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서울마저…‘학교’가 사라진다

신재은 기자 2024. 9. 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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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 ①]지역 맞춤형 폐교 활용법 찾아라…각종 규제에 폐교 활용 난항
[편집자주]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화의 여파로 문을 닫는 학교가 늘고 있다. 교육부가 올해 3월 발표한 ‘시도교육청 폐교재산 현황’에 따르면 전국의 초중고교 33곳이 폐교했다. 지난해 18곳보다 두 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증가폭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겨진 학교부지는 지역 내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현행법상 폐교 임대, 대부 조건 등이 엄격해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폐교 활용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살펴봤다. 또 폐교의 변신을 위해 지자체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취재했다.

▲지난 2월 28일 성동구 성수공업고등학교에서 자원 재활용 업체 관계자들이 교육 기자재 및 폐품 등을 분류해 옮기고 있다. 성수공업고등학교는 3월 1일자로 문을 닫았다./사진=뉴스1
비어 있는 학교가 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폐교 활용법을 고안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활용은 더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시도교육청 폐교재산 현황’에 따르면 올해 폐교 초중고교는 33곳이다. 지난해 폐교학교 수인 18곳보다 45%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전북이 9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6곳 △전남 5곳 등 지방의 상황이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수도권도 폐교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올해 △서울 3곳 △경기 5곳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발표된 폐교 중 2곳은 학생 감소로 인한 것이며, 3곳은 신설 대체 이전된 경우”라고 말했다. 신설 대체 이전은 신도시 개발로 인해 구도심의 학교가 신도시로 이전하고 기존의 학교가 폐교로 남는 경우다.

저출산의 여파로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줄폐교 현상이 심해질 전망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전국의 학령인구(6~21세)는 2022년 749만7000명에서 올해 714만7000명으로 감소했다. 2년 사이 35만 명이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후 260만 명의 학령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초등학교를 넘어 중·고등학교 폐교가 증가한다는 것을 뜻한다. 폐교 부지 활용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폐교가 늘어나는 만큼 활용되지 못하는 곳도 많다. 지난 3월 기준 전체 폐교 3955곳 중 2609곳은 매각이 완료됐고, 1346곳이 활용되거나 미활용 폐교로 남아 있다. 그중 979곳이 △교육시설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체육시설 △소득증대시설 등으로 활용 중이다. 미활용 폐교는 367곳으로 보유폐교(활용폐교와 미활용폐교 합한 수)의 27.3%다.

방치된 부지로 인해 버려지고 있는 돈도 문제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지난해 9월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전국 시도 교육청 폐교재산 현황’에 따르면 미활용 폐교 367곳의 공시지가 기준 대장가액은 모두 3681억원에 달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1542억원)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전남(660억원)·경북(330억원)·경남(292억원)이 뒤를 이었다. 앞으로도 제대로 된 활용 계획도 없다. 도 전 의원이 전국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대장가격 상위 5곳 미활용 폐교 활용계획’에 따르면 총 60곳 폐교 가운데 활용 계획 수립이 완료된 곳은 8곳에 불과했다.

폐교 미활용 사유를 살펴보면 대부분은 부지 활용이 어려워 방치된 경우가 많다. 1991년 폐교된 제주의 추자초 횡간분교장은 대부자 및 활용도가 없어 방치돼 있으며, 1995년 폐교된 경북 안동의 원림초등학교도 대부 희망자가 없어 미활용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는 지역사회의 거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폐교가 생기면 학생과 학부모가 그 지역을 떠나 인구가 줄어드는 악순환을 만든다”며 “폐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주민과 지자체, 교육지원청 등이 함께 나서 선제적으로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교 무상 양여…일선 교육청 “재산 손실” 반대 목소리

▲지난 2월 5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곡초등학교 제2캠퍼스에서 졸업식을 마친 6학년 1반 학생들이 하교 준비를 하고 있다. 남곡초등학교 남곡분교는 이날 졸업한 8명의 학생을 끝으로 폐교됐다./사진=뉴스1 2 폐교한 서울 한 고등학교 교실의 모습/사진=뉴시스

