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네타냐후 버텨낼까…나라 두동강·동맹은 제재성 조치

김상훈 2024. 9. 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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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전 후 최대 70만 반정부시위…극우는 시위 비판·총파업 불참
바이든 "휴전 노력 부족" 타박…영국, 일부 무기 수출허가 중단
'중동 불사조' 또 시험대…"선택지 줄고 어느 때보다 어려워질 것"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살인마로 묘사한 이스라엘 시위대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11개월 가까이 인질 구출 수단으로 강력한 군사적 압박을 고집하며 휴전을 거부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6명의 인질 사망으로 다시 한번 벼랑에 몰렸다.

국내에서는 이스라엘 각지에서 수십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외친 반정부 구호와 함께 최대 노동단체의 총파업이 더해졌고, 그동안 이스라엘의 전쟁 기조를 비판적으로 지지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놓고 네타냐후의 불성실한 휴전 협상 태도를 질타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는 전날 하마스에 잡혀갔던 인질 6명이 무더기로 가자지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후 휴전 및 인질 석방 합의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시위에는 인질 가족 모임 추정 70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인질 석방 합의를 미뤄온 네타냐후 정부를 질타했다.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최대규모의 반정부 시위였다.

회원 80만명에 달하는 최대 노동운동 단체인 히스타드루트(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의 총파업까지 겹치면서 이스라엘의 관문인 벤구리온 국제공항과 주요 항구, 대학, 쇼핑몰 운영은 물론 버스와 경전철 등 대중교통도 일시 마비됐다.

이스라엘 우파 연정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노동법원의 제동으로 총파업은 중단됐지만 인질 및 실종자 가족 모임은 예루살렘에 있는 총리 공관은 물론 지중해 해변 도시 카이사레아에 있는 총리 사저 밖에서도 "그가 떠날 때까지, 그가 책임질 때까지 등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충돌했다.

인질 석방 합의 촉구하는 이스라엘 시위대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전에도 인질 석방 촉구 시위는 있었지만, 전쟁 발발 11개월째를 향해가는 시점에서 무더기 인질 사망이 부른 이번 시위에서는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대중의 분노가 이스라엘을 휩쓸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일간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 영구 언론은 이번 시위가 휴전과 인질 석방 촉구 움직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네타냐후 정권 전복과 조기 선거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을 비롯한 네타냐후의 극우 파트너들은 시위대가 하마스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의 꿈을 채워주고 있다고 했고, 우파 성향의 일부 도시들과 정착촌은 노동단체의 총파업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60여명만 생존한 것으로 알려진 인질을 두고 이스라엘이 둘로 갈라진 셈이다.

가자 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를 놓고 둘로 갈라진 양 진영 간의 긴장은 남은 인질들을 산채로 구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줄어들면서 점점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30대 자녀가 아직도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있는 조나단 데겔-첸은 "만약 우리가 이 정부의 자격을 박탈하지 못한다면, 모든 인질이 하마스에 붙잡힌 상태로 죽을 것이라는 증거가 여기 있다"며 "정치적인 고려와 권력 유지 이외에 네타냐후가 협상 타결을 거부하는 타당한 이유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하마스 소탕전을 비판적으로 지지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휴전안에 합의하지 않는 네타냐후 총리가 합의를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협상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영국은 국제 인도주의 법 위반 위험이 있다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허가 중 군용기와 헬기, 드론 부품 등에 대한 허가를 중단시키기로 했다. 강력한 협력 파트너이자 동맹 관계인 이스라엘에 제재성 조처를 한 셈이다.

가자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에 일부 무기 판매를 중단한 서방 주요 동맹국은 영국이 사실상 처음이어서, 이스라엘 정부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필라델피 통로에 군 병력 유지하겠다는 네타냐후 총리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330일 넘게 휴전 및 인질 석방 합의 압박을 견뎌온 네타냐후 총리는 아직 흔들리지 않고 있다.

휴전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완충지대 '필라델피 통로'에서 이스라엘군을 물리라는 하마스 측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악의 축(이란과 대리세력)이 필라델피 축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영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필라델피 통로는 하마스에 산소와 재무장을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필라델피 통로에 병력을 유지하겠다는 고집 때문에 인질이 죽었다는 비판도 일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이 죽은 건 그 결정 때문이 아니다. 하마스가 합의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먼저 벌어진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스라엘 역대 총리 중 최장수 재임 기록을 가진 네타냐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치적 생존 능력으로 그동안 사법부 무력화 입법 반대시위 등 엄청난 반정부 움직임을 이겨내고 권력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6명 사망을 계기로 높아진 압박에도 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질 6명의 사망에 따른 대규모 시위 이후 네타냐후의 선택지는 어느 때보다 좁아졌으며, 많은 인질이 사망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국민의 상심과 좌절, 분노 속에 네타냐후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CNN 방송은 전망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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