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현대해상, 인터넷은행 설립 네 번째 도전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2024. 9. 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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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인사이드] 현대가 3세 정경선, 시험대 오르다

● 2000·2015·2019년 실패, 올해 ‘3전 4기’ 노려
● 스타트업·현대백화점·대교 연합, 금융 소외계층 타깃
● 저출산·고령화에 새 먹거리 발굴 절실
● 김병환 금융위원장 취임 후 가속… 관건은 ‘자본력’

[Gettyimage]
현대해상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U뱅크 컨소시엄'에 합류하면서 3전 4기 끝에 은행업 진출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특히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전무(CSO·최고지속가능책임자·38)가 회사의 신성장동력 발굴이라는 중책을 맡은 만큼 이번 도전에 무게가 더 실렸다고 평가받는다.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 겸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현대해상]
‌현대해상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첫 시도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해상은 2000년 대우증권과 공동으로 인터넷은행(가칭 e-뱅크) 설립을 추진했다. 두 회사는 금융감독원이 사이버 금융회사에 대한 인가 기준을 마련하는 대로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대우증권이 산업은행에 인수되는 등 대내외적 상황이 악화하면서 사업을 철수했다.

2015년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법안이 통과될 당시 인가 경쟁에 뛰어들기도 했다. 인터파크·SK텔레콤·웰컴저축은행 등과 함께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결성해 도전했지만 예비인가를 받는 데 실패했다. 이후 2019년에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경쟁에서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초기 멤버로 참여했으나 주주 구성과 사업 모델이 다르다는 이유로 최종 합류에 실패했다.

금융 소외계층 '포용금융' 주력

U뱅크 컨소시엄은 △시니어 포용금융(금융 소외계층에게 금융 접근성을 높여 취약 가구 및 기업에 기회를 확장하는 것) △소상공인·중소기업 포용 금융 △외국인 포용금융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고령화사회에서의 금융 소외 현상에 주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은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2050년에는 전체 인구 절반 수준인 45%가량이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U뱅크 컨소시엄은 생애주기가 점차 길어지고 있음에도 '시니어'를 고려한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것을 문제로 인식했다.

특히 은퇴 이후에도 활발한 경제생활을 영위하며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글자 크기를 키운 서비스, 일회성 디지털금융 교육 등은 근본적 해결 방안이 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U뱅크 컨소시엄은 시니어를 깊이 이해하고, 건강하고 안정된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니어 포용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U뱅크 컨소시엄엔 △중금리 대출 '렌딧' △소상공인·N잡러 세금 환급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외환 송금·결제 '트래블월렛' △의료 인공지능(AI) '루닛' 등 혁신적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간 전통 금융권에 접근이 어렵던 금융 소외계층을 포용하는 금융서비스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갖춰야 할 사업적·재무적 안정성은 현대해상의 참여를 통해 갖췄다.

U뱅크 컨소시엄엔 현대백화점(유통), 대교(교육·미디어), MDM플러스(부동산개발)도 합류했다. 현대백화점은 점포 내 입점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안 신용평가 모델 개발 협력뿐 아니라 계열사가 운영하는 시니어 특화 헬스케어 사업 연계가 가능한 참여사라는 게 컨소시엄 측 설명이다. 대교는 시니어 교육 및 요양 사업을 펼치고 있어 프랜차이즈를 준비하는 시니어 소상공인과의 연계를 기대하고 있다. MDM플러스 역시 시니어를 위한 헬스케어와 주거 시설이 융합된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에 시니어 특화 서비스 및 금융상품 연계 등 다양한 협업이 가능하다.

현재 U뱅크 컨소시엄과 함께 제4인터넷전문은행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는 곳은 △KCD뱅크 △소소뱅크 △더존뱅크 △AMZ뱅크 네 곳이다. 이들의 주요 사업계획은 시니어,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금융 소외계층을 포용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U뱅크 컨소시엄 참여 기업과(왼쪽) 기업별 협업 방안. U뱅크 컨소시엄

IBK기업은행 투자 결정 따라 지속가능성 판가름

‘소상공인·중소기업 포용금융'은 정부가 주요 정책으로 삼을 만큼 중대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1년 기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기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기업 가운데 99.9%(기업 수 기준)가 소상공인·중소기업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대출 한도 초과, 담보 부족, 신용등급 미달 등으로 제1금융권 서비스에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U뱅크 컨소시엄이 정책적 금융지원과 함께 대안 신용평가 모형 개발, 소상공인·중소기업 특화 비대면 금융서비스 등을 통한 소상공인·중소기업 포용금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판단한 이유다.

