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드론 승부수 띄웠다…러 본토 때려보지만 효과 '글쎄'

서혜림 2024. 9. 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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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전력·정유시설 대규모 공습, 전쟁 종식 위한 전략의 일환"
전황 바꾸지 못한 듯…젤렌스키, 푸틴에 고통 주는 데 여전히 고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러시아 기간시설에 대규모 드론 공습을 가한 것은 러시아에 종전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인들에게 전쟁 고통을 체감하도록 해 여론을 움직일 심산이지만 러시아의 더 거센 반격을 부를 뿐 목표한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2일(현지시간) 외신들을 종합하면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드론 공격은 러시아의 깊숙한 본토로 싸움터를 옮기고 2년 반 동안 지속된 전투에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의 일부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드론 150대 이상을 동원해 러시아 모스크바와 트베리의 전력·정유시설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모스크바 정유공장과 트베리의 코나코보 발전소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러시아 당국자들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 날 밤 연설에서 러시아를 겨냥한 드론 공격은 현지 대중이 우크라이나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전쟁을 느끼도록 해 종전을 끌어내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우리는 전쟁을 다시 밀어내야 한다"며 "테러범들은 전쟁이 무엇인지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화재 발생한 러시아 코나코보 발전소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과 서방의 전쟁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근 들어 종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2014년 강탈당한 크림 반도까지 모두 되찾기 전에 전쟁을 끝낼 수 없다던 기존의 경직된 메시지에서 이탈한 신호로 관측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7월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열전 국면"을 끝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같은 달 열린 한 기자회견에서는 종전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체인 평화회의에 러시아를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선회는 최근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휴전 협상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특히 러시아의 군사력 우위가 뚜렷한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크게 의존하는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갈림길에 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드론 공격을 비롯한 최근 우크라이나의 최근 움직임은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목표를 가진다고 분석한다.

협상 시점이 언제일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지만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협상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건 장기전의 무조건적 목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러시아의 철군을 수반하는 종전 협상을 앞당긴다는 야심 찬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승전 계획'을 담은 청사진을 이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시하기로 했다.

포크로우스크에서 대피하기 위해 기차에 오르는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여기에는 러시아 본토 점령, 내부 깊숙한 타격 등 군사작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평화회의 등 외교적 노력까지 망라된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지난 달 6일 단행한 러시아 본토 기습에 대해 "러시아가 공정한 (평화) 협상에 임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서방의 장거리 무기 사용 허가를 재차 촉구하며 "러시아에 평화를 강제하기 위해선" 효과적인 도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움직임은 종전과는 거리가 아주 멀어 보인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특히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요충지인 포크로우스크를 향해 빠르게 진격하고 있다. 포크로우스크는 주요 철도와 도로가 교차하는 병참 중심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새로운 본토 전투에 대응하기 위해 동부 전선의 병력을 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우크라이나군은 여전히 동부 전선에 크게 열세라고 짚었다.

러시아의 전력·정유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효과적이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드론 공습 후에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주요 도시는 정전 사태 등 없이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는 전날부터 연이틀 러시아의 공습을 받아 50명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난주에도 우크라이나 전역이 러시아의 드론 공습을 받으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WSJ은 "지금까지 러시아 영토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전반적인 전황을 바꾸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는 "푸틴에게 고통을 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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