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 물가 2%↑ 3년 5개월 만에 최저폭

정석우 기자 2024. 9. 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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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값 3달째 내리고 과일값 상승폭도 꺾여… 휘발유·경유 물가 1년 만에 동반 하락
연간 물가 상승폭, 정부 목표치인 2.6% 근접할듯… 김장철 앞두고 배춧값은 2달째 고공행진
추석을 약 2주 앞두고 농축산물 성수품 물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일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의 과일 가게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8월 소비자 물가가 2% 올라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동안 물가 상승세의 주범이었던 채소류 가격이 3개월째 하락세를 보인데다 과일값 폭등세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휘발유와 경유 등 주유소 기름값도 하락했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54(2020년 물가 수준을 100으로 본 상대적 지수)로 작년 8월에 비해 2% 올랐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코로나 보복 소비와 전쟁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세계적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의 최저 상승률이다.

2%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초기인 2022년 7월 6.3%까지 치솟았던 물가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22년 8월(5.7%) 5%대, 작년 2월(4.7%) 4%대, 같은 해 4월(3.7%) 3%대로 진정됐지만, 이상 기후 등 여파로 과일과 채소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국제 유가도 오르면서 한동안 2% 후반~3%대 상승폭을 유지했다.

◇채소류 3개월째 하락세

하지만 양파(-10%), 파(-9.9%)와 양배추(-7.1%) 등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채소류 가격은 작년 8월 대비 1.7% 하락했다. 작년 10월부터 8개월 연속 고공행진하던 채소류 가격은 지난 6월(-0.8%)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째 하락세를 기록했다. 다만 김장 재료인 배추는 지난달 9.6%의 상승률을 보였다. 추석과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은 7월(13.4%)부터 두 달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상 기후 등으로 작년 8월(14.2%)부터 지난 7월(21%)까지 12개월 연속 두 자리 수 상승세를 보였던 과일 물가도 지난 달 들어 9.4% 올라 한 자리 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배(120.3%)와 사과(17%) 등 일부 품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가격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복숭아(-22.8%), 포도(-3.4%), 오렌지(-6%), 참외(-14.6%), 딸기(-16.2%), 망고(-7.1%) 등의 가격이 하락세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진정되면서 석유류 가격 물가 상승폭도 7월 8.4%에서 지난달 0.1%로 줄었다. 휘발유(-0.7%)와 경유(-1.9%) 등 주유소 기름값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휘발유와 경유 물가 지수가 모두 하락한 경우는 작년 8월 이후 1년 만이다.

과일·채소와 석유류 가격이 진정세를 보이면서, 가격 등락폭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하고 집계한 근원물가 지수(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지난달 111.4로 1년 전에 비해 2.1%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은 2021년 11월(1.9%)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저다.

도시가스·난방비 인상 여파로 지난달 전기·가스·수도는 3.3% 올랐다. 떢볶이(5.7%), 햄버거(5.5%), 김밥·치킨(5.2%), 칼국수(5%), 김치찌개(4%), 비빔밥(4.8%) 등 외식 물가 지수도 작년 8월에 비해 2.8% 상승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정부 목표치 근접할듯

지난달처럼 2% 안팎의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작년 3.6%였던 연간 물가 상승률이 올해는 정부 목표치(2.6%)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 정부의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1%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최근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큰 오름세 없이 안정적이고, 원달러 환율도 내리고 있어서 수입물가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연말까지 2%에서 2%초반대 물가 상승률이 유지될 걸로 본다”고 했다. 그는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 상승 우려가 있지만, 작년 가격이 워낙 높았던 ‘역(逆) 기저효과’로 올해 상승률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물가 상승률은 1%대 후반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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