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위원 8년-협회장 5년' 유승민 "탁구 하나만 봤다, 아쉬움은 없어" [창간20 인터뷰]
유승민(42) 대한탁구협회장이 지난 2024 파리 올림픽과 8년 간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 활동을 돌아봤다.
한국 탁구는 파리 올림픽에서 큰 성과를 거둔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삐약이' 신유빈(20·대한항공)과 임종훈(27·한국거래소)이 혼합 복식에서, 신유빈·전지희(32·미래에셋증권)·이은혜(29·대한항공)가 여자 단체전에서 각각 동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탁구에는 2012 런던 대회 오상은-유승민-주세혁이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후 12년 만의 메달이었다.
대한탁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가 선수들의 메달 수확에 큰 힘이 됐다. 선수들에게 1인 1실을 배정했고 언론 인터뷰와 동선·시간도 효율적으로 짜 컨디션 관리를 최우선으로 했다. 선수마다 최소 1명 이상의 훈련 파트너가 있었던 중국·일본과 달리 AD 카드 부족으로 훈련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는 유승민 회장이 직접 라켓을 쥐고 연습 상대가 되기도 했다.
유승민 회장은 협회가 하나로 뭉치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유 회장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IOC 선수위원에 당선됐고 2019년 6월부터는 대한탁구협회장을 맡았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탁구 단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영웅이 됐던 그는 20년 후인 이번 대회에서는 행정가로서 또 한 번 조국에 메달을 안겼다. 파리 올림픽을 끝으로 8년간의 IOC 선수 위원 자리를 내려놓은 유 회장은 올해 12월 대한탁구협회장으로서 책무도 마감한다.
스타뉴스가 창간 20주년 인터뷰를 위해 유 회장을 만난 날(8월 23일)은 마침 아테네 올림픽에서 그가 금메달을 목에 건 지 딱 20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금도 짜릿하다"고 표현한 유 협회장은 "이번(파리 올림픽)에도 많은 분이 중국 탁구는 기계라고 표현하시던데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잘하는 선수들을 이기고 내가 금메달을 딴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다음은 유 회장과 일문일답.
▶ 선수 때만큼 열심히 했다. 대회를 준비하는 느낌으로 하다 보니 8년이 금방 지나간 것 같다. 나도 처음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래도 선수 때 하던 정신으로 도전하다 보니 쉽게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내가 가진 장점 중 하나가 부지런함이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하면 분명히 길이 있다는 걸 느꼈다.
- IOC 선수 위원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점이 있다면.
▶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장을 맡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보면서 꿈을 키웠던 내가 30년 뒤 자국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에 선수들의 장(長)으로 함께 호흡하고 그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영광이었다. 그 대회를 잘 치르면서 정말 뿌듯했고 자랑스러웠다. 나 자신도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였다. 또 여러 악재 속에서도 멋지게 대회를 치러낸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웠고,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스포츠가 가진 힘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 대한탁구협회장으로서 5년을 돌아본다면.
▶ 굉장히 바쁘게 지냈다. 한국 탁구계는 여러 세대가 있는데 나를 중심으로 많은 선후배가 하나로 단결해주신 것 같다. 사실 내가 37세에 처음 회장직을 맡았을 때 많은 탁구인이 반신반의하셨을 것이다. 그래도 묵묵히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셨다. 함께 힘을 모아준 탁구인들에게 이 기회를 빌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 의견 차이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을 강조해 하나로 뭉치게 했나.
▶ 사실 탁구 하나만 보면 된다. 현장의 선수와 뒤에서 감독이 바라보는 관점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건 선수다. 선수의 느낌이 더 맞다고 본다. 협회도 마찬가지다. 모든 의견이 다르겠지만,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회장인 나다. 결정할 때는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수 시절처럼 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때는 과감하게 했다.
▶ 그동안 아쉬웠던 건 선수들의 경기력이었다. 하지만 2021년 휴스턴 세계선수권대회, 지난해 더반 세계선수권대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번 올림픽까지 순서대로 경기력이 올라오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고 생각해 그 아쉬움마저 사라졌다.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건 탁구 프로 리그 출범이다. 프로 리그를 만들면 TV에 노출되는 횟수가 늘어나고 탁구인들도 볼 수 있는 경기가 늘어난다. 파리 올림픽 전부터 탁구 전용 채널을 만들려고 추진 중이다. 임기 내 마지막 바람이 프로 리그의 정착과 탁구 채널 개설이다. 지금 당구와 골프는 전문 채널이 있다. 난 이 두 가지가 탁구 붐을 지속해서 일으키는 데 있어 필수 조건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는 2023 평창 아시아 선수권대회, 2024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등 국제 대회를 유치한 것이다. 두 대회 모두 수익이 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이젠 스포츠 대회가 돈 먹는 하마가 아니라 흑자를 낼 수 있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굉장히 뿌듯하다.
- 10점 만점에 점수를 매긴다면.
▶ 난 금메달을 땄을 때도 10점 만점에 10점을 주지 못했다. 내 점수는 탁구인들이 매겨주실 거라 생각한다. 다만 스스로 아쉬운 점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내 능력 밖의 것은 탁구인 모두가 힘을 모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 지난 20년을 선수로 10년, 행정가로 10년 뛰었다, 앞으로 20년은.
▶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조금 더 체육계에 목소리를 내고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들은 젊다고 하지만, 나도 8살 때부터 탁구를 했고 한 분야에서 35년이면 원로다. 지금은 올림픽에 나간 20대 선수들이 자기표현을 확실히 하는 시대다. 나도 내가 가진 노하우와 경험을 사장하고 싶지 않다. 동료 선수와 지도자들을 위해, 대한민국 스포츠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변화를 위해 내 역할이 있다면 어디든지 가서 해보고 싶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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