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400명 늘었다” 한국 떠나는 부자 1200명, 세계 4위…중기 도미노 폐업 막을 비책은 [매경포럼]
민생 현안인 상속세 개편은
8개 합의안서 빠져 아쉬움
中企 대표들 급속한 고령화
도미노 폐업 前 대책 나와야
지난 1일 여야 대표가 만나 ‘민생 중심’을 한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협의기구를 통해 양당의 공통 공약을 우선 논의하겠다고 한다. 일단 두 당의 정책에서 교집합의 실체를 인정한 것은 고무적이다. 22대 국회가 마냥 ‘마이너스 정치’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는 한 줄기 빛을 보는 듯하다. 다만 ‘공통 공약’이 최소한의 시늉에 그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표회담이 여론에 쫓겨 성사돼 ‘공통 공약’ 선정에 기 싸움을 피할 수 없겠지만, 맹탕인 협의기구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상속세 개편은 초고령화와 중소기업 폐업·지방 소멸 등의 현안이 얽힌 시급한 민생 과제다.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일본은 ‘2025년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가 한창이다. 일본의 경우 내년이면 인구 3명 중 한명은 65세가 넘고, 5명 중 한명은 75세를 웃돌게 된다. 당장 제조·건설·운송·의료 등의 분야에 인력 고갈이 비상이고, 고령화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불안해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도미노 폐업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그중 하나다.
일본 중소기업백서에 따르면 중기 대표의 평균 은퇴 나이는 70세 안팎이다. 그런데 2025년이면 중소기업 245만 곳의 대표(CEO) 나이가 70세를 넘어선다. 그중 127만명이 후계자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80년대만 해도 자녀의 가업승계 비율이 70~80%에 달했지만 이제 40%도 채 못 된다. 자신은 고생하며 회사를 운영했어도, 좋은 대학을 나온 자녀는 안정된 직장 생활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중소기업은 갈수록 인재 채용이 힘들어 성장이 불투명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은 한국보다 높은 55%에 달한다. 만일 후계자가 없어 중기·소상공인이 폐업할 경우 2025년 전후로 6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일본 정부는 예상한다. 이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감소도 22조엔(약 203조원)에 달한다. 백서는 “중소기업이 후계자를 정해도 상속·증여세, 승계인의 주식·사업 자산 매입 등 각종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가업을 승계하면 파격적인 상속·증여세 혜택을 주거나, 친족이 아닌 제삼자에게라도 승계될 수 있도록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일단 회사가 문을 닫지 않고 존속하는 것이 일자리와 국가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고령화가 가파른 국내 경영자도 남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제조 중소기업의 10곳 중 3곳은 대표 나이가 60세를 웃돈다. 펄프·종이 업종은 65세를 넘었다. 베이비붐 시기(1955~1963년생)에 태어난 경영자의 사업승계 여부를 방치하면 한국도 도미노 폐업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피할 수 없다.
그런 조짐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앤파트너스가 6월 발표한 ‘2024년 부자 이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1200명의 백만장자(금융자산 100만달러 이상 보유)가 이민을 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작년보다 400명 늘어난 규모로 중국(1만5200명),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어 전 세계 4번째로 많다. 자산가의 해외 이주는 상속·증여세 등 세금 부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백만장자 유입이 많은 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미국·싱가포르·캐나다·호주 순이다.
모처럼 여야가 상속세제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제 협의기구에서 한발씩 양보하며 상속세 개편에 성과를 이뤄내기 바란다. 집 한 채인 중산층은 상속세 부담을 줄이고, 기업은 최고세율을 낮춰 존속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길이 중·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의 폐업을 최소화해 일자리를 지키고 지방 소멸도 막을 최선의 방안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군대서 만난 남편과 결혼”...미인대회 결승 진출한 여성의 정체 - 매일경제
- “낼 모레 60인데”...국민연금 가입기간 못채운 207만명, 그런데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 매일경
- [속보] 국군의날 임시공휴일 지정…오늘 국무회의서 의결키로 - 매일경제
- “불법도박장 12곳 운영” 한소희 모친 전격 구속…과거 행적들도 다시 관심 - 매일경제
- 올해 국군의날 임시공휴일 지정…오늘 국무회의 의결 - 매일경제
- 오늘의 운세 2024년 9월 3일 火(음력 8월 1일) - 매일경제
- “간도 크네”…회사 몰래 암호화폐 서버 꾸리고 채굴한 식품연 실장 ‘해임’ - 매일경제
- “엄마, 오늘도 또 꽃게 먹으라고?”…가격 착해진 해산물, 온난화 역설 - 매일경제
- “재택 근무자는 웹캠 켜라” 삼성서 일어난 일…전 계열사 확산될까, 직원들 발칵 - 매일경제
- “지금껏 뛰었던 곳 중 가장 큰 클럽” 황인범, ‘송종국·김남일·이천수’ 품었던 네덜란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