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아 학생들 만나러 무작정 떠난 일본 여행
"블루 아카이브의, 블루 아카이브에 의한, 블루 아카이브를 위한 "
지난 8월 28일부터 31일까지 3박 4일간 일본 도쿄로 여행을 다녀왔다. 목적은 오로지 블루 아카이브 오프라인 이벤트를 맛보기 위해서다. 3.5주년 방송 때 오프라인 이벤트들이 공개되는 걸 보며 문득 '직접 일본에 가서 이벤트들을 경험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볼 생각만 했지 곧장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다. 기자가 비행기를 타 본 건 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으로 제주도에 갔던 것이 전부다. 32년 살면서 떠나는 첫 해외여행을 혼자 가려고 하니 온갖 걱정이 샘솟았기 때문이다.
먼저 최대한 여행 기간 동안 오프라인 이벤트들을 경험할 수 있는 날짜를 찾았다. 8월 말에 종료되는 이벤트와 새로 시작하는 이벤트가 몰려 있었다. 모든 걸 즐길 수 있는 최적의 날짜를 도출했더니 28일부터 31일까지였다.
여행 날짜가 정해진 다음엔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해당 기간에 맞는 비행기표와 숙소 예약부터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했고, 날마다 어떤 행사들을 갈 것인지 대략적인 계획을 세웠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여행을 떠나는 일만 남은 상황에서 여러 위기가 닥쳐왔다. 일본 내에 큰 지진이 발생해 대지진 주의보가 발령되고 지속적으로 태풍도 발생했다. 이는 마치 여행을 가지 말라는 하늘의 뜻이라는 착각을 들게 만들었다.
사실 날씨는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블루 아카이브 행사를 가는데 날씨가 왜 중요하리. 가장 큰 걱정은 행사 입장 자체였다. 8월 30일, 31일 한정으로 3.5주년 팝업 스토어가 행사장 안전을 위해 추첨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만약 추첨에서 떨어진다면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처음엔 이틀 중 하루만 선택해서 추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당연히 당첨되더라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참여 가능한 30일을 골랐다. 나중에 31일도 신청 가능하게 변경되면서 양일 모두 신청한 뒤 기도를 올렸다.
이때만 하더라도 대지진 주의보 발령이 해제되고, 태풍도 지나간 터라 여행을 가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추첨을 앞두고 새로운 태풍 '산산'이 일본에 접근하면서 위기감을 조성했다. 이에 기자는 추첨에서 떨어질 경우 여행을 취소하는 것도 고려했다.
드디어 다가온 추첨 발표일. 하늘이 도왔다고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양일 모두 당첨되면서 여행이 확정됐다. 시간도 모두 오전이라 이틀 연속 방문이 가능했다. 그렇게 블루 아카이브를 위한 기자의 첫 해외여행이 시작됐다.
■ 1일 차 '나 혼자 간다'
오전 9시 45분 비행기라서 오전 5시 10분 공항 리무진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2시간도 자지 못했지만, 첫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도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선 탓인지 졸리진 않았다.
공항에 도착한 뒤, 곧장 항공권을 출력하는 장소로 향했다. 항공권 출력은 기계의 안내대로 하니까 크게 어렵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아침을 간단히 먹은 뒤 입국 심사를 진행했다.
처음치곤 무사히 잘 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 찰나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면도크림을 넣어둔 걸 깜빡해 보안검색대에서 걸린 것이다. 돌아가서 위탁 수하물을 맡기는 방법도 있었지만 잘 몰라서 폐기하고 넘어갔다.
이후 무사히 2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방법을 알아보던 중 '스카이라이너'라는 존재를 알게 됐다. 스카이라이너는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중심까지 40분이면 가는 고속 열차다.
종점에서 숙소까지 가깝기도 하고, 도쿄메트로 자유이용권도 묶어서 팔고 있어 바로 구매했다. 스카이라이너 왕복권과 도쿄메트로 자유이용권 3일 치가 5,600엔이었다. 편도가 2500엔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무엇보다 1분 1초가 소중한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다른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스카이라이너 덕분에 다른 방법보다 40분가량을 절약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는 아키하바라에 잡았다. 3.5주년 팝업 스토어의 개최 장소가 아키하바라기도 하고, 오타쿠 성지를 몸소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침 역도 가까운 숙소가 있었기에 나쁘지 않았다.
