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직전에 끼이익~, 온실가스 과실 ‘100:0’입니다

곽노필 기자 2024. 9. 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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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운송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약 4분의 1이다.

한국의 약 100배에 이르는 넓은 땅을 가진 미국에선 운송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더 높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교차로에서의 주행 방식 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본 결과, 미국 내 모든 가솔린 및 디젤 차량이 이 운전 습관을 따를 경우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6200만~1억2300만톤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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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교차로 땐 천천히 멈춰서고 신호 대기 중 공회전 제한
게티이미지뱅크

유엔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운송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약 4분의 1이다. 한국의 약 100배에 이르는 넓은 땅을 가진 미국에선 운송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더 높다. 미국의 경우 육상교통 배출량의 80%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서 나온다. 따라서 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도로교통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방법은 2가지다. 하나는 화석연료를 안 쓰거나 덜 쓰는 친환경차를 이용하는 것, 다른 하나는 연료를 효율적으로 쓰면서 주행하는 것이다. 예컨대 급가속이나 급제동을 하지 않고 정속 주행하면 자동차 연비가 크게 높아진다.

교차로 진입시에 친환경 운전 습관만 잘 들여도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픽사베이

그러나 도심에서는 곳곳에 신호등이 있어 자주 차를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교차로에 들어설 때 간단한 친환경 운전(에코 드라이빙) 습관만 잘 들여도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걸 발견해 사전출판 논문 공유집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연구진이 제안하는 친환경 교차로 주행 기술은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 들어설 때 미끄러지듯 서서히 정지선에 멈춘 뒤, 신호 대기 중엔 공회전을 하지 않는 것이다.

연구진이 소개한 이전 연구에 따르면 신호 교차로에서의 가속과 공회전은 미 육상교통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14.6%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항공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절반에 해당한다. 따라서 신호 교차로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다.

미국에서만 연간 최대 1억톤 감축 가능

연구진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교차로에서의 주행 방식 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본 결과, 미국 내 모든 가솔린 및 디젤 차량이 이 운전 습관을 따를 경우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6200만~1억2300만톤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각각 이스라엘과 나이지리아가 화석연료를 태워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양과 같은 수준으로, 미국 연간 배출량의 최대 약 2%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특히 미국 차량의 10%만 이 방법을 따르더라도 그 절반의 효과는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차로에 서서히 진입할 경우, 뒤따르는 차량의 속도까지 잡아주는 연쇄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세 도시에 있는 6000개 이상의 교차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세 도시는 미국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도시들이다.

그런 다음 차로 구성과 날씨 등 다양한 교통 및 환경 조건을 반영한 약 100만가지 상황의 시나리오를 통해, 어느 경우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은지 알아내도록 인공지능을 훈련시켰다.

그 결과 가장 효과적인 운전 습관은 교차로 정지선까지 미끄러지듯 다가간 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공회전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발견했다.

제한 속도가 높고 교차로에 접근하는 거리가 긴 애틀랜타 같은 도시는 교차로에서의 친환경 운전 습관 효과가 더 크다. 픽사베이

세 도시의 운전자들이 이런 운전 습관을 따를 경우 교차로에서의 배출량 감소율이 11~22%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제한 속도가 높고 교차로에 접근하는 거리가 긴 애틀랜타 같은 도시는 샌프란시스코보다 효과가 더 크다”고 밝혔다.

특히 전체 교차로의 20%에서 배출량 감소의 약 70%가 발생했다. 연구진은 이런 교차로에서는 교통 신호 장치가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에 미리 속도를 줄이도록 알려주는 지능형 교통 시스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48550/arXiv.2408.05609
Mitigating Metropolitan Carbon Emissions with Dynamic Eco-driving at Scale.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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