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에도 정장 입고 법정 선 'BJ 수트'…'코인 사기' 이례적 중형 왜?

박수현 기자 2024. 9. 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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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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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프리카TV 코인게이트'의 중심에 있었던 인터넷 방송인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120여명에게 11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편취하고, 회삿돈을 횡령해 2억원가량의 아프리카TV(현 SOOP) 별풍선을 구매한데다 마약까지 매수한 혐의가 모두 합쳐진 결과다.

이는 사기 사건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무거운 형량이다. 재판부는 피해 규모가 크고 죄책이 무거워 권고형의 상한을 벗어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피고인은 범죄사실이 알려지는 걸 막기 위해 유튜버들에게 5200여만원을 건넸지만 보도를 막지는 못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강민호)는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4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모씨(32)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한때 'BJ 수트'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던 서씨는 이날 구속 상태임에도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서씨는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피해자들에게 본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발행한 가상자산(코인)이나 사업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고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기 피해자는 모두 120여명, 피해금은 110억원을 넘어섰다.

대부분 피해는 코인 사기에서 발생했다. 서씨는 2021년 3월부터 12월까지 피해자 다수에게 A코인을 판매하고, 의무보유(락업) 기간을 뒀다가 상장에 성공하면 A코인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코인 판매단가는 10원, 20원, 100원, 140원 등으로 매수인마다 제각각이었다.

서씨가 판매한 코인은 실제로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한 곳에 상장됐다. 그러나 서씨는 상장 이전에 B씨에게 피해자 소유의 코인 37억여개를 포함한 A코인 49억7950만여개(전체 발행량의 99.59%)를 판매하고, 그 대가로 25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받았다.

자신이 팔았던 코인까지 모두 넘겨버린 서씨는 피해자들에게 "A코인은 국내 거래소 상장이 불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투자 가치가 있는 C코인으로 전환하라"고 권유해 피해자 소유의 A코인을 모두 C코인으로 전환시켰다.

서씨가 2021년 6월 아프리카TV에서 코인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 방송을 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서씨는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성공한 사업가로 소개하며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BJ(개인방송 진행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기도 했다. 명품을 선물하거나 고급 호텔을 예약해주면서 재력을 과시하고, 본인 회사에서 발행한 코인에 대한 홍보를 부탁하거나 투자를 권유했다.

한 BJ는 고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서씨의 말에 속아 2021년 4월 12억원을 건네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BJ는 아프리카TV 코인게이트가 알려지자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다, 지난해 소송을 제기해 원금에 더해 지연손해금까지 받을 수 있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서씨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회사 법인계좌에 있는 돈으로 아프리카TV 별풍선 1억9758만원어치를 구매해 업무상 횡령 혐의도 받았다. 2022년 9월22일 마약 판매상에게 150만원 상당의 코인을 이체하고 액상대마를 구매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서씨는 재판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서씨가 피해자들에게 받은 투자금 대부분을 개인 채무 변제나 이른바 '돌려막기'를 위해 사용했고, 처음부터 사업을 진행해 수익금을 지급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다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저지른 사기 범행의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수, 범행의 횟수와 기간, 기망 내용의 실체 여부 등을 고려할 때 죄책이 매우 무겁다"라며 "다수 피해자가 발생했고 피해 금액이 적지 않음에도 피해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대다수 피해자는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죄책에 상응하는 형벌은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를 초과한다고 보이므로, 권고형의 상한을 벗어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범행을 인정하고 벌금형을 초과하거나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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