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민 누구나!…'평생' 반려동물 지킴이,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
[편집자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은 ‘정책’의 기획과 실행 능력으로 평가된다. 한정된 예산으로 얼마큼 효율적인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주민 삶은 크게 달라진다. 우리 동네에 ‘안심가로등’을 설치하는 것부터 출산과 양육 지원까지 모두 정책의 영역이다. ‘체험 세상을 바꾸는 정책’은 기자가 직접 정책 현장을 찾아가는 코너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해당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한다. ‘더 좋은 정책’을 위해 대안을 제시, 독자들과 정책 대상자들에게 사랑받는 코너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오늘 공공진료센터에 온 김에 콩이 동물등록도 하고 피검사랑 엑스레이 검사도 할게요.”
지난 8월 16일, 경기 김포시 운양역환승센터 1층에 위치한 ‘김포시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에 7살 콩이와 반려견주가 방문했다. 콩이의 보호자인 박현옥씨는 “TV를 보다 김포시에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콩이가 7살인데 건강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어 좋은 기회일 것 같아 어렵게 예약했다”고 말했다.
김포시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는 김포시 민의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기초검진, 사전 건강관리를 제공한다. 반려동물 중 개와 고양이가 대상이다. △담양군 △순천시 △성남시가 유기동물 또는 취약계층에 한정해 반려동물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지만 전 시민을 대상으로 대상을 확대한 것은 김포시가 최초다.
기본 상담 및 진찰은 무료이며, △엑스레이 촬영 △광견병 예방접종 △혈액(전혈구)검사 비용 등은 일반 병원과 비교했을 때 저렴하다. 취약계층(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과 65세 이상 1인 가구에겐 진료가 무료로 제공되며, 심장사상충 예방접종과 종합백신 접종 시에는 진료비를 지불해야 한다.
김포시가 그린 공공진료센터의 청사진은 ‘반려동물 보건소’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 반려동물을 가족구성원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공공이 개입해 복지의 영역에서 정책을 펼친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지난 7월 1일 ‘민선 8기 2주년 기념 시민과의 대화’에서 “반려동물이 누릴 최소한의 서비스는 공공이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추진한 사업”이라며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 사업의 추진 이유를 밝혔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궁금했던 반려동물 건강상태 진단 기회 제공
“콩이 앞다리에 털이 빠지고 상처가 생기는데 왜 그런 걸까요?”
“혹시 콩이가 마당에서 생활하나요? 반대편 앞다리에도 동일한 상처가 있죠? 이건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상처가 생기고 굳은살이 밴 거예요.”
엑스레이 촬영과 피검사에 앞서 수의사와 콩이 견주의 기본 상담진료가 시작됐다. 콩이 견주인 박현옥씨는 그동안 콩이를 돌보며 궁금했던 내용들을 쏟아냈다. ‘사료를 덜 먹는 것 같은데 건강은 괜찮은 것인지’, ‘귀를 자꾸 건드리는데 아픈 곳은 없는지’ 등 일반병원에 방문해 진료를 보기엔 애매하지만 평소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수의사는 콩이 무게에 적당한 사료량은 얼마큼인지, 현재 먹고 있는 사료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등 친절히 답했다.
엑스레이 촬영과 혈액(전혈구)검사 판독까지 마친 수의사는 “엑스레이상으로 간이 약간 작긴 한데 큰 문제는 없어요. 인지하고 있다가 나중에 병원에서 추가 검진할 때 참고하시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콩이 견주의 얼굴에도 웃음이 돌았다.
◇의료비 부담↓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반려동물 보건소’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는 병의 최종 치료가 아닌 병의 조기 발견, 지속적인 관리를 목적으로 한다. 진찰과 상담을 무료로 하고, 동물등록 내장칩 비용도 일반 병원에 비해 저렴하게 제공하는 이유다.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선 동물등록이 필수다. 법적으로 의무화됐지만 강제하기 어려운 동물등록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유실, 유기 동물 방지에 기여한다. 내장칩 등록비용도 일반 시민 기준 1만원(취약계층 무료)으로, 일반 병원이 3만원에서 5만원 사이인 것을 감안하면 반값 정도다.
김포시 반려문화팀 관계자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심장사상충 접종이나 종합백신 금액도 일반 병원보다 훨씬 낮게 책정했다”며 “의료비 부담을 낮춰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유기동물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 6월 25일 문을 연 이후 지난 8월 10일까지 총 246명 보호자의 반려동물 265마리가 진료를 받았다. 익월 진료 예약은 거의 마감됐고, 방문과 유선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5일부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 중 4.8점일 만큼 만족도가 높다. 이용 후기를 남긴 한 시민은 “진료비가 저렴하고 평소 궁금했던 아이의 상태를 잘 설명해줘서 좋았다”고 했다. 다른 시민은 “시에서 이런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놀랍다. 반려인으로서 감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적은 진료 항목 아쉬워”…진료 범위 확대 요청
개소 2개월이 지난 시점, 진료 항목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를 찾은 보호자들은 “진료 항목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질병에 대한 처치나 처방까지 진료 영역이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취재가 진행된 8월 16일, 공공진료센터를 찾은 한 시민은 반려견이 혈변을 봐서 찾아왔지만 처치를 할 수 없어 다시 돌아가야 했다. 검사 항목을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날 피검사를 한 콩이의 견주는 “콩이가 피 뽑는 것을 무서워해 굉장히 어렵게 피를 뽑았는데 백혈구와 적혈구 수치만 알 수 있어 아쉬웠다. 피검사 항목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시는 한정된 예산과 수의사회의 반대 의견 등으로 인해 기초 검진을 우선적으로 시행했다는 설명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기초 검진과 진료만 진행하고 기초 검진을 넘어선 부분은 민간동물병원으로 연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후 예산 상황과 여론에 따라 서비스 확대 가능성도 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지난 6월 24일 공공진료센터 개소식에서 “단순 치료를 넘어 더 높은 수준의 치료를 하고, 놀이터와 교육시설을 종합적으로 갖춰나가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건강한 반려문화 정착 위해 앞장설 것”
김포시는 반려동물 친화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그 중심에는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가 있다. 공공진료센터와 연계해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반려문화교육 정규강좌’가 대표적이다. 반려견에 대한 이해와 보호자로서의 준비, 반려견 교육법 등의 강의로 구성됐다. 정규강좌를 들은 한 수강생은 “이 강의를 들으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반려견을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 유용했다”고 말했다.
시는 유실, 유기 동물의 입양비를 지원하고,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줍깅’ 캠페인을 진행하며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 올 하반기에는 김포 라베니체 축제와 연계한 반려동물 문화행사, 반려동물 사진, 수기 공모전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목줄 없이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시는 하성면 태산패밀리파크에 반려견놀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기존의 반려견놀이터는 신도시와의 접근성이 낮다”며 “관련부서와 협의해 내년 개소를 목표로 공원과 시유지 등 여러 부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려동물이 가축이나 애완동물의 영역을 넘어 가족구성원의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를 비롯해 유기동물 입양비 지원, 돌봄취약가구 반려동물 의료서비스 지원 정책 등이 각 지자체에 생기는 이유다. 김병수 시장은 “반려동물은 사람과 똑같은 존재로 봐야 한다. 반려동물과 가족이 행복한 도시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신재은 기자 jenny09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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