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특검법’ 방향 틀고 압박하는 이재명…한동훈 지도부는 ‘의견 분분’
‘與도 내라’ 압박에…장동혁 “원내 설득 중” vs 김상훈 “당내 동의 받기 어려워”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안을 토대로 야권에 특검 최종 추천권을 부여하는 '제3자 추천 채해병 특검법'을 꺼내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도부 내부에서도 여전히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는 분위기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한 대표의 (채해병 특검법 관련) 의지는 변화 없다. 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했으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입법화는 다른 과정이다. 당내 동의를 받기 어렵다"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3일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1차 추천하고 야권이 최종 후보군을 압축하도록 한 '제3자 특검법' 최종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에 두 차례 무산되자, 여당도 수용할 수 있도록 '특검 추천 방식' 등 일부 방향을 선회해 세 번째 채해병 특검법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민주당의 이번 특검안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명단(4명)을 국회의장을 통해 야권(대통령이 소속돼있거나 소속됐던 교섭단체가 아닌 교섭단체 및 비교섭단체)에 전달하면 야권이 최종 후보군(2명)을 압축하도록 했다. 여기에 야당의 비토권(재추천요구권)도 명시됐다. 대법원장 추천 후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국회의장을 통해 후보 재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는 셈이다.
민주당은 본인들이 발의한 법안과 별도로, 국민의힘에 한동훈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 과정에서 제안한 '제3자 추천 채해병 특검법'을 직접 발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독자적 법안이 나오면 민주당 법안과 이견이 있는 부분을 조율해 하나의 최종안으로 병합하면 된다는 논리에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 같은 요구를 지난 1일 이뤄진 여야 당대표 회담을 통해 한 대표에게 재차 전달했다. 하지만 한 대표 측에선 여전히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2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동훈 대표가 (당시 회담에서) '우리는 한 명이 정한다고 다 따라가는 구조가 아니라 당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지, 우리가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표회담에 함께 배석했던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같은 방송에서 "이재명 대표가 '제3자 특검도 제보 조작도 다 수용했는데 통과되는 것 아닌가. 어려운 상황이란 걸 이해하지만 우린 다 수용을 했다'고 했더니 한동훈 대표가 '나는 낼 생각이다.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분명히 말씀하셨다"며 "제 메모와 기록에는 그렇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내부에서도 채해병 특검법 전략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모양새다. 친한(親한동훈)계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대표가 '특검법 발의 철회' 의사를 내보였다는 일부 관측에 대해 "특검법을 발의한다는 한동훈 대표 입장에는 변화 없다. 다만 당내 논의를 거쳐야 하고 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현재 그런 과정을 밟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반면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추진하겠다는 한 대표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제3자 특검법 이야기를 하더라도 입법화하는 과정은 별개의 과정이다. (한동훈 대표의 제3자 추천 특검법은) 당내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대표의 의사와 관계없이 특검법 당론 발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한편 한 대표는 앞서 6월23일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제3자 추천 특검법' 발의를 약속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며 "당대표가 되면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 발의 여부의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며 과거 대법원장이 특검을 지정한 전례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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