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키아프, 국제갤러리의 선택은?…'함경아·마이클 주'
마이클 주 "교환과 연결, 언어화하기 어려운 영향 관계에 주목"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국제갤러리가 프리즈·키아프에 맞춰 선택한 작가는 함경아와 마이클 주였다. 국제갤러리는 오는 11월 3일까지 국제갤러리 K1, K3, 한옥에서 함경아 작가의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를, K2에서 마이클 주 작가의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을 각각 개최한다.
함경아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이 바라보고 경험하는 오늘날의 사회를 세 개의 악장으로 꾸려 공유한다. '유령'이란 사회를 작동시키는 모든 지시와 욕망을 환영으로 치환해 총체적으로 지시하는 것으로, 함경아 작업 전반을 설명하는 데 주요한 개념어로 자리한 표현이다.
함경아는 2015년도 전시에서 '유령 발자국'이란 제목으로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사이의 역학을 고찰했다. 이번에는 그 발자국들이 그리는, 즉 실체가 있는 세상과 없는 세상 사이를 끝없이 횡단하며 작가가 그려 나가는 세계(지도)를 선보인다.
K1에서는 '자수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소개된다. 함경아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수를 선보였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북한에서 거의 완성된 것들이다.
작가가 자수 도안을 디자인하고 중개인을 거쳐 북한의 수공예 노동자들에게 전달하면, 언젠가 다시 제3자를 거쳐 상당 부분 완성된 작품이 작가에게 도착한다. 함경아는 나머지를 더해 작품을 완성한다.
그래서 이 자수 작품들은 함경아에게 있어 오늘의 물리적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를 통해서만 소통할 수 있는 대상과 가장 아날로그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임을 보여준다.
한옥 공간에서는 손자수뿐 아니라 매그놀리아 에디션즈와의 협업으로 제작한 태피스트리 작품군을 감상할 수 있다.
K3에서는 기다리는 시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K3의 작품들은 '유령 그리고 지도 / "너는 사진으로 왔니 아니면 기차타고 왔니?"'라는 제목으로 엮인다. 이는 존 버거를 인용한 것이다. '제7의 인간'에서 그는 사진을 수송의 형태이자 부재의 표현이라 설명하며 이렇게 쓴 바 있다.
함경아는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가상세계 속의 소통과 현실 속 아날로그적 소통 간의 괴리 및 연관성에 대해 고찰했다고 한다. 과연 무엇이 진정한 실체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함경아는 오히려 개인의 감정을 만났다.
물리적인 세상에서 점점 멀어지고 점점 더 가상의, 디지털화된 세상 안을 살아가고 있는데, 이때 우리가 접하는 여러 자극 및 정보 소스들과의 화학작용에서 폭발하는 우리의 감정만큼은 점점 더 원시적이고 아날로그적으로 증폭되어 간다는 것이다.
예술과 과학의 교차점에서 인식과 정체성, 그리고 경계성에 대해 탐구하는 마이클 주는 이번 전시에서 일상적인 지각 기저에서 이뤄지는 교환과 연결, 언어화하기 어려운 영향 관계에 주목한다.
전시장에서 처음 마주하는 아크릴 패널 신작 시리즈는 공간을 분할하기도, 연결하기도 하는 재료 및 양식에 대한 작가의 오랜 탐구의 결과물이다.
그는 패널을 전시장에 창문이나 벽처럼 세워 두거나 서로 잘라내듯 교차시키면서 (반)투명한 건축적 재료가 공간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다.
한편 마이클 주는 패널에 사물을 삽입하고 예상치 않은 위치에 오브제를 부착하거나 올려둠으로써 오브제와 이를 위한 건축적 지지체 사이의 상하관계를 갱신한다.
전시장 안쪽, 콘크리트 기단에 유리 패널이 끼워진 형태의 작업 'Untitled (after LBB)'(2024)는 이탈리아 태생의 브라질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 1914-1992)의 '유리 이젤'에 대한 오마주이다.
병렬로 늘어선 이젤은 전시장을 흡사 작품의 숲처럼 보이게 하고, 이로써 관람자들은 벽에 걸린 작품이 발산하는 역사적 위엄과 교훈적인 아우라를 전달받는 대신 눈앞에 서 있는 작품과 더 가깝고 직접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 유리 이젤에 해당하는 작품은 작가의 또 다른 연작인 실버 페인팅을 위한 플랫폼으로서도 기능한다.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여덟 개의 'Cosms (Catalunya 1-8)'(2016-2024)는 지질과 광물, 장소성과 장소 이동에 대한 탐구로서 이번 전시 전체에 흐르는 고고학적인 맥락을 강조한다.
언뜻 보기에 수채화로 그린 획처럼 보이는 'EP Cascade'(2024)는 실제로는 옥수수 개체의 유전적 이미지이다.
전기장을 이용해 다양한 크기와 전하를 가진 입자를 분리하는 실험 기법인 전기영동(electrophoresis)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마이클주는 다이크로익 유 유리의 색 생환을 추출해 이미지에 입힘으로써 조각들과의 시각적 공명을 만들어냈다.
한 생명의 청사진인 유전자 정보를 가시화하는 이 작품은 식물 생리학자인 어머니로부터 받은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영향을 향한 헌정이기도 하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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