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경영 불확실성에도 하반기 채용문 연다
채용 한파 속 하반기 신입·경력사원 모집 시작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4대 그룹이 하반기 채용문을 연다. 경기 둔화, 내수 부진 우려 등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하반기 채용 시장이 어두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려는 움직임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달 중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돌입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매년 9월 초에 대졸 신입사원을 모집한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관련 소식이 전해질 전망이다. 채용이 시작되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관계사 20곳이 일제히 채용문을 열게 된다. 삼성의 공채 제도는 서류 전형, 직무적합도 평가, 직무적성검사(GSAT), 면접, 건강검진 등으로 이뤄진다.
채용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공채 특성상 예년(1만명 안팎)과 같은 대규모 채용이 예상된다. 1957년 국내 최초로 공채를 도입한 삼성은 현재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해당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고용 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미래 세대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삼성은 국내 최초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 제도 신설, 입사 자격 요건에서 학력 제외 등 인재제일 철학에 따라 능력 중심의 인사 제도 혁신을 지속해서 추진해 왔다.
SK그룹도 주요 계열사별 채용 절차를 밟고 있다. SK㈜ C&C는 19일까지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다른 계열사들도 하반기 채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날 하반기 신입·경력사원을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오는 10일부터 내년 2월 졸업 예정자 및 기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과 반도체 유관 경력 2∼4년차 대상 주니어 탤런트 지원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확보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반도체 기술 선점 차원의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에도 대규모로 신입·경력사원을 동시 모집한 바 있다.
현대차는 1~14일 신입사원 및 인턴 지원서 접수를 진행한다. 신입사원의 경우 학·석사 졸업 또는 졸업 예정자 대상으로 연구개발, 디자인, 생산·제조, 사업·기획, 경영 지원, 정보통신(IT) 등 6개 분야 36개 직무에서 인재를 모집한다. 현대차는 예측 가능한 상시 채용 원칙에 따라 매 분기 마지막 달 1일 채용에 나서고 있다.
기아는 오는 9일부터 23일까지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실시한다. 구매, 국내 생산 지원, 생산 기획, 재경, 경영 지원, 고객 경험, 특수 사업 등 19개 분야에서 채용이 이뤄진다. 기아는 이번 채용에서 다양성·형평성·포용성 관점을 반영해 다양한 인재를 선발, 창의적이고 포용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LG그룹도 전자를 시작으로 하반기 채용에 돌입했다. 지난달 28일부터 가전, TV, 전장 등 LG전자 사업부별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사업 분야에서 채용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4대 그룹이 일제히 하반기 채용에 나서면서 구직자들의 숨통이 일정 부분 트일 전망이다. 경기 부진에 따라 채용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앞서 경제단체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500대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한 곳은 10곳 중 4곳(42.5%)에 그쳤다. 수익성 악화와 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 경영(23.8%),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20.6%) 등이 이유였다.
4대 그룹은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사업 준비 차원의 기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신규 채용에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2022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일제히 고용 계획을 발표한 재계 총수들의 의지가 담긴 행보이기도 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당시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삼성은 이를 차질 없이 실행하고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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