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도서관 잃은 사람들의 빛 잃은 세상과 보이지 않는 눈물
더스쿠프-가톨릭대 공동기획
視리즈 ESG의 이해와 전망❺
불꺼진 점자도서관의 자화상 2편
교육기관 부족해 점자 문맹률 높아
정부가 그나마 관련 정책 세웠지만
일상에서 쉽게 점자 접할 수 있도록
정책에 시각장애인 의견 반영해야
우리는 '불꺼진 점자도서관의 자화상' 1편에서 이용객이 적다는 이유로 사라지고 있는 점자도서관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문제는 점자도서관의 존폐 여부를 '이용률'로만 따져선 안 된다는 점이다. 시각장애인 10명 중 9명은 점자를 읽지 못할 정도로 '점자 문맹률'이 높아서다. 그렇다면 정부는 점자 교육을 위한 정책은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불꺼진 점자도서관의 자화상' 2편이다.
몇몇 점자도서관이 문을 닫고 있다. 그중 서울점자도서관이 문을 닫은 지 9개월이 흘렀다. 폐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유는 예산이 줄어서다. 서울시는 장애인도서관 지원예산 중 70%를 균등배분, 30%를 차등배분하고 있다.
서울점자도서관은 다른 장애인도서관보다 이용객이 적은 탓에 차등배분 항목의 지원이 줄었다. 지난해 12월 문을 닫은 서울점자도서관의 폐관 이유는 숱하지만, 그중 하나가 시각장애인들의 점자도서관 이용률이 적어서란 얘기다. 이용객이 많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까.
이 지점에선 생각해볼 점이 있다. 현시점에서 점자도서관의 이용률은 획기적으로 높아지기 어렵다. 국립국어원이 출간한 '2021년 점자 출판물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등록 시각장애인 수는 총 25만2703명이다. 그중 점자 사용이 가능한 비율은 9.6%에 불과하다. 점자를 사용할 수 없는 이들이 10명 중 9명이란 얘기다.
시각장애인의 점자 문맹률이 높은 원인은 교육기관이 부족해서다. 성인 시각장애인의 경우, 주로 시각장애인 복지관과 각 지역 시각장애인연합회, 몇몇 장애인도서관(점자도서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 있는 시각장애인 복지관은 15개에 불과하다. 시각장애인의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여기까지가 대학생 기사취조단 '불꺼진 점자도서관의 자화상' 1편에서 살펴본 내용들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가 관련 정책을 세웠다는 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초 제1차 점자발전기본계획의 한계를 보완한 제2차 점자발전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후천적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배우기 쉽지 않은 실정을 고려해 올해 점자교육원 6곳 신규 지정을 시작한다.
아울러 2028년까지 전국 17개 광역시ㆍ도에 점자교육원을 1곳씩 지정해 교육을 지원할 예정이다. 점역교정사, 점자 교원 등을 위한 대상별 맞춤형 표준 교육과정과 교재도 개발해 점자교육원을 중심으로 현장에 적용하고 보급할 계획이다.
문제는 정책의 실효성이 있느냐다. 점자 관련 정책을 수립한 건 반가운 일이지만 점자 문맹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지는 의문이다. 점자 보급률을 높인다고 해도 사용할 곳이 적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점자 교육에 앞서 점자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서인환 장애인인권센터 소장은 "제2차 점자발전기본계획은 한계를 갖고 있다"며 "점자 교육과 점자문화진흥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맹인과 저시력장애인, 그리고 중도장애인이 점자를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정책이 점자 교육과 보급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상에서 점자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마트에서 먹거리를 살 때도,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탈 때도 시각장애인은 '점자 없는 현실'을 마주하기 일쑤다. 마트의 사례를 살펴보자. 2021년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식품산업협회 협조를 통해 161개 식품업체 회원사를 대상으로 현황조사를 한 결과, 154개사(95.0%)가 점자표시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시각장애인 식품 점자표기 실태조사' 결과도 맥이 같다. 음료ㆍ컵라면ㆍ우유 제품의 점자 표기 실태를 조사한 결과, 321개 제품 중 점자 표시율은 37.7%(121개)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점자표시 제품의 활용성이 높은 것도 아니었다. 점자 표시가 있는 121개 제품을 대상으로 세부내용(표시내용ㆍ가독성 등)을 조사한 결과, 음료(94개) 중 85.1%(80개)가 '음료' '탄산'이란 점자만 기록했다. 불과 14.9%(14개) 제품만이 칠성사이다 같은 제품명을 표시했다.
시각장애인 김명수(32ㆍ가명)씨의 말을 들어보자. "시각장애인의 가장 큰 어려움은 점자를 알고 있어도 이를 활용할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트 식료품에 찍힌 점자들은 제대로 적혀있지 않거나 흐릿해 읽기 힘들다.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에도 점자 안내문이 없어 이용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 우선 일상생활에서 점자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말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정책을 수립할 때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 할 이유를 설명해준다. 공급자의 입장에서 정책의 골격을 세우면 사용자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실제 고객을 인터뷰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ESG 생태계 속 이해관계자들의 수요 조사와 만족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윤진 ESG연구소 대표는 "시각장애인 ESG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과 일상생활에서 점자를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는 데 동의한다"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인프라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의 공간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고 간단하다. 시각장애인의 목소리를 듣는 거다. 그게 ESG 정책의 출발점이다.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hongsam@thescoop.co.kr
신서윤 국제학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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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주 사회복지학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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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규 경영학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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