 다가왔다.
다른 매장도 가보고 싶었으나 다른 가게들도 닫을 시간이 다가와서 애매했다. 결국 내일 아침에 공항으로 가기 전에 둘러보기로 결정하고 셋째 날을 마무리했다.
■ 4일 차 '굿바이 일본'
3박 4일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3일 동안 잠을 책임져 준 숙소를 뒤로하고, 어제 미처 하지 못했던 아키하바라 거리를 제대로 둘러봤다. 이른 아침이라서 문을 연 가게가 없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게마다 긴 줄이 형성된 광경을 펼쳐졌다. 건물 뒤편까지 이어진 줄을 보고 어느 가게인지 확인해 보니 파친코부터 애니메이트, 라디오회관, 게이머즈 등 참으로 다양했다.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가게가 대부분이라 많은 사람이 10시부터 오픈하는 라디오회관과 게이머즈로 몰렸다. 라디오회관은 이미 충분히 둘러봤기에 게이머즈로 향했다. 1층은 만화책과 라이트 노벨로 구성돼 있었다.
사람들이 계속 밀려들어오니 캐리어를 들고 돌아다니기가 힘들었다. 결국 다른 층을 둘러보는 걸 포기하고 나왔다. 이후 중고 굿즈를 판매하는 가게로 이동했다. 비교적 한산한 편이라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다음은 애니메이트로 향했다. 층별 안내도를 보니 6층은 요스타 공식 스토어라고 적혀 있는 걸 발견했다. 블루 아카이브 공식 굿즈를 구경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곧장 6층으로 올라갔다.
6층에 도착하니 블루 아카이브 이외에도 헤븐 번즈 레드, 명일방주, 벽람항로 등 요스타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들의 굿즈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기자는 일편단심 블루 아카이브였으니 다른 건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직진했다.
굿즈는 아크릴 스탠드부터 배지, 공식 아트북, 코믹스, 보조배터리, 페로로 인형, 클리어 파일, 태피스트리, 장패드, 타월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애니메이션의 영향인지 대책위원회 관련 굿즈가 많았다.
애니메이트 구경을 마치고 남은 여운을 풀고자 정처 없이 떠돌기 시작했다. 아키하바라 역 출구 중 한 군데로 가니 다른 요스타 공식 스토어가 나왔다. 근처 기둥엔 네루와 아리스(메이드)가 역에서 나오는 이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역 앞 공식 스토어는 애니메이트에 있던 것보다 더 많은 굿즈가 진열돼 있었다. 3.5주년 라이브에서 공개된 신규 굿즈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출시한 공식 아크릴 스탠드가 대부분 있었다.
만약 더 이상 주문이 불가한 공식 굿즈를 구매하고 싶다면 이곳에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이미 컬래버레이션 굿즈를 여럿 사느라 예산을 초과했기에 추가 구매는 포기했다. 요스타 공식 스토어를 마지막으로 첫 일본 여행은 막을 내렸다.
그야말로 블루 아카이브만을 위한 여정. 하나의 테마와 목적으로 시작된 기자의 첫 일본 여행은 정말 만족스러웠고 블루 아카이브를 향한 애정이 다시금 샘솟았던 시간이었다.
presstoc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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