정부는 폐교 활용에 팔을 걷어붙였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18일 미활용 폐교 재산을 지자체에 무상으로 양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특례 방안을 발표했다. 행안부는 폐교 무상 양여를 통해 지방소멸대응 정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행안부의 방안이 발표되자 일선의 지역 교육청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상 양여 방식으로 바뀐다면 교육 관련 시설 활용보다 지자체의 용도에 맞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A교육청 관계자는 “무상 양여에 대해서 반대 입장”이라며 “폐교 활용 방안을 논의할 때 지자체와 교육청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시 불화나 갈등이 생길 여지가 있어 활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폐교활용 관련 법안은 폐교재산 활용계획을 수립할 때 지자체 의견을 청취하는 수준이지만 무상 양여가 명시된다면 지자체의 입김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B지역 교육청 관계자 역시 “지자체 소유의 학교 용지는 교육청이 예산을 투입해 구입하고 미활용 폐교는 무상으로 양여한다면 재산 손실”이라고 했다. 교육청과 지자체 간 필요 부지에 대한 맞교환 형식이 더 실효성이 높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활용 폐교 부지를 무상 양여함으로써 지자체의 지방소멸대응 사업과 폐교 활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행정안전부에 제시한 바 있다”며 “미활용 폐교 무상 양여에 대한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취합 및 검토해 행안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활용 폐교 들여다보니…규제 등 문제 많아

▲폐교한 서울 한 고등학교 교실의 모습/사진=뉴시스

폐교의 수는 점차 많아지고 있지만 관련 규제에 다양한 활용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폐교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상 폐교는 △교육용 시설 △사회복지 시설 △문화 시설 △공공체육 시설 △귀농귀촌 지원 시설로만 매각 또는 임대할 수 있다. 건물 용도가 제한적이다 보니 지역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현실화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의 경우 땅값이 지방보다 비싸 부지 활용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 규정상 부지 가격을 포함해 총 사업비가 500억원을 넘는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 서울의 폐교부지 대부분이 500억원을 넘기기 때문에 타당성 조사, 투자심사 등에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서울시의 도시계획조례에 따라 폐교 재산은 폐교 후 10년 동안 용적률과 건폐율에 제한을 받는다. 폐교를 매각해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 해도 복합 기능을 갖춘 개발이나 고밀도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폐교 활용 활성화를 위해선 관련 규제나 제한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소속 이호동 부위원장(국민의힘·수원시 제8선거구)은 “현행법상 폐교 임대, 대부 조건이 엄격하고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교육청, ‘폐교 재산 활용 추진단’ 꾸리는 등 안간힘

▲지난 2월 28일 성동구 성수공업고등학교에서 자원 재활용 업체 관계자들이 교육 기자재 및 폐품 등을 분류해 옮기고 있다. 성수공업고등학교는 3월1일자로 문을 닫았다./사진=뉴스1

서울시교육청은 폐교 자산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 개관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건립계획 수립부터 개관까지는 짧아야 5년, 길면 10년까지의 시간이 걸린다”며 “의견수렴, 활용계획 수립, 용역 추진, 투자심사, 시설 공사 등 행정절차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의 폐교는 교육청의 필요에 맞게 임시로 활용 중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폐교 6개소는 각 교육지원청이 관리하며 교육청 산하 기관 사무실, 노조 사무실, 기록관 등으로 임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아교육진흥원 이전, 미래교육파크 조성, 에코스쿨 환경체험관 조성 등 최종 활용 계획도 대부분 수립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경남도교육청은 민간전문가, 지자체 관계자 등 9명으로 구성된 ‘폐교 재산 활용 추진단’을 꾸려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경남도의 미활용 폐교는 72곳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도 교육청은 폐교 활용 공모 사업을 추진하면서 마을공동체, 자치단체와 소통해 지역 특색을 반영하고 공익 목적에 맞는 폐교 활용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내부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색다른 방안을 강구하고자 추진단을 조직했다”며 “미활용 폐교 활용 방법이나 폐교 관련 법령 개정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폐교 등 공유재산을 교환해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과 남양주시는 91억 원 상당의 공유재산 교환 계약을 체결했다.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은 폐교인 가양초 비금분교 소유권을 이전하고 교육용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학교 담당 밖 땅 20필지를 남양주시에 무상으로 빌려줬다.

지원청은 송라초교 운동장과 진출입로 등 남양주시 재산을 취득했다. 이를 통해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은 부지매입 비용 약 51억원을 절감하고 학교 여건에 맞는 교육시설을 건립할 수 있게 됐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신재은 기자 jenny09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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