숙소에 짐을 두고 곧장 오늘의 목적지인 시부야로 향했다. 시부야 츠타야 서점에서 진행 중인 블루 아카이브 컬래버레이션을 구경하기 위함이었다. 다행히도 숙소 근처에 있는 스에히로초역에서 전철을 타면 한 번에 갈 수 있었다.
시부야 츠타야 서점은 역에서 가까웠다. 시부야의 명소 중 하나인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바로 보였다. 츠타야 서점에 들어가니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가 열리고 있어 사람들로 가득했다.
처음엔 1층에서만 하는 건 줄 알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블루 아카이브는 끝난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건물 전체가 츠타야 서점이었고, 블루 아카이브 굿즈는 다른 층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컬래버레이션이 끝나가는 시기였기에 일부 굿즈는 매진된 상태였다. 구매하고 싶었던 미카와 나기사의 메가 아크릴 스탠드 당연히 없거니와 레이사도 없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가긴 아쉬우니 미카와 나기사의 기본 아크릴 스탠드를 구매했다.
시부야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또 다른 목적 중 하나인 '로손' 컬래버레이션을 위해 움직였다. 로손 컬래버레이션은 모든 매장 내에서 한정 굿즈를 얻을 수 있는 이벤트였다. 이벤트가 시작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기자의 착각이었다. 아직 모든 매장에 공급이 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이미 매진된 건지 알 수 없지만 굿즈가 없는 매장이 많았다. 매장에 굿즈가 있어도 문제였다. 인기 캐릭터인 히나와 아코의 굿즈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일본 내 로손 매장이 많으니 여행 중에 하나 정돈 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마음속으로 위안을 삼으며 여행 1일 차를 마무리했다.
■ 2일 차 '학생들과 온천을 즐기다'
여행 2일 차의 주 목표는 온천 컬래버레이션이었다. 이번 온천 컬래버레이션은 세이부치치부역 앞에 위치한 '마츠리노유'에서만 진행됐다. 세이부치치부는 도쿄가 아닌 사이타마 지역에 위치해 있어 세이부선을 추가로 이용해야 했다.
세이부선의 경우 도쿄 내에선 이케부쿠로역을 통해서만 환승이 가능했다. 또한 세이부선은 도쿄메트로 자유이용권을 사용할 수 없어 별도로 표를 구매해야 했다. 생각 없이 자유이용권만 사용하던 기자에게 새로운 시련이 찾아온 것이다.
매표기 사용법을 검색하던 와중에 여행객 한정으로 구매 가능한 '세이부 원데이 패스'라는 존재를 알게 됐다. 해당 패스는 하루 동안 세이부선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이다.
이케부쿠로에서 세이부치치부까지 편도로만 1,000엔이 넘는다. 다시 돌아오는 것까지 생각하면 2,000엔이 넘는 비용이 나간다. 하지만 세이부 원데이 패스는 1,000엔만 내면 왕복을 할 수 있다.
만약 블루 아카이브 온천 컬래버레이션을 즐기고자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 선생님이 있다면 세이부 원데이 패스를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이를 구매하면 안내 데스크에서 세이부치치부역까지 어떻게 가는지 친절히 안내해 준다.
세이부 원데이 패스는 일반 표와 달리 크기카 커서 개찰구로 통과하는 게 불가능하다. 개찰구 옆에 별도의 통로로 가서 표를 제시하면 입장 날짜를 종이에 찍어준다. 해당 날에만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처음 입장하고 오른쪽에 세이부치치부로 가는 기차가 보여서 곧장 탑승했다. 나중에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더니 정해진 자리를 찾아가는 걸 보고 무언가 아닌듯한 느낌이 들어서 나왔다.
나중에 안내 데스크에 가서 물어보니 해당 기차는 세이부치치부까지 바로 가는 특급 열차로 추가 비용을 내야 탈 수 있다고 설명해 줬다. 이후 제대로 알려준 기차를 타고 세이부치치부역으로 향했다.
이케부쿠로와 세이부치치부는 세이부선의 끝과 끝이었다. 약 2시간을 달리고 나서야 오늘의 목적지인 세이부치치부에 도착했다. 마츠리노유는 세이부치치부 에키마에(역앞)라는 이름답게 역을 나가서 바로 왼쪽으로 가면 바로 나온다.
