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자신만만했는데…” 페달 블랙박스가 보여준 진실은?
집 앞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속도가 빨라진 차량이 농업용 저수지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 경력 45년의 남성은 차량 급발진을 자신했으나, 페달 블랙박스 속에 담긴 진실은 달랐다.
2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페달 블랙박스에 잡힌 급발진(?) 상황! 운전자는 어떤 페달을 밟았을까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사고는 지난 7월 19일 낮 12시쯤 전남 고흥군 고흥읍의 한 도로에서 일어났다. 남편 A(68)씨와 아내 B(65)씨는 평소처럼 차를 타고 집에서 외출하는 중이었다. 처음 오르막길을 오를 때 차량은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다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속도가 빨라졌고, 영상에는 운전자인 A씨가 당황해 “오, 오, 오”하는 소리가 담겼다.
A씨는 차를 세우려는 듯 옹벽 쪽으로 차량을 몰았고, 차량은 이내 풀숲을 지나 회전하며 추락했다. 유리창은 산산조각 났고, 부부는 긴급구조센터에 신고했다. 차량은 폐차했지만, 다행히 부부의 건강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 전방을 비추는 블랙박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급발진 사고를 의심했다. 총 50표 중 ‘급발진 사고로 보인다’는 이들이 절반이었다. ‘운전자 실수로 보인다’는 이들은 3표(6%)에 불과했고, ‘잘 모르겠다’는 이들은 22표(44%)였다.
제보자인 아내 B씨에 따르면, A씨는 사고 후 “내가 급발진을 당할 줄이야”라고 말하며 자신만만하게 경찰서로 향했다. 하지만, 경찰과 함께 확인한 페달 블랙박스에는 A씨가 가속 페달을 밟는 장면이 담겼다.
A씨는 오르막길을 지나 내리막길에 진입하기 전 가속 페달에서 발을 살짝 뗐다가 다시 올려놓았다. 브레이크로 발을 옮겨놓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내리막길에서 A씨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페달을 밟았다.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생각했으나 차량 속도가 빨라지자 ‘이게 뭐지?’ 싶었는지 페달을 더 세게 밟았다. A씨는 계속 가속 페달을 밟았다.
B씨는 “남편이 운전 선생도 15년이나 했고, 몸도 건강하다. 이날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영상을 보기 전에는 페달 블랙박스를 달아놨으니 ‘이제 급발진 문제는 확실하게 끝내주는 영상이 남겠구나’ 하고 자신만만했는데 이렇게 참담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A씨는 블랙박스 영상 속 자신이 가속 페달을 밟은 모습을 보고는 자기 잘못이라는 걸 인정했다고 아내는 전했다. B씨는 “남편이 영상 보고 나서는 변명도 안 하더라. 자기도 너무 기가 막힌 것 같아 보였다”고 했다.
B씨는 “페달 블랙박스가 아니었으면 평생 급발진 사고였다고 생각하고 살았을 것”이라며 “확인하고 나니까 의문은 싹 가셔서 홀가분하다”고 했다. 이어 “남편이 요즘에는 차가 조금 빨라지면 바로 발을 뗀다”며 “그리고 브레이크 페달 위치를 확인한 후 밟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잘한 건 없지만, 비슷한 일을 겪을 수도 있는 분들이 조심했으면 하는 뜻에서 영상을 제보했다”고 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없었다면, 전방 주시 블랙박스 영상 분량이 짧아 급발진 사고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야겠지만, 만약 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의 문제인지 운전자의 문제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페달 블랙박스는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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