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점유율은 삼성이 1위인데, 매출은 미래에셋이 더 많아… 왜?

문수빈 기자 2024. 9. 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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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은 삼성이 높은데, 매출액은 미래에셋
한투운용 역시 KB보다 점유율 적지만 매출 많아
타사에 있는 상품으론 수익화 어려워… 특색 있어야

삼성자산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총액(AUM) 점유율은 1위지만, ETF 매출은 점유율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이 점유율 1위를 사수하기 위해 일부 상품의 운용보수를 연 0.01%까지 낮추는 출혈 경쟁을 감수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3, 4위권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AUM 점유율은 KB자산운용이 더 높지만, 매출은 점유율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픽=정서희

3일 본지가 전체 881개 ETF의 운용보수와 AUM을 기반으로 자산운용사의 연 환산 ETF 매출액을 추산(기준일 8월 22일)한 결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016억원, 삼성자산운용이 94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AUM 157조원 규모의 시장에서 점유율은 삼성자산운용(38.79%)이 미래에셋자산운용(35.56%)보다 높다. 그러나 연 환산 매출액을 놓고 보면 삼성이 미래보다 68억원가량 적었다.

점유율이 높은데도 매출이 더 적다는 건 운용보수가 저렴해도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는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뜻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상품 중 AUM이 큰 상품은 금리형(CD금리액티브, KOFR금리액티브) ETF와 대표 지수형(코스피200, 코스피200TR, 코스피200레버리지) ETF 등으로, 다른 운용사에도 있는 것들이다.

평균 운용보수도 삼성자산운용이 미래에셋자산운용보다 저렴하다. 삼성자산운용 ETF 상품의 평균 보수는 0.27%인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평균 보수는 0.34%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만의 특색이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는 평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타 운용사에도 같은 상품이 있어) 운용보수를 높게 받을 수 없는 지수형 상품과 패시브형이 많다”고 했다.

결국 수수료를 낮춰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삼성자산운용의 전략은 먹혀들지 않았다. 올해 4월 삼성자산운용은 4개 ETF의 보수를 0.05%에서 0.0099%로 낮췄다. 1억원짜리 ETF를 운용하면 수수료로 9900원만 뗀다는 얘긴데,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적자 구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AUM 상위권을 차지한 ETF 상품들은 삼성처럼 대표 지수형도 있지만 특정 주제를 잡은 테마형 상품이 많았다.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과 미국테크TOP10 INDXX, 차이나전기차 SOLACTIVE가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만 찾을 수 있는 상품이 많다 보니 보수가 비싸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매출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정서희

점유율과 매출이 반대되는 현상은 3, 4위권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했다. AUM 점유율로만 따지면 KB자산운용(7.79%)이 3위, 한국투자신탁운용(7.00%)이 4위다. 하지만 연 매출 추산액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159억2100만원으로, KB자산운용(112억9600만원)보다 많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KB자산운용의 매출을 추월한 건 올해 4월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3%포인트가 넘었다. 그러나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점유율 차이를 1.2%P까지 줄이며 바짝 뒤쫓으면서 매출이 역전됐다. 이 역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평균 보수(0.29%)가 KB자산운용(0.23%)보다 높은 덕분으로 해석된다.

KB자산운용에서 AUM이 큰 ETF는 머니마켓액티브(0.05%), 코스피200(0.01%), 종합채권(0.01%) 등 보수가 낮은 상품들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사정은 비슷했지만 반도체 같은 특정 분야 상품도 AUM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를 4개의 섹터(메모리·비메모리·반도체 장비·파운드리)로 구분하고 각 분야 대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인 글로벌반도체톱4(0.45%)가 그 예다.

4개 대형사 외에 신한자산운용의 연 환산 ETF 매출액은 64억원, 한화자산운용은 46억원, NH아문디자산운용은 34억원, 키움자산운용은 29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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