입구를 들어가면 각종 기념품 가게들이 반겨준다. 기념품 가게 한쪽엔 이번 컬래버레이션 기념 굿즈들이 배치돼 있어 지나가는 선생님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념품 구역을 지나가면 곧이어 여러 음식을 파는 푸드코트가 나온다. 컬래버 한정 음식들이 푸드코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푸드코트까지 지나가면 온천으로 가는 입구가 나온다.
입구를 들어가면 신발장이 나온다. 원하는 신발장에 신발을 넣은 뒤 열쇠를 들고 카운터로 가면 된다. 들고 온 열쇠를 카운터에 가져가면 일반과 컬래버 티켓 중 어느 걸 구매할지 묻는다. 기자와 같은 목적으로 가는 선생님이라면 "코라보"라 답하자.
컬래버 티켓을 구매하면 수건 2장과 함께 백야당, 온천개발부, 음양부 캐릭터가 그려진 손수건을 무작위로 지급한다. 기자는 백야당을 받았다. 수건들을 다 받았다면 2층으로 향하면 된다.
2층으로 올라가면 안마의자에 앉아 TV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시간이 없어서 이용해 보진 못했으나, 300엔을 내고 실내복을 구매한 뒤에 이용 가능한 듯싶었다. 반대편으로 걸어가면 남녀로 나눠서 들어가는 공간이 나온다.
온천 이용 방법은 국내 대중목욕탕과 동일하다. 로커로 가서 옷을 벗은 뒤, 지급받은 수건 중 작은 걸 가지고 탕으로 가면 된다. 이때 신발장 번호와 로커 번호는 아무런 연관이 없으니 편한 자리를 선택하자.
탕 종류는 실내탕 3개, 노천탕 4개다. 실내에는 수압으로 마사지를 해주는 탕이 시원하고 좋았다. 노천탕 중에선 바닥에 누워서 즐기는 탕이 하나 있다. 눕는 순간 몸이 반쯤 잠겨서 쉴 수 있다. 잠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편안했다.
온천욕을 충분히 즐겼다는 생각이 들어 밖으로 나갔다. 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탕 안에 있을땐 그렇게 오래 머물렀다는 느낌이 없었다.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니 탈의실에 비치된 우유 자판기가 눈에 들어왔다. 애니메이션에서 늘 목욕을 마친 다음 우유를 마시는 이유가 궁금했기에 한 번 마셔봤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우유가 맛있었다.
계산은 나갈 때 한 번에 정산하는 후불제다. 입장료를 포함해 시설 내에서 실내복을 사거나 우유를 구매한 돈 등을 한 번에 정산한다. 카운터 뒤편에 있는 길을 지나면 있는 기계에서 하면 된다.
계산을 마친 뒤 컬래버 메뉴를 맛보고자 곧장 푸드코트로 향했다. 푸드코트는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면 번호표를 발급받는 방식이다. 안내 음성으로 번호를 호명하면 번호표를 보여주고 음식을 받으면 된다.
기자는 이를 위해 여행까지 왔으니 즐기자는 생각으로 컬래버 메뉴를 전부 주문했다. 그러나 나중에 음식을 받을 때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음식을 받으러 가면 번호표를 보여줘 주문한 메뉴가 맞는지 확인한다. 빙수와 라무네, 떡꼬치가 한 번에 나와서 가지러 갔으나 라무네의 번호표만 없었다.
번호표를 2개만 보여주자 직원은 바로 라무네를 뺐다. 기자는 라무네를 돌려받기 위해 열심히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점장이 와서 확인하더니 내가 주문한 메뉴를 모니터로 확인하고 라무네를 돌려줬다.
컬래버 메뉴라고 포장이나 장식은 블루 아카이브 캐릭터들로 돼있다. 특히 가츠동에 놓여진 김은 먹기 아까웠다. 맛은 딱 푸드코트에 걸맞은 평범한 맛이었다. 컬래버레이션 메뉴가 아니었다면 굳이 먹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음식 퀄리티에 비해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했다. 메뉴를 하나 주문할 때마다 붙어서 오는 건 캐릭터 코스터 한 개다. 하지만 돈 낭비라는 걸 알아도 학생들을 보기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돈을 쓰는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다.
식사를 마친 뒤, 곧장 기념품 가게로 향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떤 굿즈들을 구매할지 미리 정해뒀으나, 막상 눈앞 놓인 굿즈들을 하나씩 구경하니 살 생각이 없던 굿즈도 구매하게 됐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아키하바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브컬처의 성지 이케부쿠로도 둘러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져 다음을 기약하고 둘째 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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