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로 3년5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추석 앞두고 일부 품목 강세
주부 문모씨(53)는 지난달 말 대형마트에서 시금치를 사려다 한 묶음에 5000원이 넘는 가격에 발길을 돌렸다. 배도 지난해보다 두배 가까이 올랐다. 문씨는 “추석 상품 할인이 많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비싼 품목은 여전히 비쌌다”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돼지고기 위주로 샀다. 잡채 등 올해 추석상에 올릴 음식 수를 줄일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앞으로 2% 초반대 상승률을 보이며 물가가 안정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추석을 앞두고 일부 품목은 여전히 가격대가 높아 소비자의 체감 물가와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비 2.0% 상승한 114.54를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2021년 3월(1.9%)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7월(2.6%)보다는 0.6%포인트 내렸다. 체감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2.1%로 지난해 7월(2.0%) 이후 가장 낮았다.
물가상승률이 떨어진 건 농·축·수산물의 영향이 크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2.4% 올랐으나 올해 초 10%대 상승률을 보이다가 지난 5월 8.7%, 7월 5.5%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특히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2% 오르며, 전월(7.7%)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신선어개(생선·해산물)과 신선채소는 각각 전년동월대비 0.1%, 1.7% 하락했다. 다만 신선과실이 1년 전보다 9.6% 올랐다. 올 여름 폭우·폭염 등 이상기후가 신선과실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전체적 물가 상승률은 떨어졌지만 항목별로 보면 일부 품목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배는 전년대비 120.3% 올랐다. 지난달 154.6%로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사과(17.0%) 역시 상승폭은 줄었지만 작년에 비해 가격대가 높다. 김(29.8%)과 배추(9.6%), 수입 쇠고기(8.2%) 등도 전년대비 가격이 올랐다.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품목이라 실제 물가와 체감 물가 간 괴리가 생길 수 있다.
채소류의 경우 전월보다 크게 오른 것도 체감 물가를 높이는 요인이다. 시금치와 상추는 지난달보다 각각 62.5%, 41.4% 올랐다. 호박(48.6%), 배추(37.6%)도 가격 상승폭이 크다.
공업 부문은 전년대비 1.4% 올랐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대비 0.1% 올라 6개월만에 최저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 하락과 전년도 높은 상승률(8.2%)의 기저효과 등이 영향을 미쳤다.
전기·가스·수도 부문는 전년대비 3.3% 올라 전달(1.0%)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도시가스 6.9%, 지역난방비가 9.8% 오른 영향이다. 서비스 부문은 전년대비 2.3% 올랐다. 보험서비스료가 15.1% 올랐고, 공동주택 관리비도 5.1% 올랐다. 통계청은 유가와 농축수산물 상승세 둔화가 전체 물가 상승 폭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황경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배는 추석 전후로 가격이 좀 더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시금치 등 채소류 일부 품목이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올라 체감 물가가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에 도달했고, 향후 추가 충격이 없다면 물가상승률은 2% 초반으로 안정될 전망”이라고 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큰 공급충격이 없다면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안정된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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