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로 감싼 ‘토지’, 이중섭 새긴 ‘1984’… 명작에 명작을 더하다

신재우 기자 2024. 9. 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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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와 빈센트 반 고흐, 조지 오웰과 이중섭.

박경리 작가의 대작 '토지'의 특별판은 네덜란드의 화가 고흐의 그림을 활용하는가 하면 영국 작가 오웰의 대표작 '1984'의 표지에는 이중섭 작가의 그림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가 사용됐다.

우리 땅을 지키려 했던 여러 삶의 이야기('토지')는 고흐가 보여주는 대자연의 따뜻한 이미지를 통해 깊어지는가 하면 이중섭의 그림은 '1984'에서 드러나는 암울한 전체주의에 위로와 희망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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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소설 새 표지에 명화 활용
저비용에 강렬함 주는 이색조합

박경리와 빈센트 반 고흐, 조지 오웰과 이중섭. 생전에 대면할 기회조차 없었던 대가들의 만남이 최근 국내 출판계를 통해 성사되고 있다. 박경리 작가의 대작 ‘토지’의 특별판은 네덜란드의 화가 고흐의 그림을 활용하는가 하면 영국 작가 오웰의 대표작 ‘1984’의 표지에는 이중섭 작가의 그림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가 사용됐다. 익숙하지만 낯선 이 조합은 어떻게 나왔을까?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이 가는 기획을 만들고 싶었어요.” 완간 30주년을 맞아 다산책방에서 기획된 박경리의 ‘토지’에 고흐의 그림이 사용된 배경에는 ‘새로운 독자’들이 있다.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을 정도로 도전에 가까웠지만 출판사는 고흐를 선택했다. 임경섭 다산책방 팀장은 “고흐의 그림을 고른 것이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문학과 거리가 먼 독자들에게까지 ‘토지’를 알릴 방안”이라며 “명화와 명작 두 가지를 모두 가져가 더 많은 독자에게 어필하기 위한 방향이었다”고 설명했다.

고전소설과 명화는 본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을 필두로 열린책들, 휴머니스트 등 다양한 출판사에서 세계문학 시리즈의 표지로 명화를 선택했다. 올해 세계문학 시리즈를 출간하기 시작한 그린비 출판사는 그 이유로 명화가 주는 ‘강렬함’과 ‘비용 절감’을 꼽았다. 구세주 그린비 편집자는 “저작권이 만료된 명화의 경우 저작권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1984’와 같이 신선하고 강렬한 조합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출판사들이 만들어낸 이색적인 결과물은 신선함을 넘어 또 다른 의미를 더하기도 한다. 우리 땅을 지키려 했던 여러 삶의 이야기(‘토지’)는 고흐가 보여주는 대자연의 따뜻한 이미지를 통해 깊어지는가 하면 이중섭의 그림은 ‘1984’에서 드러나는 암울한 전체주의에 위로와 희망이 되어준다. ‘1984’의 표지 선정과 해설을 맡은 철학자 고병권은 “전체주의에 맞설 힘을 우리 안의 어린아이가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새들은 노래하고 물고기는 헤엄칠 것이며, 가난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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