U뱅크 컨소시엄은 참여 기업들이 보유한 AI·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초(超)개인화 금융서비스 개발을 지향한다는 방침이다. 세분화한 분석을 통해 시니어, 소상공인·중소기업 등 기존의 금융기업들이 세밀하게 다가가지 못했던 금융 소외계층을 발굴해 맞춤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금리 대출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신용평가 모형 개발 역량이 필수적이다. 더 다양하고 많은 데이터를 세밀하게 분석해 모든 사람마다 개인화된 맞춤 금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U뱅크 컨소시엄에서 신용평가 모형의 기술적 부문을 담당하는 렌딧은 2015년 창업 이후 현재까지 개인 신용 중금리 대출을 위한 기술개발에 집중해 왔다. 빅데이터 분석·머신러닝 기반으로 개발한 자체 신용평가 모형 LSS(렌딧 스코어링 시스템)와 100% 비대면 금융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또 지난 9년간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며 쌓아온 누적 대출 신청 1500만 건, 승인 270만 건 등 방대한 관련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루닛·자비스앤빌런즈·트래블월렛·현대해상 등 참여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 소상공인, 외국인 금융, 다양한 보험 관련 빅데이터 등의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이 모두 시중은행을 주주로 두고 있는 것과 달리 U뱅크 컨소시엄은 아직 주주 명단에 은행이 없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시중은행의 투자 없인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성공하더라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U뱅크 컨소시엄에 IBK기업은행이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이것이 실현되면 우려는 다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먹거리 발굴 위한 투자"

현대해상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적극적인 이유는 새 먹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지속가능경영 부문을 신설하고 정경선 전무를 CSO로 선임했다. 정 전무는 1986년생으로 최연소 임원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비영리단체와 임팩트 투자사를 설립해서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사업을 지원해 왔다.

CSO 아래에는 디지털전략본부,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본부 등이 배치됐다. 정 전무가 이를 총괄한다.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비해 보험상품, 판매 채널, 고객 서비스 등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현재 보험업계는 포화 상태로 성장이 정체돼 있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젊은 층의 보험 가입 니즈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수익 다각화를 위한 신사업 발굴이 필요한 현실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업계 내 경쟁 격화 및 거시적 불확실성 증대로 손해보험 산업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투자가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대해상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전도 장기적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투자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 전무는 대형 보험사로서 시장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장기 비전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받았다. 또 CSO가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를 예측해 경영 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총괄·통합 추진하는 역할인 만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성공 여부가 정 전무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데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인가 예상, 자본력이 성패 결정

인터넷전문은행은 보험사와 시너지를 낼 여지가 크다. 특히 U뱅크 컨소시엄이 집중하는 시니어, 소상공인, 외국인 등은 현대해상의 고객층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보험사들이 시니어 맞춤 상품을 판매하거나, 유병자 보험에 힘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상공인 대상으로는 화재보험이나 배상책임보험을 판매한다. 한국에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 역시 보험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망고객'이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은 보험상품 판매 채널 확대에도 긍정적이다. 또 고객에게 보험금 등을 지급하기 위해 은행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진출 전략의 일환"이라며 "소매금융업 중심으로 다각화 기회를 검토한 결과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장 진입 매력도가 높은 산업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은 7월 금융위원장 교체를 계기로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올해 하반기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7월 22일 김 위원장은 후보자 때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난해 은행권 경쟁 촉진 차원에서 인터넷은행 추가 설립을 발표했고 기존 인터넷은행에 대한 평가를 해왔던 것으로 안다"며 "취임 시 인가·심사 기준을 검토한 뒤 하반기에는 설립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기존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쟁 구도 재편 의지를 이어받아 제4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기존 은행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식이 아닌 중·저신용자나 소상공인 등에 '포용금융'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 설립하겠다는 것. 이에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위원회가 새로운 인가 기준안을 마련하고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업계는 인가 여부 관건이 '자본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출범 초기 자본 소진이 불가피한 만큼 적자를 감내할 수 있는 안정적 자금조달능력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바탕이 돼야 독창적 상품도 내놓을 수 있다.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자본금 요건은 250억 원 이상이지만 이는 최소 금액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인터넷전문은행 3사(토스뱅크·카카오뱅크·케이뱅크)도 2500억~3000억 원 수준의 자본금으로 시작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가를 위해 충족해야 할 기준이 있어 이를 갖추는 게 첫째 문제다. 또 인가를 받더라도 정식 출범까지도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며 "아울러 사업 초기엔 막대한 비용 투자가 필요한 만큼 경쟁력을 얼마나 키울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km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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